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4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프로야구 LG 트윈스- 롯데 자이언츠 경기에서 3-0으로 승리한 롯데 선수들이 기쁨을 나누고 있다.

지난 14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프로야구 LG 트윈스- 롯데 자이언츠 경기에서 3-0으로 승리한 롯데 선수들이 기쁨을 나누고 있다. ⓒ 연합뉴스

 
프로야구 롯데 자이언츠에 올해도 가을야구는 남의 잔치가 됐다. 2017년 정규시즌 3위로 마지막 포스트시즌을 경험한 이후 최근 3년 연속 가을야구 탈락이다.

목표를 상실하면서 선수들도 맥이 빠진 탓인지 경기력도 뒷걸음질치고 있다. 롯데는 5강 진출이 최종적으로 멀어진 지난 주 6연전에서 1승 5패에 그치며 역주행했다. 지난 25일에는 kt에 5-10으로 완패하며 69승 1무 70패(.496)로 마지막 자존심이던 5할 승률마저 붕괴됐다. 4경기를 남겨둔 현재 7위에 머물고있는 롯데는 6위 KIA(71승 68패)와도 2게임 차이로 벌어졌다. 말 그대로 '용두사미'라는 표현이 어울리는 마무리가 되어가고 있다.

롯데는 올시즌을 앞두고 가장 주목을 받았던 팀 중 하나였다. 롯데는 지난해 최하위(48승 3무 93패)로 추락하며 악몽같은 시즌을 보냈다. 창단 이후 꼴찌만 9번째로 프로야구 역사상 최다 최하위 기록(2위는 한화 7회)을 또 다시 경신한 데 이어 10개 구단 체제 출범 이후로는 첫 10위를 경험하는 굴욕을 당했다. 절치부심한 롯데는 감독만이 아니라 프런트의 수장인 사장과 단장까지 모두 한꺼번에 교체하는 대대적인 개혁을 선언했다.

롯데가 새롭게 선보인 카드는 성민규 단장과 허문회 감독이었다. 성 단장은 메이저리그 스카우트 출신으로 38세의 나이에 KBO리그 역대 최연소 단장에 올랐다. 허 감독은 키움 히어로즈에서 수석코치를 역임하며 지도력을 인정받았지만 1군 사령탑은 처음인 초보 감독이었다. 롯데는 성 단장-허 감독 체제의 파트너십을 기반으로, 메이저리그식 운영을 표방하며 육성 시스템 개선과 1,2군간 소통 강화, 적극적인 선수영입 등 등 많은 변화를 시도하여 눈길을 끌었다.

특히 올해 초 야구를 소재로 하여 화제를 모은 SBS 드라마 <스토브리그>의 인기 몰이는 덩달아 롯데 야구도 주목받는 전환점이 됐다. <스토브리그>는 위기에 빠진 프로야구단을 재건하는 과정을 다룬 이야기로 생동감 넘치는 캐릭터와 현실적인 묘사로 야구 팬들 사이에서도 호평을 받았다. 개혁이 절실한 만년 하위팀, 팀 성적은 좋지않은데 스타 의식이 젖어있던 선수들, 주변의 텃세와 편견 속에서 뚝심 있게 개혁을 추진하는 젊은 단장(배우 남궁민이 연기한 백승수 단장)을 주인공으로 내세웠다는 점에서, 당시 묘하게 비슷한 처지에 놓여있던 롯데의 모습을 연상하는 이들이 많았다.

시작은 나쁘지 않았다. 롯데는 2013시즌 이후 7년 만에 개막 5연승을 내달리며 순조롭게 출발했다. 이대호와 손아섭은 지난해의 부침을 딛고 여전히 수준급 기량을 과시했고, 스트레일리-마차도-안치홍 등 화려한 외부영입으로 팀의 약점이던 선발과 내야진의 안정감이 높아진 것처럼 보였다. 소통과 자율 야구를 표방한 허문회 감독의 리더십은 시즌 초반 선수단 내부에 '올해는 할 수 있다'는 긍정적인 분위기를 불러일으켰다.

하지만 상승세는 그리 오래 가지 못했다. 롯데는 이후 부진을 거듭하며 중하위권으로 추락했다. 표면적으로 보면 꾸준히 5강 경쟁을 했다고 하지만, 이미 개막 5월을 6위로 마친 것을 비롯하여 6월 7위→7월 8위→8월 6위→9-10월 내리 7위로 개막 5연승 이후로는 다시 상위권으로 올라온 적이 없었다.

그동안 5할 이상의 승률을 유지할 수 있었던 것도 올시즌 초반부터 한화와 SK가 역대급 부진을 보이며 2약으로 추락했고, 여름 이후 삼성까지 포함된 3약 구도가 된 것을 감안하면 어느 정도 거품이 낀 '승률 인플레이션' 현상에 불과했다. 최하위로 추락했던 지난해보다야 나아졌다고 하지만, 전력상으로는 이미 충분히 5강 이상을 목표로 할 만하다는 평가를 받았던 롯데로서는 만족하기 어려운 결과다.

롯데는 선수 구성상 성장중인 팀이 아니라 당장 성적을 내야하는 팀에 가깝다. 불혹을 앞둔 이대호를 비롯하여 손아섭-전준우-민병헌-안치홍 등 롯데의 주전들은 대부분은 베테랑급이다. 1선발로 기대했던 아드리안 샘슨이 개인사와 부진이 겹치며 기대에 못미쳤지만 그 정도의 변수는 다른 팀들에게도 얼마든지 존재했다.

대신 또다른 외국인 투수 스트레일리가 혼자 15승을 뽑아냈고, 마무리로 자리잡은 김원중도 25세이브를 따내며 성공적인 시즌을 보냈다. 허문회 감독도 선수층을 고르게 가동하기보다는 철저하게 '주전 중심'의 야구를 고집했다. 리그 정상급 에이스와 마무리, 중심타선을 구축하고도 우승권은 커녕 5강진출조차 못했다는 것은 롯데로서는 명백히 실패한 시즌이라고 봐야한다.

코치로서 능력을 인정받았던 허문회 감독이지만 코치와 사령탑의 무게는 또 다르다는 것만 여실히 드러냈다. 허 감독은 철저한 관리야구를 바탕으로 시즌 중후반 반등을 자신했다. "초반 30경기까지는 승패에 연연하지 않고 선수들을 지켜볼 것", "8월에 치는 치고 올라간다(8치올)" 등 허 감독의 어록들은 큰 이슈가 되기도 했다.

하지만 현실은 달랐다. 허 감독이 표방한 관리야구는 시즌이 진행될수록 오히려 일부 주전급에 대한 의존도를 더 높이는 모순으로 이어졌고, 이는 팀이 부진에 빠지거나 주전들의 체력이 떨어졌을 때 플랜B가 없다는 한계로 이어졌다. 한동희라는 주전급 3루수를 키워낸 것을 제외하면 롯데는 올시즌 주전 경쟁 및 백업 자원들에 대한 실험이나 성장이 제대로 이뤄지지 못했다.

유명한 '8치올' 발언은 롯데가 8월 5할이상의 승률을 거뒀으나 같은 시기에 경쟁팀들도 같이 반등한 탓에 절반의 성공에 그쳤다. 경기 내적으로 들어가면 불펜 운용이나 대타 투입 등 세밀한 작전구사에서 여러 차례 시행 착오를 겪으면서 이길 수 있었던 경기를 많이 놓쳤다. 롯데는 올시즌 1점차 승부에서 12승 19패에 그쳤고, 끝내기 패배만 리그 신기록인 13번이나 당하며 접전에 유난히 약한 면모를 드러냈다.

또한 허 감독은 여러 차례 신중하지 못한 언행으로 '태도 논란'에 휩싸이거나, '프런트와의 불화설'이 거론되는 빌미를 제공하기도 했다. 결과적으로 허 감독의 현란한 말잔치는 큰 성과없이 오히려 후반기로 갈수록 팀에 부담만 더하는 부메랑으로 작용했다. 허 감독은 포스트시즌 진출 좌절이 확정된 21일(SK전) 이후에도 다음 시즌을 대비하여 젊은 선수들에 기회를 주는 것보다는 동기부여가 떨어진 주전 선수들을 계속해서 중용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하며 팬들의 고개를 갸웃하게 만들기도 했다. 그 결과는 5강 진출이 멀어진 이후에도 경기력 하락 지속과 5할승률 붕괴로까지 이어지고 있다.

롯데는 올해도 가을 야구 진출에 실패하며 구단 역사에 불명예스러운 기록들을 추가했다. 롯데는 창단 이후 39년째 KBO리그에서 정규리그 1위를 단 한번도 차지해보지 못했고, 마지막 한국시리즈 우승도 1992년 이후 무려 28년째, 한국시리즈 진출(1999년)은 21년째 인연을 맺지 못하고 있다. 이는 KBO리그 사상 정규리그-한국시리즈 모두 '최장기간 무관' 기록이다. 

이대로 시즌을 마감한다고 했을때 과연 롯데가 내년에 더 좋아진다는 보장은 있을까. 물론 강점으로 여겨지는 타선과 선발진이 경쟁력을 보여줬고, 신인 계약을 통해 포수 손성빈과 투수 김진욱, 외야수 나승엽이란 아마추어 투타 유망주들 대거 품에 안으며 미래도 어느 정도 기약했다. 하지만 아무리 좋은 선수들이 많아도 결국 팀으로서의 집중력과 조화가 받쳐주지 못한다면 모래알에 불과하다. 여전히 소통에 엇박자를 드러내고 있는 듯한 현장과 프런트, 선수단을 아우를 수 있는 강력한 리더십의 부재, 점점 늙어가고 있는 주전 선수들과 롤러코스터를 거듭하는 '기분파 야구'의 한계를 극복하지 못한다면 롯데가 다시 정상에 도전할 가능성은 요원하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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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자이언츠 허문회감독 롯데상대전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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