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 옥천에서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기본소득 실험이 시작된다. 코로나19 상황 속 재난지원금 지급과 함께 '기본소득' 담론이 확대되는 가운데 이번 실험이 지역 정책의 변화로 이어질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특히 이번 실험은 '청소년'을 주제로 청년과 정치인, 지역 밖 청년 지원 조직 등이 연결돼 진행된다는 점에서 그동안과는 다른 형태의 지역운동이 펼쳐질 수 있으리라는 기대도 모아진다.
옥천의 청소년 기본소득 실험은 지역 청년 모임 'Too'의 제안에서 시작됐다. Too는 옥천 청년 이종효, 이해수, 박누리씨가 올해 상반기 결성한 모임으로 '청년 세대가 다른 세대에게 보내는 연대와 공감'을 뜻한다. 이들은 올해 상반기 문화체육관광부 주최 2020년 삼삼오오 청년인문실험 공모전에 선정돼 마을 카페의 청소년 음료 지원 사업을 진행한 바 있다. 그런 이들이 하반기에는 청소년 기본소득 실험을 통해 '청소년이 살기 좋은 지역사회'를 고민하는 자리를 만들고자 하는 것.
이 활동은 예산 마련을 비롯한 공론화 등 이들의 힘만으로는 확대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그러나 여기에 충청북도의회 박형용 도의원과 서울시 청년허브가 각각 결합하면서 실질적인 실험의 물꼬가 트였다. 서울시 청년허브는 Too 활동에 기본소득 전문가 연결 및 예산 지원을 결정했다.
이와 별개로 충청북도의회 박형용 의원이 청소년 기본소득 정책토론회를 개최하기로 하면서 지역사회 공론화의 가능성이 열렸다. 옥천 청년들의 제안에 각기 다른 조직이 '따로 또 같이' 협업하며 지역사회 변화를 도모하게 된 셈이다.
Too는 서울시 청년허브와 함께 'n개의 공론장'이라는 활동으로 청소년 기본소득 관련 의제 모임을 진행하는 한편, 충청북도의회 정책복지위원회(위원장 박형용) 주최의 정책토론회를 통해 지역사회 전반에 이 논의가 확산되도록 힘을 기울이겠다는 입장이다.
지역 청년들의 제안에 정책토론회 개최로 화답한 박형용 도의원은 "양극화 문제가 심각한 사회에서 이번 실험이 '청소년이 살기 좋은 지역'을 만드는 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이라며 "재난지원금 지급을 통해 기본소득 개념이 퍼진 이때에 관련 논의를 해본다면 그 필요성에 대한 생각이 확산될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실제 정책 마련은 요원할 수 있지만 도내 최초로 옥천이 이런 실험을 진행한다는 점에서 자부심을 느끼고, 옥천은 물론 다른 지역에까지 긍정적인 자극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9월 22일 충북도립대 미래관에서 열릴 예정인 이번 토론회에는 옥천 Too를 비롯해 기본소득 전문가, 청소년과 교사, 학부모, 옥천군의회 이용수 의원 등이 참석해 관련 이야기를 나눌 예정이다.
Too는 이번 활동을 통해 지역사회가 공동체 구성원의 행복한 삶을 함께 고민하는 시작이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청소년 기본소득 실험이 눈에 띄는 거창한 결과를 낳지 못하더라도, '더 살기 좋은 지역사회'를 함께 상상하고 만들어 가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는 기대도 덧붙였다.
이종효씨는 "청소년들이 지역을 긍정적으로 인식할 수 있는 계기가 되면 좋겠다"며 "더불어 이런 지역 활동이 활발해져 아이 키우기 좋은 옥천, 살기 좋은 옥천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해수씨는 "청소년들은 물론 지역사회 전체에 새로운 경험이 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며 "학교 안팎으로도 많은 불평등이 존재하는데 청소년들이 그런 문제를 해결하는 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더불어 이들은 청소년 기본소득 실험 이후 다른 의제를 제안하고 함께 실천할 수 있는 방법을 계속 고민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Too는 청년허브와 함께 지역 청소년, 기본소득 전문가 등이 참여하는 의제 모임을 9월 한 달 간 진행한 후 세부 실행 계획을 세울 예정이다. 이에 따라 대상자 모집과 선정, 예산 집행을 거친 후 연말 결과보고회를 열고 지역사회와 그 내용을 공유하게 된다. 이 과정에는 옥천 사회적기업 고래실이 협력기관으로 동참한다.
글 박누리
월간 옥이네 2020년 9월호(VOL.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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