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더 프롬>의 한 장면.

영화 <더 프롬>의 한 장면. ⓒ 넷플릭스

 
가장 화려한 생활을 꿈꾸며 활동하는 스타와 본인의 성 정체성을 고민하며 전전긍긍하는 한 소녀가 만났다. 명분은 성소수자 차별을 공공연하게 드러내는 사람들을 향한 일갈인데 그 속내가 좀 복잡하다.

글로벌 OTT 업체 넷플릭스가 제작한 영화 <더 프롬>은 졸업 파티(prom)을 앞두고 자신이 게이임을 밝히려 하는 한 소녀와 그를 돕고자 뉴욕에서 인디애나까지 찾아온 네 배우의 이야기다. 

한국 문화와는 다소 다르지만 미국에서 졸업 파티는 해당 학생들에겐 큰 의미를 갖는다. 성인이 되는 동시에 독립을 향한 첫걸음이자 통과의례기에 이날 참가자들은 화려하고도 본인의 가장 멋진 모습을 보여주고자 하는 전통이 있다. 

주인공 에마(조 엘런 펠먼)는 조금 다른 사정이 있다. 자신이 여자친구를 사랑하는 게이임을 프롬에서 당당히 밝히고 싶어하는데 이 사실을 감지한 학부모회와 학생들이 격하게 반대한다. 동성애를 불법 내지는 비윤리적이라 생각하는 자신들의 가치관 때문이다. 인디애나주라는 보수적 문화가 강한 환경적 배경 아래 에마는 괴로워한다.

비슷한 시기 네 브로드웨이 배우는 마침 자신들이 참여했거나 제작한 작품이 엎어지는 시련을 당한다. 한때 잘나갔던 고집불통 배우 디디(메릴 스트립)와 자신이 줄리어드 대학 출신이라는 이상한 자부심을 지닌 트렌트(앤드루 래널스), 그리고 동료 배우인 앤지(니콜 키드먼)와 배리(제임스 코든)는 우연히 에마의 소식을 듣는다. 마침 하향 곡선을 탄 것 같던 자신들의 인생을 이 소녀를 통해 바꿀 수 있을 것이란 기대를 한다.

<더 프롬>은 이처럼 기성 세대이면서 스타 배우들의 이기적 면모와 기회주의적 속성을 은근하게 짚으면서 소수자를 향한 미국 내 강한 차별적 시선을 다룬다. 다양성과 존중을 미덕으로 내세우지만 미국 또한 오랜 노예 제도의 상처가 있고, 여전히 인종차별과 성소수자 혐오 등의 문제가 사회적으로 부각되는 곳이다. 이런 분위기를 영화에 나름 유쾌하게 반영한 특징이 있다.

 
 영화 <더 프롬>의 한 장면.

영화 <더 프롬>의 한 장면. ⓒ 넷플릭스

 
동명의 브로드웨이 뮤지컬을 원작으로 했기에 영화 또한 기본적으로 뮤지컬 영화 구성이다. 신나는 댄스와 어우러지는 노래들은 <더 프롬>의 교조적 분위기를 상쇄하는 좋은 수단이다. 기본적으로 성소수자 혐오, 그리고 여기에 맞서는 인물의 대결 구도기에 영화 자체로는 평이하면서도 다소 설교적이라는 느낌을 주는 편이다. 뮤지컬 노래가 이런 구성에서 나름 빛을 발하는 셈이다.

위의 단점만 잘 지나치면 <더 프롬>은 시종일관 발랄한 분위기와 원색의 색감, 그리고 주인공에서 보조출연자들까지 잘 짜인 안무와 노래를 즐길 수 있는 작품이다. 메릴 스트립, 니콜 키드먼 등 할리우드 스타 배우들이 전면에 서서 성소수자 차별에 저항하는 노랠 한다는 것 자체로도 꽤 두근거리는 일일 것이다. 작은 소동극 같은 구성임에도 이런 배우들이 대거 출연했다는 건 상징적이다. 관객 입장에선 묘하게 위로받는 느낌을 가져갈 수도 있을 영화다.

한줄평: 혐오 반대를 노래하는 데서 얻는 용기와 위로
평점: ★★★☆(3.5/5)

 
영화 <더 프롬> 관련 정보

연출: 라이언 머피
출연: 메릴 스트립, 제임스 코든, 니콜 키드먼, 앤드로 래널스 등
각본: 밥 마틴, 채드 베글린
제작: 라이언 머피, 도리 베린스틴, 빌 더매슈키, 알렉시스 마틴 우돌, 애덤 앤더스
제공: 넷플릭스
국내극장배급; 메가박스중앙플러스엠
극장개봉: 2020년 12월 2일
넷플릭스 공개: 2020년 12월 1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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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메가3같은 글을 쓰고 싶다. 될까? 결국 세상을 바꾸는 건 보통의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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