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족벌 두 신문 이야기> 관련 사진.

영화 <족벌 두 신문 이야기> 관련 사진. ⓒ 뉴스타파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온 사회 아니 전 세계가 고통을 겪은 2020년, 나름 스스로 정론직필(바른 주장을 펴고 사실을 그대로 전한다)해왔다며 축하해 온 두 언론사가 있다. 올해로 창간 100주년을 맞은 <조선일보>와 <동아일보>다. 이 영화는 각계 유명인사, 우리 사회 고위관계자들이 두 매체에 전한 축하의 말을 뒤로 하고 아주 쓰고 아픈 역사의 진실을 제시한다.

새해를 하루 앞둔 2020년 12월 31일에 개봉하는 <족벌 두 신문 이야기>는 두 신문을 정의할 수 있는 여러 말 중 '족벌'이라는 단어를 택했다. '(발행부수) 1등, 2등 신문', '국내에서 가장 오랜 역사의 신문', '거대 미디어 그룹' 등 <조선일보>와 <동아일보>를 수식할 수 있는 말은 많은데 아마도 그 정체성을 가장 적확하게 담을 수 있는 말 중 하나가 '족벌'이 아닐까 싶다.

씨족을 중심으로 한 중세시대 유럽의 몇몇 가문처럼 <조선일보> <동아일보>는 우리 사회 정치, 경제, 관료계와 밀접하게 연결돼 있다. 영화엔 속칭 그들만의 세계를 중심으로 우리 사회 전반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는 두 신문의 본질을 정면으로 겨눈다는 결기가 꽤 짙게 담겨 있다.

총 세 개의 소제목으로 구성된 이 영화에서 가장 강조하는 부분은 어쩌면 <조선일보>와 <동아일보>가 가장 아파할 수 있는 지점이기도 하다. 바로 친일논란인데 과거 청문회에서 방우영 당시 <조선일보> 사장, 김상만 <동아일보> 명예회장은 한결같이 친일 행적을 부정하는 태도를 취했었다. 오히려 방 사장은 질의하는 국회의원들에게 <조선일보> 폐간 사례를 언급하며 자신들이야말로 민족정론지라고 강하게 주장하기까지 했다.

<족벌 두 신문 이야기>는 이런 주장이 일종의 역사 왜곡이자, 거짓임을 분명한 증거들과 함께 반박한다. 특히 1940년 1월 1일 자 1면에 선명하게 찍힌 빨간색 일장기와 일본왕 부부의 사진을 제시하며 부정할 수 없는 친일의 행적을 담아냈다. 컬러판 인쇄 자체가 거의 없다시피 했던 당시에 <조선일보>와 <동아일보>가 정말 일장기를 빨간색 그대로 실었는지는 언론학자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분분했던 내용이기도 한데 영화가 제대로 잡아냈다.

스스로 민족지라는 두 신문사의 말이 옹색해지는 지점이다. 이와 함께 영화는 그들이 해방 이후 박정희, 전두환으로 이어지는 독재정권에서 어느 정도 수준으로 권력을 찬양했고 지지했는지, 나아가 지금 재벌 사회와 어떻게 친족으로 엮여 있는지를 제법 자세하게 설명한다. 

국내 1, 2위 신문이 이 정도라면 언론은 이미 사망하고, 저널리즘이란 건 환상에 불과한 것일까. 그렇다면 이 영화 존재 자체가 매우 암울한 우리 사회의 상징 그 자체일 뿐일 것이다. 영화에선 1974년 <동아일보> 기자들이 주축이 된 자유언론실천선언과 몇 가지 언론 탄압 사례를 제시한다. 시민들의 질타에 언론인들이 각성한 경우다. 당시 선언에 참여했던 <동아일보> <조선일보> 전 기자들이 출연해 당시 심경과 현재 언론을 바라보는 마음을 얘기한다.

'그 누구보다 권력을 위해 권력과 함께 일해온 신문'.

영화를 본 뒤 이런 정의가 가능할 것이다. 일제시대엔 일본에, 5공 6공화국 시절엔 독재 권력에, 그리고 지금은 경제 권력에 열과 성을 다하는 <조선일보>와 <동아일보>다. 올해 초 코로나19 팬데믹에 큰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된 사이비 종교단체 신천지의 돈을 받고 수년간 광고성 기사를 실어준 곳도 바로 이들이었다. 
 
 영화 <족벌 두 신문 이야기> 관련 사진.

영화 <족벌 두 신문 이야기> 관련 사진. ⓒ 뉴스타파

 
하나하나 돌아보면 무거운 역사적 사실과 진실이다. 이미 알고 있는 사실이라 해도 <족벌 두 신문 이야기>가 나름 집대성한 역할을 했다는 건 분명하다. 산발적으로 흩어져 있는 내용을 총망라했다는 점에서 우선 이 영화의 존재 이유가 크다고 하겠다. 영화 초반 등장하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연설 내용이 마음을 크게 울린다.

'언론은 강한 힘을 가지고 있습니다. 경우에 따라서는 스스로 권력이 될 수도 있지 않겠습니까? 언론은 날이 잘 드는 양날의 칼과 같아서 그것이 정의를 위해서 쓰여질 때에는 그야말로 역사를 진전케 하는 훌륭한 힘이지만 그것이 잘못 쓰였을 때, 그것이 권력에 결탁했을 때, 그 폐해는 엄청날 수 있습니다.' - 노무현 전 대통령 연설문 중

다만 영화적 구성에서 러닝타임이 160여 분에 달한다는 점은 일반 관객들에게 부담으로 다가올 수 있다. 음악과 컴퓨터그래픽 등이 나름 적절하게 들어가 크게 지루하다는 느낌은 주지 않지만 그 내용과 분량 자체는 웬만한 블록버스터 상업영화를 상회하는 수준이다. 또한 동아투위를 언급할 때 나와야 하는 <한겨레> 창간 배경이나 2000년 이후 인터넷 언론 창간 배경을 담지 않은 점은 아쉽다. 과거 각성한 기자들의 정신이 지금도 끊기지 않고 있다는 일종의 희망 제시는 할 수 있지 않았을지.  

<족벌 두 신문 이야기>는 그간 <자백> <공범자들> <김복동> <월성> 등을 제작한 '뉴스타파'의 신작이다. 코로나19 3차 유행으로 극장 개봉보단 IPTV를 중심으로 한 VOD 선 개봉 방식을 택했다.

한줄평: <조선> <동아>의 사내 교육에서도 한번씩은 봐야할 작품
평점: ★★★☆(3.5/5)

 
영화 <족벌 두 신문 이야기> 관련 정보

감독: 김용진, 박중석
출연: 방우영, 김상만, 신홍범, 정연주, 노무현
기획 및 제작: 재단법인 뉴스타파함께센터
제공 및 배급: 엣나인필름
러닝타임: 16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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