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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일 대법원 양형위원회는 지난 9월 15일 첫 공개한 디지털 성범죄 양형기준안을 놓고 양형위 전문위원 4명·전문가 6명·시민100여 명 등과 함께 공청회를 진행했다
 2일 대법원 양형위원회는 지난 9월 15일 첫 공개한 디지털 성범죄 양형기준안을 놓고 양형위 전문위원 4명·전문가 6명·시민100여 명 등과 함께 공청회를 진행했다
ⓒ 강연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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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촬영물을 유포하지 않았다고 해서 감경을 받는 것은 매우 부적절한 양형기준이다"

서승희 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 대표의 말이다. 2일 오후 대법원 양형위원회 주관으로 개최된 '디지털 성범죄 양형기준안 공청회'에 토론자로 참석한 서 대표는 "(디지털 성범죄 양형기준안에) 이러한 기준이 포함된다면 불법촬영 이후 증거인멸을 위해 삭제, 폐기하는 가해자들은 모두 감형을 받게 된다"고 일침을 가했다.

이날 양형위는 지난 9월 15일 첫 공개한 디지털 성범죄 양형기준안을 놓고 양형위 전문위원 4명·전문가 6명·시민100여 명 등과 함께 공청회를 진행했다.(관련기사 : 디지털 성범죄 양형기준안 첫 공개... "상습범, 최대 29년 3개월 징역형" http://omn.kr/1owmp )

토론은 크게 세 혐의로 나눠 진행됐다. ▲아동·청소년성착취물 범죄 ▲카메라 등 이용촬영 범죄, 허위영상물 등의 반포 범죄 ▲촬영물 등을 이용한 협박·강요 범죄, 통신매체 이용음란 범죄 유형이다. 이날 토론자로 참석한 전문가들은 현재의 디지털 성범죄 양형기준안 내에서 문제가 되는 지점들을 짚었는데, 이 가운데 대부분이 공통적으로 언급한 '문제의 한 줄'이 있었다. 

감경요소 문제점 지적... "피해 확산의 창구 될 수 있어"

감경요소 : (피고인의) 피해 확산 방지를 위한 실질적인 조치

해당 문구는 디지털 성범죄 양형기준안에 언급된 혐의 전반에서 '감경요소'로 고려되는 부분이다. 뿐만 아니라 집행유예를 선고하기 위한 '주요 참작사유'로도 언급돼있다.

피고인이 불법 촬영물·복제물이 유포되기 전 즉시 삭제하거나 폐기했을 경우, 유포된 촬영물이나 복제물을 상당한 비용·노력을 들여 자발적으로 회수한 경우 피고인에게 유리한 참작사유가 된다는 내용이다. 

서승희 대표는 위 문장을 두고 "(불법촬영물을) 유포하지 않았다고 해서 감경을 받는 것은 매우 부적절한 양형기준"이라며 "삭제·폐기 행위는 증거인멸과 구분하기 힘들기 때문에 더욱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서 대표는 "이런 내용이 양형기준에 포함되면 불법촬영 이후 증거인멸을 위해 삭제·폐기하는 가해자들 모두 감형 받을 수 있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이 문구가 또 다른 피해 확산의 창구가 될 수 있다는 지적도 공통적으로 나왔다. 서 대표는 "피고인들은 감형을 받기 위해 디지털장의사와 같은 삭제업체에 의뢰하고 계약서 등을 재판부에 제출할 가능성이 큰데, 이는 디지털성폭력으로 돈을 버는 산업구조를 강화한다"면서 "삭제 과정이 피해자가 바라지 않는 방식으로 이뤄지면서 오히려 피해자의 고통을 가중할 가능성도 있다"고 강조했다.

신진희 대한법률구조공단 서울중앙지부 변호사 또한 "사설업체가 불법영상물 플랫폼과 밀접한 관계를 갖고 있는 경우, 오히려 피해 확산의 또다른 창구가 될 위험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삭제 검증도 어렵다" VS "피해회복 고민하다 반영한 표현"
 
 2일 대법원 양형위원회는 지난 9월 15일 첫 공개한 디지털 성범죄 양형기준안을 놓고 양형위 전문위원 4명·전문가 6명·시민100여 명 등과 함께 공청회를 진행했다
 2일 대법원 양형위원회는 지난 9월 15일 첫 공개한 디지털 성범죄 양형기준안을 놓고 양형위 전문위원 4명·전문가 6명·시민100여 명 등과 함께 공청회를 진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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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한균 한국형사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유포되기 전 즉시 삭제·폐기한 경우'만이 '실질적' 조치에 상응한다"면서 "디지털 성범죄의 특성상 유포 이후에는 사실상 완전 삭제·폐기가 어렵고 또 그 여부를 검증하기도 어렵다"고 지적했다.

'촬영물 등을 이용한 협박·강요 범죄' 관련 발제를 맡은 김현아 변호사(김현아 법률사무소)도 "해당 감경인자에 '피해 확산 방지를 위한 실질적인 조치가 없다"면서 "디지털 성범죄의 특성을 반영하여 '협박·강요에 이용된 촬영물, 복제물을 자발적으로 '완전 폐기'한 경우 등을 감경인자로 반영하는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날 공청회에 참석한 강수진 양형위 전문위원(고려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부교수)는 "염려하신 부분은 모두가 공감하는 부분"이라며 "저희가 이 범죄에서 피해회복을 어떻게 표현하고 반영할 것인지 고민해서 넣었다고 생각해주시면 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강 위원은 "사실 (불법촬영물에 대한) 증거인멸을 방지하기 위해선 그 상태를 유지할 필요성도 있지만, 이런 범죄에서는 보전하는 것 자체가 피해자에게 또 다른 고통을 야기할 우려가 있다"라며 "그래서 증거보존과 피해 회복이라는 상충되는 가치에 대한 균형있는 조화점 찾는 게 중요했다"고 덧붙였다.

"일부 문구, 부적절한 감경 이뤄질 가능성을 높여"

감경요소 : (불법)촬영물의 내용을 쉽게 파악 할 수 없거나 이에 준하는 경우

해당 문구는 카메라등이용촬영범죄 양형인자 가운데 형 '감경요소'로 고려되는 부분인데, 피고인이 영상을 촬영했다 하더라도 인물이 특정되기 어렵거나 화질이 좋지 않을 경우 참작 요건이 될 수 있다는 의미다. 전문가들은 이 또한 문제가 있다고 봤다. 

신진희 변호사는 해당 문구를 두고 "불분명한 기준을 제시했다"고 말했다. 신 변호사는 "가슴이나 치마속 등 신체부위만 촬영된 사진이나 동영상의 경우, 피해자가 특정되지 않았을 뿐 성적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사람의 신체에 해당해 카메라등이용촬영죄의 구성요건을 충족한다"면서 "그 촬영물의 내용을 쉽게 파악할 수 있으므로 위 감경요소에 포섭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신 변호사는 "촬영물의 내용을 쉽게 파악할 수 없거나 이에 준하는 경우"는 집행유예의(집행유예가 권고되기 위한) 긍정적 요소로도 반영되는데, 같은 이유로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꼬집었다.

서승희 대표도 같은 입장을 전했다. 서 대표는 "구체적으로 '내용을 파악하기 어려운 경우'라고 명시할 경우, 부적절한 감경이 이뤄질 가능성을 높인다"면서 "상황과 환경의 조건으로 인해 내용 파악이 어려운 경우를 피고인의 감경 요소로 두는 것은 해당 범죄의 특성을 완전히 잘못 반영하는 조치라 할 수 있다"고 비판했다.

서 대표는 "화질이 좋지 않더라도 피고인이 의도적으로 내용을 파악하기 어렵게 했다고 보긴 어렵다"라며 "불법 합성·편집물에 대해서도 비슷하나 사유로 해당 감경요소를 제외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해당 지적에 대해 강 전문위원은 "법관으로서는 완전히 의도적인 촬영과 그렇지 않은 촬영 행위를 구별할 수 있도록, 어느정도의 양형 차이를 둘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면서 "대신 특별가중인자에 나체·성관계 등 촬영으로 극도의 성적 수치심을 유발해 심각한 피해를 야기한 경우를 넣었다. 가중 장치를 넣었다고 말하고 싶다"고 설명했다.

이밖에 이날 공청회에서는 촬영물 등을 이용한 협박, 강요죄의 경우 '신고의무자 또는 보호시설 등 종사자의 범행'을 특별 가중인자로 새롭게 고려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관련 내용을 언급한 김현아 변호사는 "해당 내용은 현재 성범죄와 디지털 성범죄 중 아동 청소년 성착취물에선 특별가중인자에 해당한다"라며 "그런데 본 범죄에는 관련 내용이 빠져있다. 반영할 필요성이 있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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