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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16일 "클럽하우스"에서 "이제는 K추방인가? 개정 난민법의 모든 것"이라는 주제의 대화가 이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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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 1000명 중 4명.  

지난 2019년 난민으로 인정받아 법무부 출입국 외국인청에서 1차 심사에 통과한 난민 비율이다. 2019년 기준으로 심사가 종료된 이들이 9286명인데 그 중 한국에서 난민으로 인정받은 사람은 42명밖에 되지 않는다. 난민에 대한 뜬소문 같은 이야기는 많지만 정작 한국에 난민이 많지 않고 만나볼 수 있는 기회도 희박해 한국인은 난민을 이해하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난민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히기 위해 지난 16일 오후 10시 음성 기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인 '클럽하우스'에 대화 자리를 마련했다. 모더레이터, 스피커, 리스너라는 클럽하우스만의 기능적 구분에 따라 내가 모더레이터를 맡았고 스피커는 공익법센터 어필의 이일 변호사였다. 
     
지난 8일까지 8차례에 걸쳐 <오마이뉴스>에 연재한 '이제는 K-추방인가?' 시리즈의 담당 편집기자였던 나는 이 연재를 기획한 이일 변호사와 함께 난민법 개정안의 위험성에 대한 공개적인 대화 자리를 갖기로 의기투합했다. 늦은 시간임에도 100명이 넘는 리스너들이 클럽하우스 대화방에 들어와 난민과 난민법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가짜 난민이라는 개념, 굉장히 위험"

매년 한국을 찾는 난민은 늘어나지만 난민으로 인정되는 사람 수는 그에 비례해서 늘어나지 않아 난민 인정률은 곤두박질치고 있다. 이일 변호사는 이를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한국에서 난민으로 인정되기는 결코 쉽지 않다. 한국을 비롯한 동북아시아 국가는 모두 그런 경향이 있다. 소위 '진짜 난민' 혹은 '가짜 난민'이라는 식으로 가려내는 말은 굉장히 위험하다. 양심적 병역거부자를 두고 '진정한' 양심인지를 끝까지 물어서 감정한다든지, 기초생활수급자가 도움을 어디서도 받지 못하는 사람인지를 증명하라는 식이다.

난민 제도의 원 목적은 난민을 찾아서 보호하라는 것이다. 한국은 '혹시 난민이 아니면 보호받아서는 안 된다'라는 시각으로 심사가 계속 이뤄진다. 미국의 경우 엄혹한 트럼프 정권에서도 30~40%의 난민 인정률을 보인다. 이는 한국의 난민 심사가 너무 가혹하고 대체로 난민이 보호되지 않는다는 걸 보여준다."

그 와중에 2020년 12월 법무부를 통해 나온 난민법 개정안이 등장했다. 이 변호사에 따르면 이번 난민법 개정안의 핵심적인 부분은 더 빠르게 난민을 심사해 추방하겠다는 것이다. <오마이뉴스> 연재의 제목이 '이제는 K-추방인가?'인 이유다.

"한국은 그간 난민으로 인정된 사람이 거의 없고 난민의 지위나 인권보호가 전혀 되지 않고 있다. 한국은 소수자 인권이 보호가 되지 않는 나라인데 이번 난민법 개정안으로 오히려 '명백히 이유가 없는 난민 신청은 불허'라는 조항을 두고 난민 심사를 더 간단하게 만들었다. 쉽게 말했을 때 법무부에서 난민이 아니라고 보이는 사람은 난민 심사나 인터뷰 기회를 얻지 못하게 하고 내보내겠다는 것이다.

문제는 이미 99.6%나 되는 사람을 난민이 아닌 것 같다고 결정하면서도 더 엄격하게 만들겠다는 건데, 99.6%가 난민으로 인정되지 않는 건 한국에 난민이 없어서가 아니라 제도를 이용해 난민을 추방하고 있기 때문이다."

11시 넘어서도 질의응답 계속 이어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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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난민인권네트워크가 <오마이뉴스>에 연재한 "이제는 K-추방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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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참여자는 '왜 우리가 난민을 허용해야 해?'라는 질문을 받을 때 어떻게 답변할 수 있을지를 물었다. 이일 변호사는 "난민을 사람으로 생각하기보다는 국가 정책과 같은 커다란 일로 생각하기 때문에 '왜 받아들여야 하느냐'라고 묻게 되는 것 같다. 그보다는 '이미 한국에 온 난민을 우리가 왜 추방해야 하느냐, 우리에게 그런 권리가 있는가'로 바꿔서 묻는 게 더 좋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이어 "한국이 난민을 추방하게 되면 그들은 자국에서 심각한 인권침해를 입게 되고 자칫 전쟁터 한복판으로 끌려가 죽을 수밖에 없는 삶에 처하기도 한다. 난민에 대해 어떤 의견이든 가질 수 있지만 '공동체에서 추방해야 한다'라는 건 용인될 수 없는 생각이라고 본다"라고 말했다. 

난민 인권 활동가들과 현직 언론계 종사자들도 이날 클럽하우스를 찾았다. 약 80명의 참여자들은 행사가 끝나기로 예정된 시간을 넘겨서 방에 머물렀다. 질의응답이 11시 넘어서까지 계속 이어졌다. 이일 변호사는 "난민이라는 생소할 수 있는 이야기를 밤늦게 들어주셔서 감사하다. 난민법 이슈가 이제 깃발을 들고 밖으로 나가서 막아야 할 정도로 엄중한 상황에 처했다"라면서 관심을 당부했다.

"실제로 난민의 수는 엄청나게 적다. 하지만 엄연히 한국 사회에서 살아가고 있다. 다만 만나서 이야기할 수 있는 기회가 없는 것이다. 낯선 친구가 전학을 오면 같이 놀기 전까지는 소문이 나지만 같이 놀면서 축구도 잘하는구나, 나와 비슷한 성격이 있구나 라고 느낀다.

만날 수 있는 기회가 있으면 좋은데 역설적으로 난민이 한국 사회에 많지 않아서 낯섦을 해소하기 쉽지 않다. 난민은 그저 인간이다. 똑같은 인간인데 다른 곳에서 온 사람일 뿐이고 같은 인간으로서 공통점을 발견할 기회가 없으니 어색한 것이다."

이일 변호사는 "2018년 예멘 난민들이 한국에 들어왔을 때도 난민을 추방해야 한다는 여론 때문에 힘들었다. 그럼에도 다양한 분야의 시민들이 난민과 연대하고 난민을 혐오하는 것이 옳지 않다는 목소리도 나올 수 있는 계기도 됐다고 생각한다"라고 긍정적인 전망을 덧붙였다.

[관련 연재] 이제는 K-추방인가? http://omn.kr/1rul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