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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산 정약용의 생가
▲ 여유당 다산 정약용의 생가
ⓒ 이정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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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후에 이르러 가정의 생활이 어느 정도 펴게 되었다. 부인 홍씨가 누에를 치고 가족이 함께 인삼밭을 가꾸어 수확하면서이다. (1827년) 부인은 신혼 초기부터 누에를 쳤다. 양반집 규수로 자라났지만 남편이 급제는 했으나 아직 급료가 없을 때부터 누에를 쳐서 살림을 꾸려나갔다. 

누에를 치는 아내를 지켜 본 정약용은 「원진사(蚖珍詞)」라는 시 7수를 지어 고마운 마음을 담았다. '원(蚖)'은 여름에 치는 누에를 말한다. 제1연과 제7연이다.

 반 년은 길쌈 농사 그리고는 갈고 매는 고달픔
 목화심곤 1년내내 날씨 걱정 끊임없네
 누에치기 그 보람 빠르기는 제일이라
 한 달이면 광주리에 고치가 가득

 양장 집에 긴요한 건 목화밭이니
 땅에 거름 사람 공력 게을리 할소냐
 써레로 밭을 일궈 가로 세로 아랑짓고
 씨아에 솜을 걸고 고패로 실 뽑는다. (주석 1)


정약용은 젊은 시절부터 놀고 먹는 양반들을 질시하였다. 백성들의 피와 땀을 빼앗지 말고 직접 생산에 나서라는 주장이었다. 귀향해서 얼마 뒤부터 가족과 함께 틈나는 대로 마을 건너편 백악곡에 인삼밭을 가꾸었다. 1828년에 지은 「오랜 비가 곡식을 상하게 하므로 동파의 구한삼우의 시 3수를 차운하여 송옹(윤영희)에게 받들어 보이다」에서 인삼재배의 실상을 보여준다. 

 지난해에 서산에서 와력(瓦礫,기와나 조약돌)을 주워다가
 인삼밭에 9척 높이의 계단을 만들고
 바위를 캐다가 가지런히 다듬은 다음
 모두 규격에 따라 모서리를 끊어 내었네
 일을 하는 데는 평소에 거침을 싫어하고
 좁은 성질은 본디 똑바름을 좋아하기에
 예둔(銳鈍)과 구고현(句股弦.직각 삼각형의 세 변)을 더듬어 연구하여 
 지평과 수평을 이것으로 헤아리는데
 어긋나지 않게 하려고 납작 돌 갖다 받치고
 습기를 제하려고 자갈을 따로 채워 넣노니
 물 건너의 공사 감독 피로하기도 해라
 왕래하는 작은 배는 베 짜는 북과 같네그려
 (…)

 복사꽃나무 삼백 그루를 심게 하여
 더불어 구지(仇泜 중국 감숙성의 절경으로 유명한 산)의 한 동천을 만들고
 불러도 안 일어나고 대낮까지 달게 잔다면
 시간 맞춰 등청하는 고관보다 나으리. (주석 2)

 
정약용
 정약용
ⓒ 강진군청 홈페이지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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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이 안정되면서 친한 벗들과 어울리기도 하고 인근 용문산을 찾는 등 여가를 즐겼다. 여전히 글을 쓰고 다산초당에서 집필한 각종 저술을 보완하는 일에 정력을 쏟았다. 66세이던 1827년 왕세자가 노쇠한 순조를 대리로 국정을 맡으면서 정약용을 다시 등용하려고 했으나 노론측에서 윤극배를 시켜 모함으로 저지시켰다. 노론 벽파는 여전히 그에 대한 적개심을 거두지 않고 있었다. 

평소에는 사갈시하던 조정에서 급한 일이 생기자 그의 존재가 필요해졌다. 69세이던 1830년 순조의 왕세자가 위독해지면서 백방으로 명의를 찾던 중 정약용이 의술에 능통하다는 것을 알고 종4품 부호군(副護君)의 첩지를 내렸다. 

하지만 입궐하여 세자를 진맥했을 때는 이미 운명 직전의 위급한 상황이었다. 손 쓸 겨를도 없이 물러나 약을 구하던 중 세자는 눈을 감고 말았다. 

3년 뒤인 1834년 11월 순조가 위독하다고 다시 불렀다. 급히 상경했지만 궁궐에 이르기도 전에 왕의 붕어 소식이 들렸다. 두 차례 모두 성과없이 끝나고, 더 이상 출사하는 일 없이 포의(布衣)로서 노령을 지내게 되었다.


주석
1> 김지용, 『다산의시문(상)』, 212~213쪽.
2> 차벽, 앞의 책, 346~347쪽.

 

덧붙이는 글 | <[김삼웅의 인물열전] 다시 찾는 다산 정약용 평전>은 매일 여러분을 찾아갑니다.


태그:#다산, #정약용평전, # 정약용, #다산정약용평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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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사독재 정권 시대에 사상계, 씨알의 소리, 민주전선, 평민신문 등에서 반독재 언론투쟁을 해오며 친일문제를 연구하고 대한매일주필로서 언론개혁에 앞장서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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