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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대법관후보추천위원회 참석을 위해 22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법원으로 들어가며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대법관후보추천위원회 참석을 위해 22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법원으로 들어가며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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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감찰이 용두사미로 흐지부지, 대충 끝나지는 않을 것이다."

박범계 법무부장관이 22일 퇴근길 취재진에게 밝힌 말이다. 박 장관은 대검부장·고검장 회의체의 '불기소 결론' 수용 여부를 묻는 질문에는 "아무 의미가 없다"며 비껴갔다. 그러면서 합동 감찰에 무게를 실었다. 특히 위증교사 혐의자인 담당 검사를 회의에 참여시킨 점과 13시간 회의 내용이 특정 언론을 통해 회의 직후 유출된 것을 구체적으로 언급했다.

이렇게 합동감찰을 강조하긴 했지만, 박 장관은 수사지휘에 따른 검찰 측의 불기소 결론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정수 검찰국장이 지난 17일 수사지휘 당시 "(어떤 결론이든) 수용한다"고 이미 밝혔기 때문이다. 결국 한명숙 사건에서 비화된 검찰의 모해위증교사 의혹은 이날 24시 공소시효 종료를 기점으로 결국 사건의 실체를 법정에서 가릴수는 없게 됐다.

공소시효 지나면서 사법적 진실 규명 실패... "면죄부 주는 날 아니다"
 
이정수 법무부 검찰국장(왼쪽)과 류혁 법무부 감찰관이 22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검 의정관에서 한명숙 모해위증 불기소 관련 법무부 입장을 발표하고 있다.
 이정수 법무부 검찰국장(왼쪽)과 류혁 법무부 감찰관이 22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검 의정관에서 한명숙 모해위증 불기소 관련 법무부 입장을 발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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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정수 검찰국장 "(검찰의) 혐의 없음 결론이 실체적 진실에 부합한다고 단정할 수 없다. 검찰이 얼마나 노력했는지에 대해선 아쉬운 부분이고, 그러므로 (불기소로) 면죄부를 주는 날도 아니다."

'무조건 수용'은 아니었다. 박 장관은 특히 이날 입장문에도 불기소 판단을 "수용한다"는 명시적 메시지를 담지는 않았다. 서울 서초구 법무부 의정관에서 이정수 검찰국장과 류혁 감찰관이 진행한 질의응답 과정에서 취재진으로부터 재차 '수용이 맞느냐'는 질문이 나온 까닭이다. 박 장관은 '불기소' 인정 대신 검찰 회의체를 향한 비판을 입장에 가득 실었다. 

요지는 검찰이 자신의 수사지휘에 반해 "절차적 정의"가 지켜지지 않았다는 지적이었다. 박 장관은 "회의 당일 제한된 시간 안에 방대한 사건 기록을 검토하지 못하고 보고서와 문답에 의존해 내린 결론이라면 조직 내 다른 목소리를 내는 검사에 대한 편견, 구체적이고 일관된 진술임에도 재소자라는 이유로 믿을 수 없다는 선입견, 제식구 감싸기 논란에서 자유로울 수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법무부 감찰관실과 대검 감찰부의 합동감찰 범위도 10년 전 사건 당시 수사팀의 불법 부당 수사 관행에서 나아가 지난 19일 회의 과정의 절차적 문제까지 확대하겠다고 공지했다. 내용적 실체보다, 수사와 수사 검증 과정에서 발생한 절차 오류를 문제 삼겠다는 예고다. 입장문에선 사건의 공소시효가 만료되는 점을 의식한 듯 "실체적 진실 여부와 별개로" 등의 단서를 합동감찰 명분 앞에 달았다.

이제 감찰 대상 사건은 두가지다. 2011년 사건, 그리고 2021년 사건.

[2011년 사건] 공소시효는 끝났지만 징계 여부는 남아

당장 주요 감찰 대상은 모해 위증 교사 의혹을 받는 수사팀이다. 2010년에서 2011년 사이 실제 수사와 공판 과정에서 특정 증인을 수집하거나 재소자를 불러 특정 대우를 하는 등 사건 처리 전반에 어떤 비위를 저질렀는지가 핵심이다. 

사실 이날 류혁 감찰관이 감찰 대상으로 언급한 ▲ 수용자에 대한 부당한 편의 제공 ▲ 불투명한 사건관계인 소환, 조사 정황은 당시 수사 참여자들의 증언과 제보로 일부 사실로 확인된 상황이다. ▲ 재소자들을 동시에 같은 장소에 소환해 증언연습을 시킨 정황도 마찬가지다.
 
"최아무개와 진술인은 물론 고아무개, 윤아무개, 이아무개, 임아무개, 최아무개, 정아무개의 형사사건 조회, 접견현황, 수용방실 내역, 출정 기록 등을 확보 분석 후 면담하여 최 아무개를 추가 증인 신청했고..." (대검 감찰부 3차 진술조서 기록)

"검사실에 출정하여 전화 사용 편의를 제공받아 주식거래를 한 것으로 보인다." (제보자 한아무개씨 대검 감찰부 문답서 기록)

"민원인이 주아무개, 윤아무개와 무인접견을 하며 사시미 12인 분, 담배 등을 검사실로 사오라고 부탁할 때 A회사 인수 이야기도 하는 등" (문답서 기록)

"검사실 관계자들이나 김아무개 증인신문 연습 사실은 인정하고" (서울중앙지검 기록)

다만 류 감찰관은 이번 감찰의 목표를 징계보다 '제도 개선'에 무게를 뒀다. 그는 "대법원 판결에서조차도 일부 (당시 수사팀에 대한) 부적절한 수사관행이 있었다"면서도 "기본 방향은 심층면담을 통한 엄정 조사를 통해 긍정적이고 미래지향적인 측면에서 감찰하겠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2021년 사건] '그 검사' 부른 그 날 회의, 왜 그랬을까
 
'한명숙 재판 모해위증교사 의혹 사건'은 검찰 수뇌부의 불기소 결정으로 공소시효가 지나게 됐지만, 박범계 법무부장관은 강도높은 감찰을 예고했다. 사진은 지난 3일 오전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 앞 깃발.
 "한명숙 재판 모해위증교사 의혹 사건"은 검찰 수뇌부의 불기소 결정으로 공소시효가 지나게 됐지만, 박범계 법무부장관은 강도높은 감찰을 예고했다. 사진은 지난 3일 오전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 앞 깃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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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장관은 10년 전 사건을 둘러싼 절차 문제에서 나아가, 해당 사건에 대한 감찰과 최근 검찰 회의체의 결론에 이르기까지 절차에 문제가 없었는지도 파악하라고 주문했다. 초점은 지난 19일 대검 부장-고검장 회의에서 당시 수사팀 검사를 출석케 한 사실에 맞춰 있었다. 모해위증교사 혐의자를 불러 의견을 청취했다면, 제보자 등 반대 측 의견도 들었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공정하지 않다는 것. 

박 장관은 ▲ 민원 접수 때부터 대검 무혐의 취지 결정 ▲ 대검 부장회의 언론 유출 경위 등과 함께, "증언 연습을 시켰다는 의혹을 받는 당시 수사팀 검사가 사전 협의도 없이 회의에 참석하는 일이 발생했다"며 ▲ 위증 교사 의혹 검사 출석 등으로 인한 절차적 정의 위배 여부를 가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정수 국장은 "(회의) 전날 감찰부장과 기조부장이 어느 정도 절차 협의를 했는데, 다음날 회의에 참석한 한 분이 '(수사팀 검사가) 와서 진술하는 게 어떠냐' 해서 하게 됐다"고 말했다. 한동수 감찰부장도 지난 21일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관련 문제를 지적하며 "공무원은 방어권을 어디까지 보장받아야 하는지, 국민의 권리 이상을 받아선 안 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고 꼬집은 바 있다. 

감찰에 임은정 대검 정책연구관의 참여 여부도 주목된다. 류혁 감찰관은 "임 연구관도 감찰부 구성원이고 참여하지 않을 이유는 없다"면서 "(참여 여부는) 절차를 거쳐 해결해야겠지만 의도적 배제가 아닌 방향으로 검찰에서 1차 판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검찰 모해위증 교사 의혹의 공소시효는 종료되지만, 이 사건을 둘러싼 고발도 우후죽순 제기된 상황이다. 법치주의바로세우기연대(법세련)가 박범계 장관과 임은정 대검 정책연구관을 각각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와 공무상비밀누설 혐의로 고발한 바 있고, 반대로 조남관 총장 대행은 수사 방해를 이유로 사법정의바로세우기시민행동(사세행)으로부터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 함께 고발된 상태다.
 

태그:#박범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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