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KBO리그 시상식은 야구팬들의 예상대로 kt의 집안 잔치가 됐다.

kt 위즈의 외국인 타자 멜 로하스 주니어와 신인 투수 소형준은 30일 서울 임피리얼 팰리스 호텔 그랜드블룸에서 열린 2020 신한은행 SOL KBO리그 시상식에서 각각 정규리그 MVP와 신인상을 수상했다. 이로써 kt는 1985년 해태 타이거즈와 1993년 삼성 라이온즈, 2006년 한화 이글스, 2007년 두산 베어스, 2012년 넥센 히어로즈에 이어 MVP와 신인왕을 동시에 배출한 역대 6번째 팀이 됐다.

kt는 MVP와 신인왕 외에 개인 시상 부문에서도 많은 수상자를 배출했다. 올 시즌 리그에서 유일하게 30홀드를 돌파한 주권(31홀드)이 생애 첫 홀드왕을 수상했고 퓨처스리그에서는 김태훈이 남부리그 타격 1위(타율 .367), 강민성이 남부리그 홈런 1위(12개)를 차지했다. kt에서 활약하다가 현재 상무에서 군복무 중인 엄상백도 남부리그 평균자책점(1.68)과 다승(10승) 타이틀을 휩쓸며 2관왕을 차지했다.

5선발로 시작해 마법사들 에이스로 거듭난 무서운 신인
 
 kt wiz 우완 소형준이 30일 서울시 강남구 임피리얼 팰리스 호텔에서 열린 2020 신한은행 쏠(SOL) KBO 시상식에서 신인왕을 수상한 뒤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2020.11.30

kt wiz 우완 소형준이 30일 서울시 강남구 임피리얼 팰리스 호텔에서 열린 2020 신한은행 쏠(SOL) KBO 시상식에서 신인왕을 수상한 뒤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2020.11.30 ⓒ 연합뉴스

 
유신고 시절부터 이미 초고교급 투수로 불리던 소형준은 많은 야구 전문가들로부터 '당장 프로에서 통할 수 있는 완성형 투수'라는 극찬을 받았다. 하지만 이를 그대로 믿는 야구팬은 그리 많지 않았다. 실제로 KBO리그에는 2006년의 류현진(토론토 블루제이스)을 끝으로 지난 13년 동안 한 번도 '고졸 신인 10승 투수'가 나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만큼 프로와 아마추어의 격차는 점점 크게 벌어지고 있는 추세였다.

소형준은 이강철 감독의 신임 속에 kt의 5선발로 시즌을 시작했지만 프로 데뷔 후 첫 9경기에서 4승 5패 평균자책점 6.65로 신인의 한계를 절감했다. 소형준의 대활약을 믿어 의심치 않았던 이강철 감독은 소형준이 예상외로 부진에 빠지자 6월 말 소형준을 2군에 내려 한 차례 재정비의 시간을 주기도 했다. 그리고 2군에서 숨을 고르고 돌아온 소형준은 전혀 다른 투수로 변모하며 야구팬들을 놀라게 했다.

소형준은 8월 한 달 동안 5경기에 등판해 4승 무패 1.57로 호투하며 한국야구위원회가 선정한 8월 MVP를 차지했다. 고졸신인의 월간 MVP 선정은 1983년 8월 롯데 자이언츠 소속이었던 고 유두열 이후 무려 37년 만이었다. 후반기 14경기에서 8승 1패 ERA 2.50이라는 놀라운 성적을 기록한 소형준은 13승 6패 ERA 3.86으로 정규리그를 마쳤다. 비록 규정이닝은 채우지 못했지만 13승은 박종훈(SK와이번스)과 함께 올해 토종 투수 최다승 타이기록이었다.

소형준의 진가는 포스트시즌에서 더욱 돋보였다. 오드리사머 데스파이네와 윌리엄 쿠에바스를 제치고 플레이오프 1차전 선발투수로 낙점된 소형준은 6.2이닝을 3피안타 무실점으로 틀어 막으며 두산의 '가을에이스' 크리스 플렉센과 대등한 투구를 선보였다. 4차전에서는 4회 최주환에게 결승 투런 홈런을 허용하며 만19세 소년다운 인간미(?)를 보이기도 했다.

총점 511점으로 LG 트윈스의 홍창기(185점)를 여유 있게 제치고 신인왕을 차지한 소형준은 이미 차세대 대표팀을 이끌 우완 에이스 후보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만약 소형준이 내년으로 예정된 도쿄 올림픽에 출전해 메달을 따낸다면 젊은 선수들에게 가장 부담스런 병역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지난 10여년간 대표팀 마운드를 이끈 좌완 듀오 류현진과 김광현(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처럼 소형준도 국가대표 에이스의 계보를 이을 수 있다는 뜻이다.

지난 4년 동안 꾸준히 성장해 최고가 된 로하스
 
 kt wiz 외야수 멜 로하스 주니어가 30일 서울시 강남구 임피리얼 팰리스 호텔에서 열린 2020 신한은행 쏠(SOL) KBO 시상식에서 정규시즌 MVP를 수상한 뒤 온라인으로 소감을 전하고 있다. 2020.11.30

kt wiz 외야수 멜 로하스 주니어가 30일 서울시 강남구 임피리얼 팰리스 호텔에서 열린 2020 신한은행 쏠(SOL) KBO 시상식에서 정규시즌 MVP를 수상한 뒤 온라인으로 소감을 전하고 있다. 2020.11.30 ⓒ 연합뉴스

 
타이론 우즈와 에릭 테임즈는 KBO리그에서 정규리그 MVP를 수상했던 외국인 타자라는 공통점이 있다. 하지만 우즈와 테임즈 모두 KBO리그에 진출할 때부터 이미 타자로서 완성된 기량을 갖추고 있었다. 그 결과 우즈는 한국 진출 첫 시즌이었던 1998년에 당시 KBO리그 홈런 신기록을 세웠고 테임즈는 한국에서의 두 번째 시즌이었던 2015년에 전인미답의 '40-40클럽'에 가입했다.

하지만 로하스는 우즈, 테임즈와는 다르다. 2017년 조니 모넬의 대체 외국인 선수로 kt 유니폼을 입었을 때만 해도 로하스는 정상급 외국인 선수와는 거리가 멀었다. 실제로 로하스는 입단 첫 해 3할 타율에 18홈런을 기록했지만 5개의 도루를 성공시키는 동안 8번의 실패가 있었을 정도로 세련된 플레이를 하는 선수는 아니었다. 만약 이 때 kt가 로하스를 포기했다면 야구팬들은 올해 타격 4관왕의 주인공을 만나지 못했을 것이다.

로하스는 2017 시즌이 끝난 후 kt와 재계약했고 KBO리그에서 장거리 타자로 성공하기 위해 호리호리하던 체격을 동료들도 못 알아볼 정도로 크게 불렸다. 그 결과 로하스는 2018 시즌 43홈런 114타점 114득점으로 홈런 공동 2위에 오르며 홈런 타자로 확실히 거듭났다. 로하스는 거의 모든 강타자들의 타격 성적이 떨어졌던 작년 시즌에도 .305였던 타율을 .322로 끌어 올리며 점점 완성형 타자로 발전했다.

그리고 올해 로하스는 홈런과 타점,득점,장타율 타이틀을 모두 쓸어 담으며 리그 최고의 선수로 선정됐다. 8월의 슬럼프(타율 .206)만 없었다면 2010년의 이대호(롯데)에 이어 타격 7관왕도 가능했던 엄청난 활약이었다. 로하스는 플레이오프에서도 kt의 포스트시즌 창단 첫 홈런을 터트리며 간판타자로서의 자존심을 지켰다. 2017년에 한국땅을 밟아 해마다 발전을 거듭한 끝에 올해 드디어 최고의 선수로 우뚝 선 것이다.

명실상부한 KBO리그 최고의 선수로 인정 받은 로하스는 일본 프로야구의 한신 타이거즈를 비롯해 메이저리그의 여러 구단들에게도 관심을 받고 있다. 로하스는 올해 kt로부터 150만 달러의 연봉을 받았지만 일본과 메이저리그가 동시에 경쟁이 붙으면 내년 시즌 kt 잔류를 장담할 수 없다. 하지만 로하스가 내년 시즌 더 큰 무대에서 뛴다 해도 야구팬들은 그라운드를 질주하던 2020년 KBO리그 최고의 선수 로하스를 오래도록 기억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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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O리그 시상식 MVP 멜 로하스 주니어 소형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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