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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계에 충격을 주는 매우 부끄러운 일이 벌어졌다. 남의 작품을 통째로 도용해 각종 시상식을 휩쓴 일이 뒤늦게 드러난 것이다.

손아무개씨는 남의 단편소설을 도용해 지난해 5개의 문학 공모전에서 수상했다. 손씨는 2018년 백마문화상을 받은 소설 '뿌리'의 김민정 작가의 소설을 제목부터 끝까지 도용한 것으로 밝혀졌다. 손씨는 그동안 문학상 외에도 여러 공모전에 참가해 각종 상을 휩쓸었다.

관련 보도가 쏟아졌다. 독자들은 '남의 창작물을 도용한 것은 범죄행위'라면서도 '심사를 어떻게 했길래...'라는 의문을 쏟아냈다.

나이제한 두고도 나이 확인 안 해... 문학상 심사 믿을 수 있나
 
 손아무개가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문학상 수상 관련 사진
 손아무개가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문학상 수상 관련 사진
ⓒ 페이스북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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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심사 결과는 이해하기 어렵다.

손씨가 한국문인협회 계룡시지부의 '사계 김장생 문학상 신인상'(16회)을 수상한 건 지난해 5월이다. 포천시의 '2020 포천38문학상'은 바로 다음 달인 지난해 6월 손씨의 작품을 당선작으로 발표했다.

이밖에 손씨에게 상을 준 '경북일보 문학대전(7회)'과 '글로리시니어 신춘문예'(글로벌 경제신문, 2회), 계간지 <소설 미학>(15회)은 각각 지난해 연말께 시상을 했다.

이들 문학상의 공모전 운영경력은 적게는 2회에서 많게는 16회에 이른다. 그런데도 일 년 내내 같은 도용작품이 각각 제출됐지만, 어디에서도 이를 가려내지 못했다. 소설 작품을 심사하면서 단 한 줄이라도 검색해 보는 검증 절차가 전혀 없었다는 얘기다.

이 중 글로리시니어 신춘문예 측은 참가 자격을 '50세 이상'으로 제한했다. 40대인 손씨는 참가 자격조차 없었지만, 수상자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손씨가 나이를 속인 게 아니었다. 주최 측이 응모자의 나이조차 확인하지 않은 탓이었다. 다음은 주최 측인 글로벌 경제신문사 관계자와의 통화 내용이다.

- 손씨가 응모하면서 나이를 속였나?
"그런 것 같다."

- 본인은 속이지 않았다고 하는데?
"그런가? 확인해 보겠다."

- 아직도 확인 안 해 봤나?
"어제 심사위원단에 연락해 작품 확인하고 수상 취소 절차를 밟느라..."

- 확인해서 연락달라.
"지금 바로 확인하겠다. 조금만 기다려 달라."

"(잠시 후 다시 연락) 아! 나이는 80년생으로 제대로 기재돼 있다. 필터링하지 못한 우리 실수다. 확인 못한 불찰 있다. 표지에 작게 써 있어서..."

- 공모문 보면 앞장에 써달라고 돼 있다.
"맞다. 우리 불찰이다."

- 그럼 앞으로 어떻게 하나?
"수상 취소했고 본인에게 통보했다. 피해 부분에 대해 법적 조치도 할 생각이다. 독자들에게도 오늘 지적해주신 나이 부분까지 포함해 사고 경위를 게재·안내하겠다."

한 지역 문예공모전 관계자는 "공모전 당선작이 가려지면, 가장 먼저 가능한 범위 내에서 검색을 하는 등 표절 여부부터 확인한다"며 "이미 백마문화상을 받은 작품의 도용 여부를 가려내지 못했다는 건 이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러니 '그동안의 당선작은 제대로 심사한 게 맞냐'는 의문이 절로 나오는 것이다.

도용작이 밝혀지는 과정 역시 코미디에 가깝다. 일부 문학상 주최 측에서 당선작을 책으로 펴냈고, 이를 손씨 스스로 작품 내용까지 찍어 페이스북에 올려 자랑했다. 손씨가 자랑하지 않았다면 아직도 도용 여부가 밝혀지지 않았을 것이란 추정은 작품 도용 못지않게 문학계의 부끄러운 현실이다.

부끄러움과 책임은 정말 그만의 몫일까

문학계뿐일까? 손씨는 문학상 외에도 지방자치단체나 여러 기관에서 주최한 사진, 독후감, 표어, 논문, 아이디어 공모전에 참가했다. 이어 수십 곳에서 상을 휩쓸었다. 이중 적지 않은 작품이 표절 또는 도용한 것으로 추정되는 상황이다. 표절 또는 도용 작품을 찾아내는 과정도 문학상 도용 적발 과정과 마찬가지다. 손씨 스스로 시상 소식과 내용을 알려 자랑하자 네티즌이 이를 찾아내 검증하고 있다.

우후죽순처럼 각종 공모대회가 끊이지 않은 가운데, 대부분 검증 절차를 제대로 거치지 않았다는 방증이다.

한 재단은 논문 지원사업 대상자로 손씨를 선정했다가 최종 지원에서 제외한 적 있다. 논문작성계획서를 보고 선발했는데, 기한 내에 제출해야 하는 논문이 심사 조건을 달성하지 못해 취소한 것이다.

그럼에도 손씨는 해당 재단 지원사업의 '객원연구원'이라고 페이스북 프로필에 기재해왔다가, 최근 재단에서 뒤늦게 알고 항의하자 삭제했다. 지원 대상에서 제외됐을 뿐만 아니라, 객원연구원이라는 직책도 존재하지 않아 명백한 허위사실 기재라는 것이다. 재단 측은 모르고 있다가 언론 보도를 통해 알게 됐다고 밝혔다.

재단 관계자는 "논문을 냈는데 통과가 안 돼서 최종 지원에선 탈락했다. 확인된 건 아니지만 최근 논란이 된 기사 내용처럼 표절 등의 문제가 있어서일 수도 있다"라고 말했다.

'논문계획서 심사 당시 학위나 이력도 살펴봤나'라는 질문에 이 관계자는 "봤다. 이 사람이 재학증명서도 다 냈다"라고 답했다.

그러나 현재 손씨는 모 대학원에 재학 중이라는 이력마저 의심받고 있는 상황이다. 재단 측은 "재학증명서가 가짜인지 우리가 알 수는 없다"라고 했지만, 논문 지원사업에 판단 근거가 될 만한 전공이나 학위, 경력 사실 여부를 제대로 검증하지 못했다는 비판은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실제로 <오마이뉴스> 취재 결과, 일부 자치단체와 단체는 최근 때늦은 검증에 나서 손씨 작품의 표절 또는 도용을 확인했다. 그러면서도 손씨에게 '상금만 반환하면 문제 삼지 않겠다'며 쉬쉬한 것으로 전해졌다.
 
 손아무개씨가 개인 페이스북에 등록한 프로필 내용.
 손아무개씨가 개인 페이스북에 등록한 프로필 내용.
ⓒ 페이스북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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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늦게 손씨와 관련해 검증에 나선 단체 등은 "사기꾼에게 당했다"며 다소 격양된 반응을 보이거나 "우리도 피해자"라며 억울함을 호소하기도 했다. 그러나 부끄러움과 책임은 온전히 표절과 도용을 일삼은 손씨 개인의 몫일까.

작품을 도용 당한 김민정 작가는 "영혼을 도둑질 당했다"며 피해를 호소했다. 손씨는 물론 문학상을 주관한 주최 측, 각종 시상대회를 주최하고도 검증 없이 상을 안긴 자치단체와 여러 단체도 피해자들에게 공개 사과하고 어떻게 외양간을 고칠 것인지 밝히는 게 순서이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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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보천리 (牛步千里). 소걸음으로 천리를 가듯 천천히, 우직하게 가려고 합니다. 말은 느리지만 취재는 빠른 충청도가 생활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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