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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웨인 니콜스 형사가 미국의 온라인 그루밍 실태를 전했다.
▲ 온라인 그루밍 미국의 웨인 니콜스 형사가 미국의 온라인 그루밍 실태를 전했다.
ⓒ 탁틴내일 토론회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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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례1.
한 남성이 게임 앱에 여성인 척하고 여고생에게 접근했다. 몸과 관련한 조언을 해준다면서 여고생의 사진을 요구했다. 처음에는 손이었다가 시간이 지날수록 몸의 여러 부위를 찍어보내라고 했다. 나중에 여고생은 겁에 질려 사진을 보내게 됐다. 중학교 3학년 남학생이 트위터를 통해 알게 된 또래 여학생과 영상통화 하며, 몸을 보여달라고 한 사건도 있다. 이 남학생은 여학생과의 영상통화를 캡처했다면서 여학생에게 사진을 퍼트리겠다 협박했다.

#사례2.
한 남성이 '나는 매우 어린 여성을 찾고 있고, 돈을 벌게 해주고 싶다'고 광고했다. 광고는 한 줄이 전부였다. 또 다른 남성은 21세 미만 여성을 찾는다고 광고했다. 다른 기준은 없었다. 광고를 낸 남성은 '돈을 벌게 해주겠다'고만 했다.

외국의 온라인 그루밍 사례1이 발표됐다. 미국의 웨인 니콜스 형사가 미국의 온라인 그루밍 실태(사례2)를 전했다. 친구하자고 접근하거나 쉽게 돈을 벌게 해준다는 접근은 온라인 세계 이곳저곳에서 벌어지는 일이었다.

서울시와 사단법인 탁틴내일이 발표한 '2020년 청소년 대상 인터넷 이용 성범죄 피해 실태조사 결과보고서'에도 비슷한 내용이 나왔다. 청소년의 22.6%가 '개인정보 알려달라'는 메시지를 받았고 18.6%가 '(상대가)나를 이해해주고 공감하며 대화를 통해 서로에 대해 알아가자고 했다'고 답했다. 9.6%는 '쉽게 용돈을 벌 방법을 알려주겠다'라는 메시지를 받았다.

15일 여성청소년 인권활동을 하는 사단법인 탁틴내일은 주한 미국대사관의 후원을 받아 온라인으로 '온라인 그루밍:현황 및 대응방안' 토론회를 개최했다. 미국과 대만, 일본 등 세계 각국의 전문가가 온라인에서 벌어지는 아동성착취 현장을 분석했다.

"온라인, 성범죄 현장이 됐다"
 
청소년의 22.6%가 '개인정보 알려달라'는 메시지를 받았다.
▲ 온라인 그루밍 청소년의 22.6%가 "개인정보 알려달라"는 메시지를 받았다.
ⓒ 탁틴내일 토론회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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텔레그램 'n번방' 사건이 세상에 알려진 지 채 1년도 되지 않았다. 이후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이 일부 개정되거나(시행 2020.6.2)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이 개정(시행 2020.5.19)되기도 했다.

권현정 탁틴내일 아동·청소년성폭력상담소 부소장은 "한국 아동·청소년 성착취의 새로운 양상이 온라인 그루밍으로 드러나고 있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온라인 그루밍을 '비접촉, 또는 접촉을 통해 성적관계를 용이하게 할 목적으로 18세 미만 아동과 관계를 맺기 위해 인터넷 또는 다른 디지털 기술을 이용하는 것'으로 정의했다.

이어 "시공간 제약 없는 온라인 공간에서 익명성, 1대 1 공간을 활용해 온라인에서 온갖 성착취와 성학대가 이루어지고 있다"라고 강조했다. 온라인 그루밍이 오프라인 성범죄 전의 예비행위의 현장이 아닌 그 자체로 성범죄 현장이 됐다는 주장이다.

상업적 아동 성 착취를 막기 위해 설립된 엑팟의 첸 이링 타이완 사무총장은 "온라인 그루밍은 청소년을 심리적으로 조종하며 성적 관계를 맺어가는 과정"이라면서 "2017년부터 2020년 상반기까지 이뤄진 성착취 사건의 75%가 디지털기술을 이용해 이루어진 사건"이라고 밝혔다. "가해자들은 정확히 어떻게 해야 어떤 아동·청소년과 관계를 맺고 성착취를 할 수 있는지 알고 있다"라고 강조했다. 아동·청소년이 온라인에서 가장 쉬운 먹잇감이 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국내도 다르지 않다. 탁틴내일이 초등학교 5학년~고등학교 3학년 학생 1607명을 대상으로 '디지털 성범죄 피해 실태조사'를 한 결과가 대표적이다. 이들 중 36%가 온라인에서 모르는 사람으로부터 쪽지를 받거나 대화제안을 받은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이 중 64%는 실제로 본인의 개인 정보를 알려준 것으로 조사됐다. 개인 정보를 받은 사람은 '예쁘다' 등의 칭찬을 하거나 친절하게 대했으며, '현금이나 용돈을 주겠다'(15%)고 하거나, '문화 상품권 혹은 게임머니 등을 주겠다'(10%)고 답했다.

'온라인 그루밍' 법안 필요

전문가들은 범죄 현장은 확실한데, 처벌 근거가 미약하다는 점을 지적했다. 온라인 그루밍과 관련한 '법안'이 필요하다는 것. 국제실종착취아동센터 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에서 63개국에만(2017년 기준) 성적인 목적의 온라인 아동 그루밍을 다루는 법을 갖추고 있다. 아시아에서는 말레이시아, 필리핀이 그루밍을 독자적 범죄로 규정하고 처벌한다. 일본은 정보통신 기술 관련 법규에 '인터넷 이성소개사업을 이용해 아동을 유인하는 행위'를 포함시켰다. 

권현정 부소장은 "온라인 그루밍이 각종 아동·청소년 대상 성범죄의 시작점"이라면서 "현행법으로 처벌되지 않는 부분을 메꿔줄 온라인 그루밍과 관련한 법안이 필요하다"라고 발표했다. 이어 "현재 온라인상의 언어 성폭력은 성범죄로 처벌이 어렵다"라면서 "현재 온라인 그루밍을 처벌하는 아동·청소년 성보호법 개정안이 국회에 발의된 상태"라고 덧붙였다.

앞서 권인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6월 '아동·청소년 대상 성적 유인, 권유 행위'를 ▲19세 이상의 사람이 성적 목적의 대화를 하거나 해당 대화에 참여시키는 행위 ▲성교·자위 행위 등을 하도록 유인·권유하는 행위 ▲아동·청소년의 성을 사려 유인하거나 성을 팔도록 권유하는 행위로 정의했다. 정보통신망을 통해 이런 행위를 한 자에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하도록 했지만 아직 국회의 문턱을 넘지 못한 상태다.
 

태그:#온라인그루밍, #성착취, #미성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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