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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랜서인 30대 여성 A씨는 최근 자신을 겨냥한 악플에 시달리고 있다. 지인의 부탁으로 한 유튜브 채널에 잠깐 출연했는데 해당 영상에 허위사실이 담긴 댓글이 달리기 시작한 것이다.
 프리랜서인 30대 여성 A씨는 최근 자신을 겨냥한 악플에 시달리고 있다. 지인의 부탁으로 한 유튜브 채널에 잠깐 출연했는데 해당 영상에 허위사실이 담긴 댓글이 달리기 시작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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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기사는 "고소하니 합의하자고..." 어느 날 사라진 유튜버, 망가진 그의 삶 (http://omn.kr/1py7j ) 기사에서 이어집니다.]

악플로 대표되는 사이버 모욕 및 명예훼손은 연예인, 운동선수, 유명 유튜버 등 이른바 '셀럽'으로 불리는 유명인들만 겪는 일이 아니다. 프리랜서인 30대 여성 A씨는 최근 자신을 겨냥한 악플에 시달리고 있다. 지인의 부탁으로 한 유튜브 채널에 잠깐 출연했는데 해당 영상에 허위사실이 담긴 댓글이 달리기 시작한 것이다.

내용 또한 악의적이었다. 특정 몇몇 계정이 단 댓글에는 "술집 아가씨 출신이다", "예쁜데 바로 술집에서 일한 과거가 폭로되다니 안타깝다", "(A씨) 가족과 친구에게 연락 왔는데 술집에서 일한 거 인정했다" 등의 허위사실이 담겨 있었다.

문제는 영상에 달린 악플뿐만이 아니었다. A씨의 SNS 계정에까지 와서 악플을 다는 이들도 있었다. 심지어 A씨 가족과 지인의 SNS에도 'A씨가 술집 아가씨 출신인데 알고 있냐'는 식의 댓글이 달렸다.

A씨는 <오마이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처음 한두 개 (악플이) 달릴 땐 누군가 잘못 알고 그러나보다 생각했는데, 계속 이어지니까 무섭단 생각이 들었다"라며 "특히 제 SNS는 물론이고 가족과 친구들 SNS까지 찾아가 댓글을 달고 있다. 제가 감당할 수 없는 상황에 이르렀다"라고 하소였다. A씨는 해당 계정을 고소하기로 마음 먹었다. 

"익명으로 댓글을 다니 제가 알 수 있는 방법이 없잖아요. 누군지도 모르는 타인이 저를 너무 미워해서 가족과 친구들한테까지 그런 악플을 달고 있는 거잖아요. 그게 너무 무서워요. 악플은 연예인과 유명한 사람들이 당하는 일인 줄 알았는데 (제가 겪어보니) 너무 큰 충격을 받았어요."

평범한 직장인 B씨도 최근 악플에 큰 상처를 입었다. 자신이 당한 성폭력 피해 사례가 언론에 보도됐는데 '그 정도가 무슨 성추행이냐', '꽃뱀이다', '허위신고를 한 것 아니냐' 등 모욕적 댓글이 달린 것이다.

심지어 가해자가 직접 "이 여자 여러 남자 잡겠다. 이번 성추행 신고가 처음일까" 등의 댓글을 달기도 했다. "성폭력 피해를 당한 것보다 더 충격적이었다"는 B씨는 정보통신망 이용 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명예훼손) 및 모욕죄를 적용해 가해자를 고소했다.

"평범한 개개인, 그 충격 더해... 피해 회복도 어려워"
 
악플로 대표되는 사이버 모욕 및 명예훼손 범죄 고소장. (기사 내용과 관계 없음)
 악플로 대표되는 사이버 모욕 및 명예훼손 범죄 고소장. (기사 내용과 관계 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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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악플에 의한 피해는 더 이상 공인, 유명인들만 겪는 일이 아니다. 과거에 비해 누구든 미디어에 쉽게 노출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콘텐츠 전파력 또한 매우 커졌기 때문이다.

방송통신위원회 지원으로 매년 한국정보화진흥원이 발행하는 '사이버폭력 실태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33.5%가 2019년 한 해 동안 사이버폭력(가해 또는 피해)을 경험했다(학생 26.9%, 성인 54.7%). 특히 사이버폭력 유형 중 언어폭력(36.7%)과 명예훼손(15.7%)이 순서대로 가장 높은 비율을 보였다.

경찰청 통계에 등록된 '사이버 모욕 및 명예훼손' 사례도 갈수록 늘어가고 있다. 지난 6년 간 8만 2102명이 사이버 모욕 및 명예훼손으로 검거됐는데, 2014년 8899명에서 2019년 1만 6029명으로 2배 가까이 그 수치가 늘었다. 경찰청 통계의 경우 대부분 피해자의 고소에 의한 결과이므로 실제론 훨씬 많은 사이버 모욕 및 명예훼손이 발생한다고 볼 수 있다.

김수지 변호사는 "잠깐 유튜브에 출연하거나 언론에 노출되는 것만으로도 피해를 당할 수 있다는 점에서 악플은 공인, 연예인들만의 문제가 아니다"라며 "오히려 평범한 개개인의 경우 공인, 유명인에 비해 그 충격이 더할 수 있다. 고소 등 법률대응과 관련해서도 더 취약한 처지에 있기 때문에 피해 회복에도 어려움을 겪는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피해자가 일일이 증거를 수집해야 하는 등 고소도 어려울 뿐만 아니라 처벌도 집행유예나 벌금형에 그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형량을 높이는 게 무조건 옳은 건 아니지만 경각심을 주기 위해서라도 합당한 처벌이 필요하다. 또한 성범죄를 저지른 이에게 '성폭력 치료프로그램 이수'를 명령하는 것처럼, 댓글 및 유포된 콘텐츠를 삭제하고 그 비용을 지게 하는 등 계도를 위한 부가적인 명령도 필요하다"라고 강조했다.

김 변호사는 ▲ 적극적인 인지수사 ▲ 신속한 사건처리 ▲ 피해 최소화를 위한 노력 등 수사기관의 역할을 강조하기도 했다. 먼저 "피해자는 고소 과정에서 피해 사실을 정리하며 또 한 번 상처를 입는다. 피해자에게 수많은 댓글을 정리해 수사기관에 제출하도록 하는 게 옳은 일인지 의문"이라며 "피해자가 '모욕 및 명예훼손 댓글이 달렸다' 정도로 신고하면 수사기관에서 적극적으로 사례를 찾아내는 등 일반 형사사건과 다른 접근이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이어 "(사이버 모욕 및 명예훼손의 경우) 빠른 시간 동안 광범위하게 퍼질 수 있으므로 수사 또한 빠르게 진행될 필요가 있다"라며 "관련 사건을 맡으며 느낀 점인데 사건의 진행 속도가 너무 느리다. 이 역시 일반 형사사건과 다르게 접근해야 한다"라고 지적했다. 또 "신고 후 처벌이 내려지기 전까지 피해자가 피해 확산을 막기 위해 할 수 있는 일은 법원에 가처분 신청을 내는 수밖에 없는데 이 역시 제도적 보완이 필요해 보인다"라며 "신고 후에도 피해가 현재진행형일 경우 이를 멈추기 위한 수사기관의 즉각적이고 잠정적인 조치가 필요하다"라고 덧붙였다.

태그:#악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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