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조제> 배우 남주혁 인터뷰 사진

ⓒ 워너브러더스 코리아(주)

 
"어떻게 하면 진짜같아 보일까, 이런 대사는 진짜처럼 보일까? (상대 배우와) 주고받는 것들이 진짜같을까에 대한 고민을 많이 하게 된다."

배우 남주혁은 올해 스크린, 텔레비전, OTT 플랫폼을 종횡무진하며 다양한 청춘의 얼굴을 연기해냈다. 그는 극복하기 어려운 핸디캡 때문에 무기력해진 인물이 되기도 하고(<보건교사 안은영>), 뜻밖에 시작된 첫 연애에 어쩔 줄 몰라 하는 풋풋한 청춘이 되기도(<스타트업>) 했다. 때론 불안하고 불완전해 보였던 작품 속 남주혁은 그가 말하는 대로 '진짜' 청춘의 모습이었다.

7일 화상 인터뷰를 통해 남주혁을 만났다. 그는 "최근 그런(현실적인 청춘) 캐릭터들을 많이 연기했다. 저 역시 대본을 볼 때 제게 와닿는 대사가 있고, 감정적으로 뭔가 느껴지는 장면들이 있다. 그런(청춘의 이야기를 하는) 대본들을 볼 때 내가 표현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며 "현실적이지 않은 부분도 현실성 있게 다가가게 만드려는 욕심도 있다. 그 순간들을 온전히 대본을 보면서 느꼈던 대로 연기자로서도 보여드리고 싶다는 마음이 컸다"고 밝혔다.

10일 개봉한 영화 <조제>에서 남주혁이 맡은 영석 캐릭터 역시 그러한 청춘이었다. <조제>는 대학 졸업을 앞둔 취업준비생 영석이 우연히 자신을 조제(한지민 분)라고 불러달라는 한 사람을 만나면서 시작되는 잔잔한 사랑 이야기다. 일본 작가 다나베 세이코의 소설 <조제와 호랑이와 물고기들>이 원작인데, 이미 2004년 개봉한 동명의 일본 영화를 통해 국내 관객들에게도 많은 사랑을 받은 바 있다. 남주혁은 영석을 통해 섬세하고 깊은 청춘의 심리를 보여주고 싶었다고 했다.

"<조제> 시나리오를 받고 영석이라는 캐릭터를 보고 읽었을 때 그런 생각이 들었다. 밝고 명랑한 청춘물에 나오는 배우 남주혁보다는, 섬세하고 깊은 청춘의 심리를 연기하고 싶다는 개인적인 욕심이 있었다. 감정적으로 다가갈 수 있는 모습들을 다양하게 보여드리고 싶었고, 영석이란 평범한 인물이 살아있다는 느낌을 주고 싶었다. 날 것 같은 연기를 해보고 싶다는 욕심도 들었다."

15년여 만에 한국판 멜로 영화로 리메이크 한 <조제>의 개봉 소식은 많은 영화 팬들의 관심을 모았다. 남주혁 역시 <조제> 제작 소식을 듣고 "김종관 감독님이 만드는 <조제>는 어떤 느낌일까에 대한 기대감이 커서 작품을 선택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작업에 임하기 전 원작 일본 영화를 다시 찾아보지는 않았다고 고백했다. 

"3~4년 전에 본 것 같은데, 그땐 가볍게 봤다. <조제>라는 작품을 하게 되고 작품에 들어갔을 때는 원작 조제를 보지는 않았다. 제가 만약 원작을 보고 작품에 들어가게 되면 혹시 츠마부키 사토시(츠네오 역)의 연기를 어느 순간 따라갈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저는 자신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온전히 대본 속 영석이라는 인물을 어떻게 표현할 것인가, 내 안의 영석을 어떻게 하면 최대치로 뽑아낼 수 있을까에 집중했다. 영화를 보신 관객분들이 <조제>의 영석과 원작 속 츠네오를 직접 비교해 보시는 재미도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영화 <조제> 배우 남주혁 인터뷰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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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영석과 조제가 우연히 만나 사랑에 빠지는 순간부터 이별에 이르기까지의 과정을 담담하게 보여준다. 남주혁은 "운이 좋게도 영화를 (시간 순서대로) 찍을 수 있어서 감정이 쌓이는 걸 그대로 연기할 수 있었다"고 귀띔했다. 이어 가장 기억에 남는 신으로 영화 후반부의 수족관 장면을 꼽았다. 해당 장면은 여러 고민과 소통 끝에 탄생한 장면이라고.

"수족관 장면은 가장 마지막 촬영날 찍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이미 순차적으로 촬영하면서 감정이 많이 쌓여 있었고, 그 순간 영석의 마음은 이렇게 표현해도 저렇게 표현해도 모두 맞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눈물이 흐르든, 덤덤하게 있든, 아무렇지 않은 척 하든. 그래서 많이 울기도 해보고 적당히 울기도 해보고 감독님과 소통하면서 다양하게 여러 번 찍었던 기억이 난다."

<조제>의 상대 배우 한지민과는 2019년 방송된 JTBC 드라마 <눈이 부시게>에 이어 또 한 번 호흡을 맞춘 사이이기도 하다. "<눈이 부시게> 촬영을 할 때는 (한지민과) 생각보다 많은 장면을 함께 하지 못했다"는 남주혁은 이번 <조제>를 통해 한지민에게 배운 점이 많다고 털어놨다. 그는 "사람으로서도 연기자로서도 지민 선배한테 배울 게 많았다. 자기의 신이 아닐 때도 상대 배우에게 온전히 100%를 다 주신다. 정말 쉽지 않은 일이라는 걸 알고 있어서, 선배에게서 (배우의) 좋은 태도를 많이 배웠다. 앞으로 저도 (배우 생활을 하면서) 끝까지 가져가야 할 태도라고 생각하게 됐다"고 전했다.

한편 <보건교사 안은영>부터 <스타트업>, 그리고 <조제>까지 연이어 세 작품을 공개한 남주혁은 어느 때보다 바쁜 한 해를 보냈다. 그 역시 "(촬영할 때는) 저 역시 세 작품이 이렇게 연달아 나올 것이라고는 상상도 못했다. 2020년은 정말 열심히 일했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정말 올해는 쉬지 않고 작품 생각 밖에 안 한 것 같다"고 말했다. 

6일 종영한 드라마 <스타트업>에서 남주혁은 어릴 적 수학올림피아드에서 최연소 금상을 수상했지만, 그로 인한 어른들의 기대와 그에 미치지 못하는 재능 때문에 힘겨워 하는 20대 엔지니어 남도산으로 분했다. 그는 "많이 배웠고 성장할 수 있는 작품이었다. 성장의 결과를 제가 지금 당장 느낄 수 있는건 아니겠지만, 재미있게 촬영했다. 오랜만에 도전한 청춘물이기도 했는데 '아, 이게 나의 마지막 청춘물이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최선을 다했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영화 <조제> 배우 남주혁 인터뷰 사진

ⓒ 워너브러더스 코리아(주)

 
드라마 속 남도산처럼 남주혁 역시 고민이 많은 20대이기는 마찬가지였다. 올해 많은 작품을 공개하며 주목 받고 있는 상황이지만 그는 "아직 내세울 만한 강점이랄 게 없는 것 같다. 많이 부족하다고 생각한다"고 스스로를 낮췄다. 그러면서도 "계속 배우고 싶은 마음이 더 크다. 어떻게 하면 좋은 모습, 좋은 연기를 보여드릴 수 있을까. 늘 그런 고민을 많이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또한 남주혁은 자신의 20대 청춘에 대해 "더 잘하고 싶어서 불안한 시기"라고 정의했다.

"내게 20대 청춘은 정말 감사한 순간이다. 제가 좋아하는 일을 하고 있고 더 열심히 잘해내보려고 노력하는 이 순간들이 쉽게 오지 않는 순간이라는 걸 잘 알고 있다. 지금 이 시기를 허투루 보내고 싶지 않고, 잘 쌓아가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그렇기 때문에 불안하기도 하다. 정말 잘하고 싶어서 불안한 마음이 들 때도 있다. 사람마다 불안의 이유는 다양하니까, 조심스럽게 얘기할 수밖에 없는 부분이기도 하다. 그래도 좋다고 생각한다. 불안하기 때문에 더 쉽게 풀어지지 않고 노력하고 성장하려고 하는 것 같다."
남주혁 조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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