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제9구단' NC 다이노스의 2020년 사상 첫 통합우승은 한국야구의 시대 변화를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건이라고 할 수 있다. NC는 83승 6무 55패(.601)로 정규리그 1위를 차지한 데 이어 한국시리즈에서는 디펜딩챔피언 두산 베어스를 4승 2패로 꺾고 통합 우승을 확정 지었다. 이로써 NC는 2011년 한국 프로야구 9번째 구단으로 창단한 이래 9년, 1군 합류 기준 8시즌 만에 정상에 오르며 진정한 최고의 팀으로 우뚝 섰다.
 
 24일 오후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2020시즌 KBO리그 한국시리즈에서 창원 NC 다이노스가 우승을 결정 짓고 우승 세레모니를 하고 있다. NC 다이노스는 2020시즌 통합 우승을 차지 했고 2011년 창단 후 첫 한국시리즈 우승을 거뒀다.

24일 오후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2020시즌 KBO리그 한국시리즈에서 창원 NC 다이노스가 우승을 결정 짓고 우승 세레모니를 하고 있다. NC 다이노스는 2020시즌 통합 우승을 차지 했고 2011년 창단 후 첫 한국시리즈 우승을 거뒀다. ⓒ 이희훈

 
NC는 한국을 대표하는 온라인·IT게임 개발사인 NC소프트를 모기업으로 창단했다. 2008년 베이징올림픽 금메달 신화를 일궈낸 김경문 감독을 초대 사령탑으로 선임하며 2012년 퓨처스리그 참가에 이어 2013년부터 본격적으로 1군 리그에 뛰어들었다.

NC의 등장이 시작부터 환영받았던 것은 아니다. 그래서 주로 대기업 구단들이 주도하던 프로스포츠 시장에서 생소한 IT 게임 업체를 기반으로 하는 중견 규모의 기업이 과연 프로야구단을 안정적으로 이끌어나갈 수 있을까 걱정하는 시각이 많았다. 기존 구단들은 가뜩이나 적자구조를 면치 못하고 있는 프로야구 시장에서 자신들의 파이를 나눠야하는 신생구단 창단의 당위성을 납득하지 못했고, 연고지와 신축구장 문제를 둘러싼 통합 창원시와의 정치적 이해관계도 극복해야 했다.

프로야구 신흥강자로 떠오르다

NC는 각종 어려움 속에서도 묵묵히 한발씩 전진을 멈추지 않았다. KBO리그 합류 첫해인 2013년 막내의 혹독한 신고식을 우려하는 전망이 무색하게 첫 9개구단 체제에서 꼴찌를 피해 7위로 무난한 성적을 거두며 순조롭게 출발했다. 이듬해인 2014년 2년차 만에 리그 3위에 올라 처음으로 포스트시즌에 진출했고, 2016년 NC는 정규리그 2위로 창단 첫 한국시리즈 진출까지 성공했다. NC는 2014년부터 2017년까지 4년연속 가을야구 진출에 성공하며 어엿한 프로야구의 신흥 강자로 올라섰다.

2018년에는 일시적인 암흑기를 겪었다. 선수들의 잇단 줄부상 속에 하위권으로 추락하면서 창단 첫 꼴찌를 기록했고, 김경문 감독이 자진사퇴하기도 했다. 절치부심한 NC는 수비코치였던 이동욱 감독에게 지휘권을 맡기고 팀을 재편했다. NC는 이동욱호 첫해인 2019시즌 5위로 가을야구에 다시 복귀한 데 이어 2년차인 올해는 마침내 첫 통합우승까지 차지하는 상승세로 프로야구에 새로운 역사를 썼다.

우여곡절은 있었지만 이제 창원 연고지에 완벽하게 자리를 잡으며 지역 PK팬들을 고정 팬덤으로 흡수했다. 올해는 KBO리그가 미국에 중계되기 시작한 것을 계기로 해외 팬덤도 급격히 증가했다. 2019년부터는 최신식 설비를 갖춘 창원 NC파크 신구장도 성공적으로 개장하며 더 쾌적한 환경에서 야구를 즐길 수 있게 됐다.

2020시즌의 NC는 전력의 핵심인 포수 양의지와 간판타자 나성범, 애런 알테어-박민우-박석민-이명기 등 막강 타선과, 원투펀치 드류 루친스키와 마이크 라이트, 토종 에이스 구창모로 이어지는 선발야구가 이상적인 조화를 이루며 승승장구했다.

올시즌 개막 2주차인 5월 13일 8게임만에 첫 1위에 오른 뒤 139게임만인 10월 24일에 대망의 우승을 확정하며 시즌 종료까지 무려 5개월 동안 단 한 번도 선두 자리를 빼앗기지 않았다. 후반기 들어 부상자 속출 속에 9월 15일에는 키움에 쫓겨 게임차가 아예 사라지기도 했고, 한때 6연패에 빠지기도 했다. 하지만 2위 그룹들의 거센 추격과 내부의 위기에도 흔들리지 않고 끝내 정상을 지켜내는 뒷심을 보여줬다.

한국시리즈에서 만난 상대는 공교롭게도 두산 베어스. 초대 김경문 감독부터가 두산 사령탑 출신인 데다 NC가 강팀이 되어가는 과정에서 손시헌, 이종욱, 양의지 등 두산 출신 선수들의 비중이 작지 않았다. 더구나 두산은 4년 전인 2016시즌 NC의 한국시리즈에서 4전전패 준우승이라는 굴욕을 안긴 빚이 있는 상대이기도 했다.

NC는 1차전 승리 이후 알테어를 둘러싼 뜻밖의 '마스크 게이트' 논란, 연이은 실책 퍼레이드 속에서 2,3차전을 내리 내주며 위기를 맞이했다. 심기일전한 NC는 4차전부터 마운드가 위력을 발휘하며 두산 타선을 꽁꽁 묶었다. NC는 2연속 영봉승 포함, 3차전 8회말부터 마지막 6차전 6회까지 두산에 단일 PS 신기록인 '25이닝 연속 무득점'이라는 굴욕을 안기며 2016년 한국시리즈에서 4연패 하는 동안 단 2점을 올리는데 그쳤던 빚을 4년만에 갚았다.

유일한 약점으로 꼽혔던 불펜은 루친스키(4차전) 라이트(6차전)를 중간에 적절히 불펜 투수로까지 활용하는 파격적인 승부수로 보완했다. 루친스키는 올해 한국시리즈에 3차례 등판해 2승 1세이브를 올렸고, 우승청부사로 영입된 포수 양의지는 한국시리즈 MVP를 손에 넣으며 4년 125억의 투자가치가 헛되지 않았음을 증명했다.

NC의 빠른 성장비결은 '육성과 투자'의 이상적인 조화에서 비롯된다. NC는 창단 이후 구창모-나성범-박민우-송명기-이재학 등을 빠르게 주축 선수로 키워냈고, 양의지-이호준-박석민-에릭 테임즈-에릭 해커-드류 루친스키-애런 알테어 등 외부 FA와 외국인 선수들을 적재적소에 영입하는 과감한 투자로 전력을 끌어올렸다. 성장 과정에서 다른 전통의 프로구단들도 흔히 겪는 현장과 프런트의 불협화음, 선수단 내 파벌, 구단 수뇌부를 둘러싼 구설수같은 잡음이 적었다는 것도 호평받는 부분이다.

스타플레이어 선수 출신은 아니지만 2005년부터 프로야구 코칭스태프로 활약한 이동욱 감독은 데이터를 적극 활용한 냉철한 판단과 오랜 지도자 경험을 통한 온건한 리더십으로 선수단을 무리 없이 이끌며 사령탑 데뷔 2년만에 우승 감독이자 명장의 반열에 올랐다. 여기에 '택진이형'이라는 친근한 별명으로 불린 김택진 구단주의 야구단에 대한 진정성 있는 관심과 적극적인 투자는 NC가 짧은 시간 만에 최고의 팀으로 올라설 수 있었던 가장 큰 원동력이었다.

NC의 우승이 갖는 의미

한편으로 NC의 우승은 향후 국내 프로야구계에도 많은 변화를 시사한다. 올시즌 프로야구 막내 구단 KT도 2위로 창단 첫 가을야구 진출에 성공하며 9,10번째 구단이 사상 첫 정규리그 1,2위를 싹쓸이하는 뜻깊은 장면이 연출됐다. 이는 '10개구단 시대에서의 달라진 KBO리그 판도'를 보여주는 전환점이라 할 수 있다.

전통의 명문구단들은 올시즌 나란히 고전을 면치 못했다. 한화와 SK는 시즌 초반으로 2약으로 추락하며 연패 기록을 잇달아 경신하는 등 굴욕을 겪었다. NC의 프로야구 진입을 가장 끝까지 반대하던 '낙동강 라이벌' 롯데를 비롯하여, 최다우승 1,2위에 빛나는 KIA와 삼성은 정작 올해도 역시 가을야구 무대조차 밟지 못했다.

또한 창단 9년만에 우승까지 차지한 NC와 달리, 롯데는 올해로 KBO리그 역대 최장 기록인 28년째(1992년), LG는 26년(1994년), 한화는 21년(1999년)째 정상과 인연을 맺지 못하며 오랜 역사와 상반되는 '21세기 무관 트리오'라는 불명예 기록을 이어가고 있다.

올해로 6년 연속 한국시리즈에 오르며 왕조를 이어가던 두산도 모기업의 심각한 재정 악화와 계속된 FA 전력유출, 기존 전력의 노쇠화 등으로 올시즌 이후 큰 폭의 재정비가 필요한 시점이다. '2020년대 최초의 우승팀'으로 등극한 NC의 성장은 또 한번 급변하고 있는 국내 프로야구 지형도의 미래를 암시하는 중요한 사건이라고 할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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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C우승 김택진대표 양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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