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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점, 호프집을 운영하는 자영업자들이 지난달 15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더불어민주당 당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코로나19 방역 조치에 따른 정부의 영업시간 제한에 항의하며 형평성 있고 합리적인 방역기준 수립해 달라고 요구했다.
 음식점, 호프집을 운영하는 자영업자들이 지난달 15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더불어민주당 당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코로나19 방역 조치에 따른 정부의 영업시간 제한에 항의하며 형평성 있고 합리적인 방역기준 수립해 달라고 요구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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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사태 이후의 경제 실적이 발표되면서 극명한 양극화 상황이 확인됐다. 코로나19 극복 이후에도 K자형 회복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침체와 호황 모두 코로나19의 영향 아래에 있다. 이익 공유제는 코로나19가 경제에 끼친 영향을 볼 때 필수적이다. 

기업들은 이익 공유제를 비용으로만 봐서는 안 된다. 위기를 극복하고 회복 이후의 반등을 위해서는 재화의 투입이 필수적이며 장기적인 수요 진작을 위한 투자로 삼아야 한다.

유동성으로 인한 실물 경제와 금융 경제의 괴리는 버블이 꺼지는 순간 막대한 피해로 돌아왔다. 코로나19는 사회에 짙은 명암을 드리웠다. 

음식점을 비롯한 대면 서비스를 주로 제공하는 소상공인·자영업자들은 생계를 유지할 수 없는 상태이며 항공·여행 업계는 고사 직전에 있다. 반면, 첨단 IT 기업들과 비대면·원격 기술 솔루션을 제공하는 업계는 호황기를 누리고 있다. 생계형 대출과 늘어난 자금 유동성을 수용한 은행·금융 업계에서는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할 것이란 예측까지 나오고 있다. 

유동성의 함정, 역사적인 맥락

역사적으로 막대한 자금 유동성은 붕괴로 끝났다. 일본의 80년대 호황기는 "일본의 도쿄 땅을 팔면 미국 전체를 살 수 있다"는 말로 대변할 수 있다. 엔-달러 환율이 120엔대에 이르고, 경기 둔화를 우려한 정부의 저금리, 부동산 대출 규제 완화 정책은 기업과 개인의 대출 자금이 부동산과 주식으로 몰리게 했다. 불어난 자금 유동성은 각종 투자처를 좇아 바삐 움직였다. 그러나 황금기는 오래가지 않았다. 엔화의 급격한 상승, 정부의 부동산규제, 불량채권 문제까지, 최고점을 찍었던 닛케이 지수는 바닥 밑의 바닥을 향했고, 비싼 값에 부동산을 산 사람들을 원래 산 가격보다도 한참 떨어지는 가격으로 부동산을 거래할 수밖에 없게 됐다. 

2008년도 미국발 금융위기 또한 자금 유동성에 따른 부동산 호황, 주식 투자 급증, 그리고 갑작스런 붕괴까지 일본의 버블 붕괴와 유사한 양상으로 흘렀다. 모두 부동산을 비롯한 여러 금융자본에 투입된 유동성에 대한 과신, 부동산을 비롯한 투자대상과 실제 가치와의 괴리 등으로 인해 빚어졌다. 

기업의 호황은 코로나19라는 변수에서 벗어날 수 없다. 기업이 치킨 게임으로만 이득을 취한 것은 아니다. 카카오의 IT서비스, 네이버의 플랫폼, 커머스 사업은 코로나19 이전부터 준비했던 서비스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높은 영업 실적도 오랜 기간의 설비 투자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그러나 코로나19 바이러스는 빅테크 업체의 서비스 없이는 생활이 불가능하게 했다. 작게는 카카오톡 메신저 이용과 배달어플 등으로 영위할 수 있는 식생활부터 재택·원격 업무를 위해 필수적인 정보통신 기기, 줌(ZOOM)으로 대표되는 플랫폼을 사용해야 했다. 자연스레 반도체를 비롯한 고부가가치 기술에 대한 높은 수요로 돌아왔다.

더욱이 최대 실적이 예상되는 금융업계는 실적 발표조차 부담스러워하는 실정이다. 실적의 대부분은 코로나19로 인해 발생했다. 생계형 대출의 이자, 부동산·주식 투자의 증가로 늘어난 수수료 수익, 실물경제에 투입되지 못해 금융 경제로 들어온 유동성 수용까지. 내부적으로 성과급을 지급하며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

기업이 이익 공유제를 모두 책임지는 것은 부당하다. 그들의 순수한 이익 추구 행위는 경제의 완전한 붕괴를 막았다. 하지만 한쪽에선 바이러스로 인해 삶이 무너지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익 공유, 투자의 개념으로 접근해야

이익 공유제는 피해 복구를 넘어 지속 가능한 소비와 판매를 위한 투자다. 이득을 본 회사들은 안정적인 상품 판매 시장이 필요하다. 수요·공급 곡선의 적절한 균형은 안정적인 경제 구조의 중요 원칙 중 하나다. 코로나19로 인해 벌어진 침체와 호황의 양극화 상황은 수요와 공급의 괴리를 일으킬 수 있다. 청년층의 취업률은 하향하기만 하고, 자영업자의 집단 행동은 갈수록 커져간다. 잠재적 수요자들이 점점 사라지고 있다. 무너진 펀더멘탈은 코로나19 극복 이후에도 회복이 어렵다. 극복 이후 V자형 회복은 소비를 위한 최소한의 기초체력을 유지한 상태에야 도달할 수 있다. 

미국은 2차 세계대전으로 막대한 생산 능력을 구축했지만 무너진 세계 시장에 공급하기 어려웠다. 시장이 필요했다. '마샬 플랜'이 등장한 이유이다. 유럽을 비롯한 세계 곳곳에 막대한 원조를 통해 미국이 생산한 공산품 등의 공급을 감당할 시장을 만들었다. 수요가 사라지면 공급할 곳도 없어진다. 호황을 누린 업계는 단기간의 비용 지출이 아닌 장기적인 수익 창출을 위한 투자로 받아들여야 한다.

당장 비용을 줄인 결과는 모두를 잃는 참극으로 끝날 수 있다. '공유지의 참극'이란 이야기가 있다. 소와 염소가 함께 노니는 공유지에 울타리가 없었고, 늑대는 작은 염소를 물어갔다. 염소 주인은 소 주인에게 함께 울타리를 세우자고 말했지만, 현재의 비용만을 생각한 소 주인은 제의를 거부했다. 늑대는 염소를 다 먹고 난 후, 무리를 이끌고 와 소를 잡아먹기에 이르렀다. 

사회라는 공유지를 지키기 위해 염소를 키우는 소상공인은 방역에 동참하며 큰 비용을 치렀고 한계에 달했다. 소를 키우는 기업의 비용이 없다면 더는 공유지를 지켜낼 수 없을 것이다. 이익 공유제는 한국 사회라는 공유지를 지키기 위한 들이는 비용이자, 지속 가능한 투자로 발전시켜야 한다.

태그:#코로나19, #이익공유제, #버블, #마셜플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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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팡질팡하느라 글도 연필로 쓰면서 지웠다 썼다를 반복하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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