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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경찰
 부산 경찰
ⓒ 김보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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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이 강제로 키스하려는 남성에 저항해 혀를 깨물어 절단한 여성에 대해 "형사처벌 대상이 아니"라고 결론을 냈다. 부산 남부경찰서는 3일 남성의 혀를 절단해 중상해를 입힌 혐의로 피소된 여성 A씨를 불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사건을 수사한 경찰은 A씨에 대해 범죄혐의가 인정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지난 7월 B씨는 만취 상태인 A씨를 차에 태워 황령산 산길로 데려간 뒤 강제 키스를 시도했다. A씨는 B씨의 혀를 힘껏 깨물었고, B씨의 혀 일부가 잘려 나갔다. 이른바 '황령산 혀 절단 사건'으로 B씨가 A씨를 중상해 혐의로 고소하면서 '정당방위냐, 중상해냐'를 놓고 논란이 일었다.

B씨는 합의해 의한 접촉 과정에서 발생한 중상해라고 주장했고, A씨는 강제추행에 대한 대응이라며 정당방위로 맞섰다. 그러나 경찰은 차량 블랙박스와 CCTV를 분석한 결과 B씨가 A씨를 강제 추행한 것으로 보고, 강간치상 혐의로 기소 의견을 담아 검찰에 넘겼다.

정당방위 심사위원회를 개최한 경찰은 A씨가 형법 21조 2항에 따라 '과잉방위'라면서도 당시 상황을 보면 형법상 면책사유라고 봤다. 형법 21조는 "현재의 부당한 침해를 방위하기 위한 행위는 상당한 이유가 있는 때에는 벌하지 아니한다(1항)"라고 규정하고 있다. 또한 "방위행위가 그 정도를 초과한 때에는 정황에 의하여 그 형을 감경 또는 면제할 수 있다(2항)", "그 행위가 야간 기타 불안스러운 상태하에서 공포, 경악, 흥분 또는 당황으로 인한 때에는 벌하지 않는다(3항)"를 명시했다.  

경찰의 이러한 조처에 대해 여성계는 성폭력 범죄에서 여성의 방위 범위 기준을 제시한 유의미한 판단으로 평가했다. 이임순 부산여성의전화 사무국장은 <오마이뉴스>에 "당연한 결과"라며 "성범죄 사건에서 여성의 방어행위를 인정했다는 점에서 고무적"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경찰이 검찰 송치 과정에서 '과잉방위'를 언급한 것에는 아쉬움을 전하기도 했다. 이 사무국장은 "과잉방위라는 표현이 맞지 않는다. 여성이 무의식적 위기상황에 처하면 보호를 위해 행동할 수밖에 없다"며 거듭 정당방위임을 강조했다.

또한 56년 만에 용기를 내 재심을 청구한 최말자(74)씨 사건에도 동일한 적용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최씨는 수십 년 전 자신을 성폭행하려던 가해자의 혀를 깨물었다가 상해를 입혔다는 이유로 오히려 죄인으로 내몰렸고, 최근 미투를 선언하고 재심 청구에 나섰다.

이 사안을 언급한 이임순 사무국장은 "그때는 틀리고 지금은 맞다라는 것은 말이 안 된다"면서 "내달 18일 재심 여부가 결정될 것인데 재판부가 당연한 결정을 내려야 한다"고 지적했다.
  
1964년 성폭행을 시도하려던 가해자의 혀를 깨물었다가 중상해죄로 유죄를 선고받았던 최말자(74) 씨가 6일 오후 56년 만에 부산지법으로 재심을 청구했다.
 1964년 성폭행을 시도하려던 가해자의 혀를 깨물었다가 중상해죄로 유죄를 선고받았던 최말자(74) 씨가 6일 오후 56년 만에 부산지법으로 재심을 청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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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황령산 혀 절단 사건, #정당방위, #과잉방위, #부산 남부경찰서, #여성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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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김보성 기자입니다. kimbsv1@gmail.com/ kimbsv1@ohmynews.com 제보 환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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