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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산동에 사는 문정원(77) 어르신
 평산동에 사는 문정원(77) 어르신
ⓒ 바른지역언론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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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만1천원. 문정원(77, 경남 양산시 평산동) 어르신의 한 달 수입이다.

청각장애에 기초생활수급자로 힘겹게 생활하고 있지만, 이 돈을 아끼고 아껴 500만원을 만들었다. 두 차례에 걸쳐 장학재단에 기부했다. 내년에도 기부를 이어가겠다는 의지가 확고하다. 1천만원 기부가 목표다. 주변을 뭉클하게 만들고 있는 어르신의 이야기가 궁금하다.

문 어르신은 젊은 시절, 사업 실패로 큰 고초를 겪은 뒤 가족도 친척도 없이 홀로 25년을 살았다. 일용직과 경비원 일을 전전했고, 때로는 노숙 생활까지 감내하며 그렇게 힘겹게 살아왔다.

세월이 지나 청각장애에 퇴행성관절염까지 겹치면서 생활이 더 힘들어졌다. 결국, 3년 전 기초생활수급자가 됐고, 1년을 꼼짝도 못 하고 집에서 생활해야만 했다. 그러다 문득 "이대로 죽으면 허망하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기초생활수급자로 국가와 지역사회의 보살핌만 받다가 죽기에는 나는 아직 건강하다는 생각이었지. 귀도 잘 안 들리고, 제대로 걷지도 못하지만, 분명히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있을 것만 같았어. 그래서 장애인 일자리를 신청했고, 오토바이를 타면서 할 수 있는 장애인 주차장 관리 일을 시작했지."

일주일 14시간, 한 달 54시간을 일하면서 매달 48만1천원을 벌었다. 문 어르신은 이 돈 역시 헛되이 쓰고 싶지 않았다. 1만원으로도 사는 사람이 있는 반면, 100만원도 부족한 사람이 있다. 그저 근검절약하면 적은 돈으로 얼마든지 생활할 수 있으니, 한 푼, 두 푼 모아 의미 있는 일을 하고 싶었다.
 
지난 6월 양산시인재육성장학재단에 300만원을 기부했다.
 지난 6월 양산시인재육성장학재단에 300만원을 기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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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히 신문을 보는데 양산시인재육성장학재단 기부금 기사를 봤어. 내가 살면 얼마나 더 살겠어? 살아 있는 동안 누군가에게 도움을 줄 수 있으면 그것 또한 행복이지. 그래서 기부를 결정했지."

처음부터 1천만원 기부를 목표로 정했다. 지난 6월 우선 300만원을 기부하고, 지난 7일 200만원을 또 전달했다. 내년에도 500만원을 기부할 작정이다. 혼자만의 생각이 아니라 장학재단에 그 뜻을 이미 전달했다. 꼭 지키겠노라고 약속했다.

"내가 인터뷰를 하는 이유는 딱 하나야. 청각장애가 있는 기초생활수급자도 마음만 먹으면 할 수 있는 게 기부야. 꼭 기부가 아니더라도 봉사활동 같은 사회를 위해 할 수 있는 좋은 일이 얼마든지 있잖아. 마음은 있지만, 실천을 못 하는 젊은이들과 이웃들에게 꼭 전하고 싶었어. 나도 하니까 자네들도 좋은 일 한번 해보라고…"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양산시민신문 (엄아현)에도 실렸습니다.


태그:#기부, #양산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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