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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가 고등어구이를 저녁 반찬으로 내왔습니다. 기름이 타박타박 튀어 오르는 고등어구이가 참 맛있어 보입니다. 젓가락으로 조심스럽게 생선가시를 발라 첫째 딸의 밥숟갈 위에 올려 주었습니다.

"아빠! 참 맛있어. 아빠가 생선가시를 발라 주니 너무 좋아!"
​"그래, 나도 어릴 때 아빠의 아빠, 그러니까 청도 할아버지가 갈치며, 고등어며 다 발라서 아빠에게 주시곤 했지."

​"근데 요즘은 왜 아빠가 청도 할아버지 밥에 생선가시를 발라서 얹어줘?" 
"아… 그건 말이야…"


지금은 갈치가 귀한 대접을 받지만 예전에는 비교적 흔한 생선이었습니다. 누구나 가난했던 시절 읍내 5일장에서 맛볼 수 있었던 생선은 고등어나 갈치가 전부였습니다.

그 옛날 어머니는 얼음보다 소금이 가득했던 시장 어물전 좌판에서 갈치를 한 손 사 오셔서 요리를 하셨습니다. 한 마리는 각종 채소를 넣고 갈치국을 끓이셨고, 한 마리는 프라이팬에 기름을 두르고 갈치구이를 해 주셨습니다.
 
갈치구이 어린시절 아버지는 갈치구이 바깥쪽 가시를 모두 발라내시고 나에게 먹기 좋게 주셨습니다. 이제는 제가 아버지께 가시를 발라드립니다.
▲ 갈치구이 어린시절 아버지는 갈치구이 바깥쪽 가시를 모두 발라내시고 나에게 먹기 좋게 주셨습니다. 이제는 제가 아버지께 가시를 발라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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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초등학교 다니던 어린 시절, 어쩌다 밥상에 갈치구이라도 올라오면 누나들과 저는 묘한 신경전을 펼쳤습니다. 작은 누나가 묘한 분위기를 깨트리고 '감히' 갈치구이의 중간 부분을 젓가락으로 들고 가면 아버지는 젓가락으로 누나가 들고 가던 생선을 빼앗아 당신의 밥그릇에 놓으셨습니다.

그리고 갈치구이 바깥쪽에 있는 생선가시들을 입으로 뜯어내 그 뼈는 씹어드셨습니다. 바깥쪽 가시가 모두 사라져 먹기 좋게 발라진 그 갈치구이를 아버지는 조용히 제 밥그릇 위에 놓아두셨습니다. 저는 편하게 그 갈치구이를 맛있게 먹었고, 작은 누나는 아버지와 저에게 번갈아 눈을 흘기며 꼬리 부분이나 대가리를 가져가서 열심히 뼈를 발라 먹곤 했습니다. 

아버지는 병을 앓으시기 전에 생선을 잘 드시지 않았습니다. 생선 가시를 바르기 귀찮다고 하시면서 항상 물에 밥을 말아서 단무지나 간장과 함께 식사를 하셨습니다. 그랬던 아버지가 요즘은 생선구이를 자주 드십니다. 몸이 아프신 후 식성이 변하신 걸까요?

주말에 아버지와 식사를 하면 생선구이를 드시기 위해 젓가락으로 생선 곳곳을 찌르십니다. 하지만 당신 뜻대로 움직이지 않는 젓가락은 자꾸 미끄러지고 맙니다. 그런 모습을 보면 전 생선 가시를 곱게 발라 아버지 밥상 위에 놓아 드립니다.

그러면 어머니는 '놔둬라, 너거 아부지 고마 묵어도 된다'라고 저에게 말씀하십니다. 어머니의 말씀을 듣는 듯 마는 듯 아버지는 맛있게 생선구이를 꼭꼭 씹어 드십니다. 마치 어릴 때 저에게 생선 살덩이를 넘겨주시고 뼈를 꼭꼭 씹어 드시던 그 모습처럼요.

​아버지에게 가시가 발린 먹기 좋은 생선구이를 받아먹던 아들이 이제 그 아버지에게 생선가시를 발라 아버지 밥에 얹어줍니다. 김치를 곱게 찢어서 물에 말은 밥에 얹어 드립니다.

저에게 세수를 시키던 그 거친 손을 이제 제가 닦아주고 아버지 목욕을 시켜드립니다. 인생이란 것이 돌고 도는 것이라고 말하지만 힘 없이 아들에게 반찬을 받아 드시는 아버지의 모습이 눈물겹도록 아픕니다.

하나 둘 기억을 잃어가는 아버지에게 물어봅니다.

​"아부지! 아부지는 원래 생선을 좋아했습니꺼? 아니면 일부러 싫어하는 척 했습니꺼?"

​아버지는 아무 말씀이 없습니다.

태그:#아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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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가는 이야기에 행복과 미소가 담긴 글을 쓰고 싶습니다. 대구에 사는 시민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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