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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지지 시위대가 지난6일(현지시간) 워싱턴DC 연방의회 의사당 서쪽 벽을 기어오르고 있다. 상.하원은 이날 합동회의를 개최해 조 바이든 대통령 당선인의 승리를 인증할 예정이었으나 시위대가 의사당에 난입하는 초유의 사태로 회의가 전격 중단됐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지지 시위대가 지난6일(현지시간) 워싱턴DC 연방의회 의사당 서쪽 벽을 기어오르고 있다. 상.하원은 이날 합동회의를 개최해 조 바이든 대통령 당선인의 승리를 인증할 예정이었으나 시위대가 의사당에 난입하는 초유의 사태로 회의가 전격 중단됐다.
ⓒ 연합뉴스/A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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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11월 3일 미국 전역에서 시행된 제46대 대통령을 뽑기 위한 선거는, 트럼프가 부정 선거 때문에 졌다고 믿는 트럼프 지지자들이 폭도로 변해 국회의사당으로 난입하는 폭동(Insurrection)으로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이는 독재국가와는 달리, 4년마다 이루어지는 평화로운 정권교체를 미국 민주주의의 전통으로 자랑삼아 왔던 미국인들의 자부심에 심한 손상을 입혔다. 이후 1월 22일까지 폭동, 상해, 절도 및 기물파손 혐의로 125명이 체포됐다. 이들 중 보석이 허용된 사람들은 재판이 시작되기 전까지 보석으로 나와 있는 상태다.  
   
당시 현직 대통령이었던 도널드 트럼프는 미국 50개 주 중 애리조나, 조지아, 펜실베이니아, 미시건, 위스컨신 주의 선거 결과를 문제 삼았다. 그러나 그가 투표 과정에 문제가 있다는 실낱같은 증거만 제시했더라도, 공화당이 다수를 장악하고 있는 위 다섯 개 주 의회는 선거 결과를 인준하지 않았을 것이다. 심지어 애리조나와 조지아는 주지사까지 공화당이기 때문에, 이 두 주에서 바이든이 '부정선거'로 이겼다는 말은 더더욱 어불성설에 가깝다.

한편 현직 조지아 주지사 브라이언 캠프(Brian Kemp)는 2018년 자신의 주지사 선거 운동 당시 도널드 트럼프의 지지를 받았던 사람으로, 그 자신 역시 트럼프 지지자이다. 그런데도 이런 사람이 민주당 대통령 후보인 바이든이 1만 1779표 차이로 트럼프를 이기게 놔두는 이유는, 투표하는 과정이 정당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하면, 트럼프가 조지아 주민의 투표를 적게 받았기 때문에 패자가 된 것이다.      

미국 인구구성의 다원화가 대선에 미치는 영향 

2016년 트럼프 후보가 예상과 달리 힐러리 클린턴을 제치고 대통령 선거인단 선거에서 승리하여 대통령으로 당선되었을 때, 일부 미국민의 충격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였다. 

당시 클린턴 패인을 분석한 CNN 기사에 따르면 이렇다. 당시 흑인, 라티노(Latino, 히스패닉 계층) 및 청년층(18~29세)의 투표 참여 및 지지도가, 오바마가 후보로 나왔던 2012년에 비해 현저하게 떨어진 탓에 힐러리 클린턴은 접전 지역(스윙 스테이트)에서 모두 박빙의 차이로 트럼프에게 지고 말았다. 신선한 이미지의 오바마와 달리 구세대 정치인 힐러리 클린턴은 사람들에게 인기가 없었기 때문이다. 
 
TV토론 참석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자료사진)
▲ TV토론 참석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TV토론 참석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자료사진)
ⓒ 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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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오바마가 대통령에 재선된 뒤, 워싱턴 포스트 기사에 따르면 미국의 변화하는 인구 구성 분포 때문에 앞으로 공화당이 대통령 선거에 승리하기 힘들다는 전망이 있었다. 라티노, 아시안과 같은 비(非)백인 인구 및 젊은 층이 꾸준히 애리조나, 텍사스, 조지아, 사우스 캐롤라이나 주 도심 지역으로 유입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 기사의 전망은, 2020년 전통적으로 공화당 대통령 후보를 지지하는 애리조나와 조지아가 민주당 후보인 바이든을 뽑아줌으로써 사실로 입증되었다.

그런데, 2016년 공화당 후보였던 트럼프는 클린턴보다 전국적으로 300만 표 가까이 적게 득표하고도 대통령 선거인단 선거에서 크게 이겨 대통령에 당선된 바 있다. 트럼프의 등장은, 당시 평생 투표 한번 안 해본 백인층이 투표장에 나가 선거를 하고 싶도록 일종의 '동기부여'를 했기 때문이다.

이전의 공화당 후보와는 달리, 트럼프는 이들 귀에 혹할 만한 발언을 서슴지 않았기 때문에 가능했다. 비합법 국내 이주민체류자 무조건 추방, 강경 이민 정책, 멕시코와 맞닿은 남쪽 국경에 벽 쌓기, 회교도 비하 및 차별 발언과 같은 분리를 조장하는 등이 그렇다. 물론 공화당이 민주당에 비해서 불법 체류나 이민에 대해 강경한 입장을 취해온 것은 맞지만, 2016년 트럼프 등장 이전까지 백인 우월주의, 반이민 정책 등을 그렇게 대놓고 찬성한 공화당 대통령 후보는 한 명도 없었다.

트럼피즘(Trumpism)

미국 대통령 선거의 투표율은 약 60% 정도다. 2016년 트럼프의 대통령 당선은 전통적 공화당 지지층에 새로운 유권층이 합류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2008년부터 2020년까지 4번의 미국 대통령 선거 중 민주당이 세 번 승리했고, 공화당이 한번 승리했다. 이 한 번의 승리 역시 트럼프 골수 지지층의 투표가 아니었다면 불가능했을 것이다.

다시 말하면, 트럼프의 등장은 다원주의를 표방하며 이민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이는 정책에 반감을 품고 소외감을 느끼는 백인층을 결집하고, 그들의 지지를 기반으로 새로운 정치 세력을 형성하는 계기를 마련해 주었다고 할 수 있다.

특히 트럼프의 인기가 스윙 스테이트가 위치한 미국 중서부(Midwest) 지역에서 오를 수밖에 없었던 이유도 있다. 미국 자동차 산업이 일본 자동차에 그 자리를 내어준 후, 지역 경제가 줄곧 내리막길을 걷고 있는 상황에서 'Make America Great Again(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MAGA)'와 같은 캐치프레이즈가 그들에게 피부로 와 닿았기 때문이다.

일본이나 중국과의 교역을 통해 물품을 수입하기 전, 미국 제조업의 전성시대로 돌아가고 싶다는 것이 아마 그들의 바람이었을 것이다. 또한 중서부 지역 인구는 대부분 백인이기 때문에 트럼프가 주장하는 '아메리카 퍼스트(America First)'가 곧 '백인 먼저'라는 의미로 받아들여지게 되는 건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KKK(백인우월주의를 내세우는 극우성향 단체), 프라우드 보이스(Proud Boys: 2016년 조직된 백인 우월주의단체이자 극우단체)와 같은 인종차별 집단이 존재했지만, 그들이 지금껏 메인 스트림 정치 무대에서 목소리를 낼 기회는 없었다. 그러나 트럼피즘의 등장은, 그간 음지에서 모임을 하던 이들이 환한 대낮에 목소리를 높여 대놓고 '백인 우월주의'를 외칠 수 있는 플랫폼을 마련해 주었다.

이러한 플랫폼을 기반으로 새로운 유권층이 등장하게 되어 머조리 테일러 그린(Marjorie Taylor Greene), 로렌 보버트(Lauren Boebert)과 같은 큐어넌(QAnon) 지지자가 국회의원에 당선되는 일까지 가능해졌다.

폭도의 국회 의사당 난입 시 그들을 선동한 혐의로 비판을 받고 있는 텍사스 상원의원 테드 크루즈(Ted Cruz)나  미주리 상원의원 조쉬 할리(Josh Hawley) 등이 트럼피즘에 줄을 서는 이유는, 이들이 트럼피즘의 후광으로 대권을 노리기 때문이다(관련 기사: '골칫거리' 불리는 트럼프 지지자들, 큐어넌을 아십니까).

트럼프를 안고 갈 건가, 버리고 갈 건가
 
미국 워싱턴DC 연방 의회의사당에 난입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지지자들이 상원 본회의장 밖 복도에서 의회 경찰과 대치하고 있다. 상.하원은 지난6잃(현지시간) 합동회의를 개최해 조 바이든 대통령 당선인의 승리를 인증할 예정이었으나 시위대가 의사당에 난입하는 초유의 사태로 회의가 6시간 중단됐다가 재개됐다.
 미국 워싱턴DC 연방 의회의사당에 난입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지지자들이 상원 본회의장 밖 복도에서 의회 경찰과 대치하고 있다. 상.하원은 지난6잃(현지시간) 합동회의를 개최해 조 바이든 대통령 당선인의 승리를 인증할 예정이었으나 시위대가 의사당에 난입하는 초유의 사태로 회의가 6시간 중단됐다가 재개됐다.
ⓒ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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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공화당은 도널드 트럼프의 등장으로 인해 뜻하지 않게 대통령 선거에서 승리하고 권력을 잡게 되었다. 4년 집권 기간 동안 트럼프 대통령은 공화당 지도 인사들의 정치 철학과는 맞지 않는 발언을 많이 했지만, 미치 매코넬과 공화당 지도층은 항상 트럼프를 옹호해줬다. 트럼피즘에 힘입어 권력을 잡은 공화당이 트럼프와 그의 지지층인 유권자 눈 밖에 나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문제는 2020년 대통령 선거 패배 후, 트럼프에게 공화당의 미래는 안중에도 없었다는 것. 트럼프가 오직 선거 결과를 뒤집기 위해 자신의 지지층을 선동해 국회로 난입하게 만드는 무리수를 두고 말았다는 것이다.

하원 의장 낸시 펠로시는 트럼프가 사임하지 않으면 다시 한번 탄핵을 받을 거라 경고했고, 결국 1월 13일 공화당 의원 10명의 찬성까지 합해 폭동을 선동한 죄로 트럼프는 두 번째 탄핵을 당했다(관련 기사: 트럼프 탄핵안, 상원 송부... 공화당 의원들 "탄핵 반대").
 
미국 역사상 초유의 폭도 난입사태가 벌어진 워싱턴DC 연방의회 의사당에서 12일(현지시간) 의회 경찰이 하원 본회의장 주변 복도를 순찰하고 있다. 지난 6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지지 시위대의 의사당 난입사태 후 의사당 보안 당국은 금속탐지기 설치 등 보안 절차를 강화했다.
 미국 역사상 초유의 폭도 난입사태가 벌어진 워싱턴DC 연방의회 의사당에서 12일(현지시간) 의회 경찰이 하원 본회의장 주변 복도를 순찰하고 있다. 지난 6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지지 시위대의 의사당 난입사태 후 의사당 보안 당국은 금속탐지기 설치 등 보안 절차를 강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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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탄핵안은 25일 월요일(현지시각) 상원에 전달됐다. 이미 임기를 마친 대통령을 탄핵하는 이유는 잘못의 응징이라는 측면도 있지만, 후일 트럼프가 어떤 공직에도 나아가지 못하도록 하기 위함이다. 만일 상원 재판에서 트럼프의 유죄가 확정되면 트럼프는 2024년 대선 후보로 나오지 못하게 된다.

현재 상원은 50:50(민주당:공화당)으로 나누어져 있지만, 상원의장이 부통령인 관계로 민주당이 집권당이다. 탄핵안이 가결되기 위해선 상원 전체 3분의 2 투표(67표)가 필요하기 때문에 공화당 의원들의 참여 없이 불가능하다. 공화당 리더 미치 매코넬은 탄핵안이 하원을 통과한 후, 공식적인 발언은 삼가하고 추이를 지켜보고 있다. 사석에서는 트럼프가 탄핵을 받을만한 행동을 했다고 말하는 모양인데, 공화당 의원 17명이 트럼프의 탄핵에 동참할지는 아직까지 미지수다.

현재 트럼프가 제3당을 창당할지도 모른다는 루머가 돌고 있고, 탄핵을 둘러싸고 공화당이 둘로 갈릴 수도 있는 탓에 매코넬의 고민은 크다. 만일 공화당이 둘로 갈린다면 2024년 대선에서 민주당에 패배할 가능성이 클 뿐만 아니라 보수 세력의 미래도 불투명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보수 언론의 대표 격인 폭스 뉴스도 제3당 창당에 대해서 부정적인 태도를 고수하고 있으며, 공화당이 트럼프 아래 단결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공화당 소속 매코넬이 탄핵안에 찬성표를 던질지 아닐지 알 수는 없지만, CNN 보도에 따르면 매코넬은 탄핵안을 계기로 공화당 내 트럼피즘을 청산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트럼프가 공화당에서 쫓겨난다? 이는 공화당이 '트럼피즘'으로 인해 오는 2024년 선거에서 이길 가능성이 없다는 계산 때문인가. 아니면 트럼피즘의 그림자에서 벗어나 아예 새로운 출발을 하려는 심산일까. 정확한 이유는 알 수 없지만, 2009년 태동했다가 사라진 공화당 내 티파티 운동(Tea Party Movement)처럼, 트럼피즘도 그렇게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되지 않을까 싶다. 지켜볼 일이다.

태그:#트럼피즘, #미 국회 의사당 폭동, #미치 매코넬, #DEMOGRAPHICS, #공화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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캘리포니아에 거주하는 금속공예가의 미국 '속'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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