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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경준 지음 '이재명과 기본소득'
 최경준 지음 "이재명과 기본소득"
ⓒ 오마이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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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이것보다 더 나은 정책이 있으면 제가 하지요. (중략) 정부에서 하는 것처럼 4대 강이나 파고, 자원외교한다고 마구 낭비하고, 방산비리처럼 쓸데없는 데 돈 쓰는 것보다는 이 아낀 돈을 세금 내는 국민에게 되돌려주는 게 잘하는 거라고 생각하거든요, 저는." - p.214

기본소득을 얘기하며 떠오른 사람들이 있다. 1940년대에 태어난 나의 아버지, 1970년대에 태어난 나와 2019년에 태어난 우리 집안의 막내 조카이다. 아버지 세대는 중공업 기반의 대한민국과 대기업 중심의 산업구조를 만들었고, 나를 기업체의 임금노동자로 살게 했다. 그렇다면, 나는 과연 2039년에 스무 살이 될 조카에게 어떤 세상을 약속할 수 있을까?

이것은 먼 미래에 대한 허황된 상상이 아니다. 이 글을 읽는 당신이 당장이라도 마주치게 될 아주 가까운 미래이다. 오늘은 책 <이재명과 기본소득>을 소개하며, 20년 후의 대한민국을 상상해 보자. 세상의 변화를 나의 것으로 느낄 때에만 힘을 가질 테니 말이다. 

솔직히 책의 제목이 선동적이라고 느꼈다. 모두의 고민이어야 하는 주제에 '이재명'이라는 특정 정치인의 이름이 등장하니, '기본소득'이 정치인에 대한 평가로 변질되지 않을까 걱정됐다. 최근 '기본소득' 논쟁에서 가장 아쉬운 점이 바로 이것이다. 10여 년 전 '무상급식' 논쟁이 정치권력의 투쟁이 아니었던 것처럼, 선거를 앞두고 누군가가 독점해 소비해버리면 곤란한 주제이기 때문이다. 

왜, 지금, 기본소득을 논해야 하는가 
 
그동안 우리 사회는 기존 복지 시스템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진보와 보수 가릴 것 없이 기본소득에 주목해왔고, 코로나19로 경제 위기가 심화하면서 기본소득에 대한 관심이 더 높아졌다. 코로나19 사태는 우리 일상뿐 아니라 일터에서까지 근본적인 변화를 가져왔다. 기존 복지 시스템으로는 소득 불안정과 불평등 문제를 해결하는 데 역부족이며 국가가 나서서 새로운 보편적 복지정책을 설계하고 제공할 필요가 있다. 모든 사회 구성원에게 조건 없이 제공되는 기본소득이야말로 이러한 문제를 획기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좋은 대안이다. - pp. 161~162

'기본소득'은 '4차 산업혁명'이라는 기술 주도의 거대한 전환이, 경제의 기반이었던 '노동 기반의 임금체계'를 무너뜨릴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에 등장하게 됐다. 우리는 이미 대한민국의 급격한 산업화 이후로, 기업이 창출하는 노동의 수요가 급감하거 있음을 체감하고 있다. 지난 30년동안 대량 고용을 창출했던 제조업은 전 지구적인 경쟁 안에서 쇠락을 반복해 왔고, 우리도 흔들리는 조선산업이나 자동차 산업을 통해 이를 목격했다. 
 
... 전문가들은 2026년이 되면 미국의 도로를 달리는 자동차 중 10%가 무인 자동차가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 과학기술의 발전은 인간 운전자가 필요 없는 시대를 앞당기고 있다. … 4차 산업혁명으로 생기는 새로운 일자리는 극소수 고급 전문직과 대다수의 저임금/불안정 일자리로 양극화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인공지능으로 대표되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실업과 불안정 일자리로 내몰리는 사람들에 대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 pp.49~50

몇 년 전 택시 기사들이 카카오 택시와 타다로 대표되는 개인 이동 서비스의 전환을 두고 거세게 항의했던 것이 기억난다. 이번에는 간신히 택시 산업을 지키는 것으로 마무리되었지만, 어느 누구도 그것이 영구적이라고 기대하는 사람은 없다.

자율주행차가 등장하는 미래에 택시 기사, 혹은 콜택시를 연결해 주는 상담원의 일자리가 들어설 틈이 있는가? 없다. 다만,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 동안, 직업의 상실과 전환의 상처를 최소화할 수 있는 방향으로의 고민과 노력이 필요할 뿐이다.

택시 산업을 예로 들긴 했으나, 비단 이 뿐만이 아니다. 기술이 바꾸는 미래에 대한 상상을 하다 보면, 산업혁명 이후로 100년 동안 지속해왔던 노동 임금이 주도하는 시장 경제는 이미 끝을 보이는 듯하다는 생각까지 든다.

기술의 진보는 인간의 노동력을 획기적으로 감소시키는 방향으로 발전해 왔고, 지난 20년 동안 대한민국의 고용 변화는 이를 증명하고 있다. 2021년 청년세대의 절망은, 그들이 살아갈 미래를 제대로 준비하지 못한 선배 세대의 잘못 때문이다. 동일한 실수를 반복하려는가? 희망적인 미래를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들은 무엇일까?

당신이 앞으로의 대한민국을 결정한다 
 
우리는 유토피아와 디스토피아의 갈림길에 서 있다. 다가올 미래가 유토피아일지, 디스토피아일지는 우리 스스로 결정할 문제다. 두 손 높고 가만히 기다리면 디스토피아로 갈 가능성이 크다. 4차 산업혁명 등 기술혁신이 오히려 유토피아로 갈 수 있는 변화의 기회가 될 수도 있다. 그 길을 가기 위해서는 노동과 소득을 분리해야 한다. 4차 산업혁명과 필연적으로 결부된 기본소득이야말로 유토피아로 가는 티켓이 될 수 있지 않을까? - pp. 57~58

우선, 노동의 대가로써 주어진 '임금 소득'의 개념을 폐기하고, 고용 없이 창출된 기업집단의 이익을 사회로 되돌릴 것을 요구해야 한다. 기본소득이 좋은 방안일 것이다. 부족한 재원은 고용 없이 창출된 기업의 이익을 통해 채워질 수 있다. 다음으로, 기업을 통해 창출되던 노동수요를 대체할 수 있는 새로운 일자리를 요구해야 한다.

노동 없는 소득으로 게을러지는 것이 걱정된다면, 공동체의 가치를 위한 노동을 제시하면 된다. 예를 들어, 육아나 보육, 노인 인구나 장애인에 대한 돌봄 노동의 확대를 요구하는 것은 어떤가? 낮은 출산율과 급격한 고령화로 국가의 미래가 위협받는 대한민국이라면 가능하다. 마지막으로, 우리의 역할이다. 우리는 좀 더 강하고 현명하게 경제 정책의 전환과 부의 재분배를 요구해야 한다.

우리는 어쩌면, 시대의 전환을 위한 중요한 시기를 놓쳤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급격한 변화의 시기에서 잊지 말아야 하는 것은, 아이들이 살아갈 20년 후의 미래에 대한 상상이다. 나는 그저 2019년에 태어난 '신우주'라는 아이가 살아갈 2039년이, 조금이라도 그녀에게 희망을 줄 수 있는 곳이기를 기대할 뿐이다. 설마, 이 글을 읽는 당신의 미래는 다른 곳에 있는가? 

얼마 전 시작한 드라마에서, 2039년이 공기가 오염되어 '제대로 숨도 쉬지 못할 만큼 망해버린' 시대로 그려지는 것을 보고 화들짝 놀랐다. 나의 조카가 살아갈 미래가 저렇다는 말인가? 세상은 빠르게 변해왔고, 지금 당신의 선택이 20년 후의 대한민국을 결정할 것이다. 나는 마음을 정했다. 당신은, 정했는가?

이재명과 기본소득 - 피할 수 없는 미래, 당신의 삶을 상상하라

최경준 (지은이), 오마이북(2021)


태그:#오늘날의 책읽기, #이재명과 기본소득, #2040년의 미래, #유토피아, #디스토피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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