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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회견하는 하시모토 올림픽상.
 기자회견하는 하시모토 올림픽상.
ⓒ 연합뉴스/EP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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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비하 발언으로 사퇴한 모리 요시로(83) 도쿄올림픽·패럴림픽 조직위원회 위원장 후임으로 하시모토 세이코(56) 올림픽상이 취임했다.

"여자가 많으면 회의시간이 길어진다"는 비상식적인 발언으로 물의를 빚은 모리 요시로 전 위원장(83)은 위원장직을 정식으로 사퇴했다. 하시모토 새 위원장은 겸직을 금하는 규정상 현재 맡고 있는 올림픽상직에서는 내려왔다.

새 위원장은 일본 올림픽 역사상 최고의 여자 선수

모리 위원장의 사의 표명 이후 그의 취임은 정해진 수순이었다. 일본 유도의 간판 야마시타 야스히로부터 야구 영웅 스즈키 이치로, 프로테니스 선수 오사카 나오미 등 다수의 스포츠 스타들이 거명됐으나 하시모토 만한 적임자는 없었다.

일본 올림픽 역사상 최고의 여자 선수 출신인 데다, 현재는 올림픽상과 남녀공동참여·여성활양담당상을 맡고 있는 정치인이어서 여성 비하 발언 때문에 물러나는 모리 전 위원장을 대신하기에 적합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는 사이클 선수로 세 번, 스피드스케이팅 선수로 네 번 등 동·하계 올림픽에 무려 일곱 번이나 번갈아 나간 기록을 갖고 있다. 1992년에는 알베르빌 동계대회 스피드스케이팅에서 일본 여자 선수 최초로 동메달을 땄다.

자민당의 권유로 1995년 참의원 선거에 나가 당선된 후에도 새벽 3시에 일어나 훈련에 매진해 1996년 애틀란타 하계대회에 사이클 선수로 출전하기도 했다.

정계 입문 후 아이를 가진 그는 의원들에게 출산휴가가 없었지만 국회에 나오지 못하는 이유란에 '출산'이라고 쓰기도 했다. 이것이 일본 국회에 산휴제도가 도입되는 계기가 됐다.

그의 아버지가 1964년 도쿄올림픽의 성화를 보고 감명받아 그의 이름을 '세이코(聖子)라고 지었다는 얘기도 있다. 시드니올림픽이 열린 2000년에 태어난 자신의 딸은 '세이카(聖火, 성화)'라는 이름을 갖고 있다.

그러나 지난 2014년 소치 동계올림픽 뒷풀이 자리에서 술에 취한 나머지 남자 피겨스케이트 선수에게 억지로 키스를 한 사실이 사진과 함께 일본의 한 주간지에 실려 곤욕을 치른 바 있다.

사과와 해명으로 위기를 넘기긴 했지만, 이후 "술만 마시면 주변 사람에게 키스하는 버릇이 있다"는 얘기가 돌았다. 하시모토의 억지 키스를 보도한 해당 주간지는 다른 사례가 더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일본 포털사이트 야후재팬에 올라온 하시모토 위원장의 강제키스 사건관련 사진들.
 일본 포털사이트 야후재팬에 올라온 하시모토 위원장의 강제키스 사건관련 사진들.
ⓒ 야후재팬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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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중 유무, 성화릴레이 결정 등 당면과제 산적

화려한 선수경력과 정치경력을 갖고 있지만, 올림픽조직위원장은 그에게 다른 차원의 도전이다. 조직위원장의 주요 업무는 국제올림픽위원회(IOC)와 도쿄도, 스폰서기업 등의 이해를 조정하는 것인데 7년이나 직을 이어왔던 모리 전 위원장의 공백을 잘 메울 수 있을지 벌써부터 언론의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당장 하시모토 위원장의 급선무는 올림픽 개최시 관중의 유무와 성화 릴레이 중지 여부를 결정하는 것이다.

정부는 관중의 상한과 해외 관중의 유치 여부에 대한 판단을 오는 봄까지 결정해야 하는 입장이다. 만약 관중간 거리를 두거나 무관중으로 경기를 치른다면 900억 엔의 입장료 수입 손실을 감수해야 한다. 이런 경우, 위원장이 도쿄도와 정부에 추가 출자를 요청해야 하는 입장이다.

3월 25일부터 시작되는 성화릴레이도 큰 과제다. 코로나19 확산을 우려한 지자체들이 성화가 지나가는 것을 꺼리는 움직임이 있기 때문이다. 실제 17일에는 시마네현 지사가 "성화 릴레이 중지를 검토하겠다"고 표명해 파문을 일으키기도 했다.

조직위 관계자들은 당장 이런 일에 대한 대처에 능한 모리 전 위원장의 빈 자리가 너무 크다고 볼멘소리를 하고 있다.

하시모토 위원장은 임명이 확정된 후 떨리는 목소리로 "너무 큰 중책을 맡게 됐다"며 "올림픽의 성공을 위해 모든 힘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제 반 년 앞으로 다가온 도쿄올림픽이 제대로 치러질 수 있을지 모든 관심이 그의 어깨에 쏠리고 있다.

태그:#하시모토, #도쿄올림픽, #모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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