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오후 7시 창원축구센터에서 벌어진 2020 K리그 2 준플레이오프 경남FC와 대전 하나 시티즌과의 경기에서 경남 고경민 장혁진 선수가 플레이오프 진출이 확정되자 기쁨을 나누고 있다.

25일 오후 7시 창원축구센터에서 벌어진 2020 K리그 2 준플레이오프 경남FC와 대전 하나 시티즌과의 경기에서 경남 고경민 장혁진 선수가 플레이오프 진출이 확정되자 기쁨을 나누고 있다. ⓒ 한국프로축구연맹

 
어웨이 팀 대전 하나 시티즌 조민국 감독대행은 김용우 주심 앞에서 억울한 표정을 감출 수 없었다. 한 번도 아니고 두 번이나 VAR(비디오 판독 심판) 시스템에 의해 골이 취소됐기 때문이다. 게임 종료 휘슬 소리를 듣고 대전의 바이오는 그대로 드러누워 옷으로 얼굴을 덮어버렸다. 후반전에 자신이 게임 흐름을 두 번이나 바꾸는 골들을 터뜨렸지만 실제로 점수판에 반영된 것은 하나도 없었기 때문이었다. 이것도 축구이니 마음대로 뒤집을 수는 없는 것이었다.

설기현 감독이 이끌고 있는 경남 FC가 25일 오후 7시 창원축구센터에서 벌어진 2020 K리그 2 준플레이오프 대전 하나 시티즌과의 홈 게임에서 1-1로 비겼다. 경남 FC가 이기지는 못했지만 정규리그 상위 팀이 받는 우대 규정에 따라 29일 수원 FC와 마지막 게임(승격 플레이오프)을 뛸 수 있는 기회를 잡은 것이다.

엇갈린 운명의 VAR

다음을 기약할 수 없는 단 한 번의 기회였기에 양팀 선수들은 모든 것을 쏟아내며 최선을 다해 뛰었다. 60분이 넘어서면서 그라운드에서 눈을 뗄 수 없을 정도로 흐름이 시시각각 바뀌고 있었다. 61분에 어웨이 팀 대전 하나 시티즌이 먼저 웃었다. 멋진 삼각 패스가 맞아 떨어지며 아름다운 골이 나왔다. 에디뉴-박용지-박진섭-에디뉴로 이어진 빠르고 정확한 패스가 홈 팀 경남 FC 수비수들을 꼼짝 못하게 만들었다.

하지만 홈 팀 경남 FC가 이대로 주저앉을 수는 없었다. 8분 후 천금의 동점골을 뽑아낸 것이다. 설기현 감독이 믿고 교체로 들여보낸 골잡이 박기동이 딱 4분만에 기막힌 왼발 컷 백 크로스로 고경민의 오른발 골을 도운 것이다. 점수판은 1-1이 되었지만 절대적으로 유리한 것은 정규리그 순위표 위에 있는 경남 FC였다.

그런데 진짜 축구는 그 순간부터였다. 71분에 대전 하나 시티즌이 결정적인 페널티킥 기회를 잡아낸 것이다. 대전 하나 시티즌 주장 완장을 찬 박진섭이 날린 오른발 중거리슛을 경남 FC 수비수 배승진이 막으려다가 왼손으로 막은 것이 김용우 주심과 VAR 카메라에 정확하게 잡힌 것이다.

11미터 지점에 공을 내려놓은 주인공은 대전 하나 시티즌의 골잡이 바이오였다. 74분에 바이오가 찬 페널티킥이 골문 왼쪽 구석으로 정확하게 굴러들어갔다. 하지만 주심의 휘슬 소리가 길게 울리며 골이 취소됐다. 대전 하나 시티즌 교체 선수 이규로가 경남 FC 페널티 에어리어 안쪽으로 먼저 뛰어들어간 것이 눈에 띈 것이다.

그리고 이어진 두 번째 페널티킥은 실패였다. 부담감을 느낀 바이오가 오른발 인사이드 킥 방향을 너무 틀어버린 바람에 손정현 골키퍼가 지키고 있는 경남 FC 골문 왼쪽 기둥을 벗어난 것이다. 바이오는 이 엄청난 부담감을 89분에 벗어던지는 활약을 펼치며 멋진 추가골을 넣었다. 이 골을 도운 선수가 마침 페널티킥 골 취소의 빌미가 된 이규로였기에 더 놀라웠다. 바이오와 이규로는 동료 선수들과 어울려 이 극장골에 더 큰 기쁨을 나누고 있었다.

하지만 운명의 VAR 판독이 유독 길게 이어졌다. 이규로의 도움-바이오의 오른발 골 순간은 아무 문제도 없었다. 오프 사이드로 의심받을 선수조차 없었지만 바이오의 슛이 들어가기 직전 바로 앞 경남 FC 수비수 최준을 잡아 넘어뜨린 이정문의 잡기 반칙이 VAR 카메라에 그대로 찍힌 것이다. 안 해도 될 듯한 반칙 행위 하나가 이 게임 운명을 바꾼 셈이다.

유독 길었던 VAR 확인 시간 때문에 추가 시간이 8분 가량 이어졌지만 대전 하나 시티즌 선수들은 종료 휘슬 소리를 듣고 그라운드에 털썩 주저앉을 수밖에 없었다. 야심차게 팀을 재창단해 도전한 첫 시즌에 K리그 1으로 올라가는 문이 닫힌 순간이었다. 

반대로 살얼음판 게임에서 한숨을 돌린 경남 FC는 오는 29일 오후 3시 수원종합운동장에서 열리는 수원 FC(정규리그 2위)와의 승격 플레이오프 기회를 잡았다.

2020 K리그 2 준 플레이오프 결과(25일 오후 7시, 창원 축구센터)

경남 FC 1-1 대전 하나 시티즌 [득점 : 고경민(69분,도움-박기동) / 에디뉴(61분,도움-박진섭)]
- 경남 FC 플레이오프 진출(동점으로 끝날 경우 정규리그 상위 팀 플레이오프 진출 규정)

경남 FC 선수들
FW : 박창준(78분↔네게바), 고경민
MF : 백성동, 장혁진, 정혁(90+7분↔강승조), 도동현(65분↔박기동)
DF : 유지훈, 배승진, 이광선, 최준
GK : 손정현

대전 하나 시티즌 선수들
FW : 바이오
AMF : 김승섭, 박용지(64분↔이규로), 에디뉴(87분↔김세윤)
DMF : 채프만, 박진섭
DF : 서영재, 이지솔, 이웅희, 이종현(82분↔이정문)
GK : 김근배

2020 K리그 2 플레이오프 일정
수원 FC - 경남 FC (11월 29일 일요일 오후 3시, 수원종합운동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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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대인고등학교에서 교사로 일합니다. 축구 이야기, 교육 현장의 이야기를 여러분과 나누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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