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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 고교에 다니는 이형섭 씨가 유튜브에서 발언하고 있다.
 강원도 고교에 다니는 이형섭 씨가 유튜브에서 발언하고 있다.
ⓒ 유튜브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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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만히 있으라'는 안내 방송이 떠오릅니다. 지금 한국 사회는 학생에게 다른 의미로 '가만히 있으라'고 강제하고 있는 건 아닐까, 그래서 참 무섭고 두렵습니다."
 

코로나19 속에서 "어떠한 결정권도 없이 이리 치였다 저리 치였다 하던"(강원도 고등학생 이형섭씨) 학생들이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마이크를 준 곳은 375개 단체가 모인 촛불청소년인권법제정연대(아래 촛불연대)다.

"빡친 학생들의 목소리를 들어라!"

청소년들은 지난 14일부터 공개되기 시작한 '촛불청소년인권법제정연대' 유튜브를 통해 "빡친(화가 난) 학생들의 목소리를 들어라" 하고 외치기 시작했다. 발언에 나선 청소년은 모두 13명이다.

강원도에 있는 한 고교에 다니는 이형섭씨는 "'이 시국'에 학교가 필요한 건 고3보다 초등학교 1~2학년"이라면서 "그런데 '대학입시' 덕분에 전대미문의 사태로 세상이 멈춰 섰는데도 고3은 학교에 나오라고 했다"면서 다음처럼 말했다.

"지금 우리, 학생들은 가엾습니다. '이 시국'에 어떠한 결정권도 없이 이리 치였다 저리 치였다 할 뿐이죠. 더 우스운 건 의견을 들으려는 노력조차 하지 않는다는 사실입니다. 그런데도 대입 정책이 얼마나 견고한지 '어쩔 수 없다'고 말하고 계십니다."

결국 이씨는 "지금 한국 사회는 학생에게 '가만히 있으라'고 강제하고 있는 건 아니냐"고 외쳤다.

한 대구 고등학생은 코로나 시대 학생들의 처지를 '무생물'에 견줬다.

"코로나 시대에 학생은 그저 무생물에 가까운 존재인 것 같습니다. 수업에 빠지면 놓치는 것들이 너무 많기에 의심 증상이 발현되어도 '증상 없음'을 체크하고 등교해야 합니다. 시험기간이라 스트레스를 받은 건지 코로나 증상인지를 구분해 낼 수 없는데, 수업을 놓칠 수는 없기 때문에 어쩔 수 없습니다. 같은 반 학생이 열이 나는 이유가 코로나이지 않기를, 내가 코로나 환자 옆에서도 코로나에 걸리지 않는 몸이기를 바랄 수밖에 없습니다."

이어 일움씨는 "학교는 학생의 아플 권리도, 건강할 권리도 보장하지 않은 채로 아득바득 입시 준비만을 이어 나간다"면서 "수많은 존재들의 몸을 부정하는 것을 감히 교육이라고 말하지 말라"고 꼬집었다.

코로나 위험을 핑계로 학생들을 힘들게 하면서, 코로나 위험 속에서 세균 가득한 핸드폰을 걷는 학교의 이중적인 모습에 대한 성토도 이어졌다.

경기지역 중학교에 다니는 김서희씨는 "10분 휴식조차 학생들끼리 접촉, 대화를 하면 비말이 튈 수 있어 감염률이 증가할 수 있다고 하여 쉬는 시간조차 존중받지 못하고 있다"면서도 "비말이 튄다는 이유로 쉬는 시간은 줄였는데 바이러스와 세균이 가득한 스마트폰을 걷는지 학생들은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고개를 흔들었다. (관련 기사 : 학교 안 휴대폰 밀접접촉 괜찮을까 http://omn.kr/1npms)

부산지역 청소년으로 자신을 소개한 김찬씨는 "지난 5월, 등교 수업을 결정하는 과정에서 학생들의 의견은 어떻게 반영되었는지를 묻는 질문에 교육부 장관은 '학부모님들의 의견과 선생님들의 의견에 학생들의 의견이 반영되었을 것'이라고 말했다"면서 "나도 학교를 다니고 있고, 학교 운영 정책의 영향을 받는 사람 중 한 명인데 왜 학교에 가는 것이 두려운 내 의사는 반영되지 않는 것인지 이해할 수 없었다"고 밝혔다.

"고3 항체가 따로 있는 게 아닙니다"

강원도에 있는 고교에 다니는 미소씨도 "학교에 가는 건 학생들인데, 왜 부모님과 학교, 정부가 우리 생명을 결정하고 판가름 짓느냐"면서 다음처럼 강조했다.

"어른들 말이 다 옳은가요? 세월호 참사뿐만 아니라, 다른 곳에서도 그 말에 회의를 많이 느낍니다. 저희도 사람이고 무섭습니다. 저희는 다른 사람과 달리 항체가 있는 것도 아닙니다. 이런 생명과 직결되는 상황에서도 생존권을 보장받지 못한다면 저희는 누구에게 생존권을 보장받아야 하나요? 현 시국에서 국가의 역할과 책임은 무엇인가요?"

태그:#코로나 청소년 인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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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에서 교육기사를 쓰고 있습니다. '살아움직이며실천하는진짜기자'가 꿈입니다. 제보는 bulgom@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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