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05.07 09:07최종 업데이트 21.05.07 15: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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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회찬이 우리 곁을 떠난 지도 어언 3년이 흘렀다. 그의 3주기에 즈음하여 노회찬재단은 오마이뉴스와 함께 공동기획으로, 4월 16일부터 매주 화요일과 금요일에 [우리 시대 '6411 투명인간'과 '약자들의 벗 노회찬'의 정치실천: 기록으로 기억하다] 기록 연재를 시작한다. [편집자말]
(*지난 기사 [6411 투명인간과 약자들의 벗 노회찬] 청소년과 노회찬 ②에서 이어집니다.)

2017년 1월 19일 오전 10시 국회 의원회관. '18세 선거권 국민연대 출범식'에서 참석자들은 피켓을 들고 다같이 "보트(vote)! 일팔(18)!"이라는 구호를 외치며 만18세 선거권 보장을 촉구했다. "한국 정치가 국민 앞에서 당당하고 깨끗해지기 위해서도 18세 투표권 반드시 쟁취돼야 한다"면서 노회찬은 축사를 했다.
  

2017년 1월 19일 18세 선거권 국민연대 출범식 모습 ⓒ 노회찬재단

  

2017년 1월 19일 18세 선거권 국민연대 출범식 피켓 ⓒ 노회찬재단

 
"이 자리가 가득 메워진 걸 보니 정말 감개무량합니다. 저는 만 스무 살부터 투표권이 주어졌던 20년 전에 18세부터 투표권을 주어야 한다고 하면서 투표권을 20세 이상으로 상정한 법률이 헌법을 위배했다고 헌법소원을 냈던 사람입니다. 오늘 여러분들이 18세 선거권 쟁취를 위한 출범식에 복도계단까지 가득 메운 걸 보니 정말 감개무량합니다.

유관순 열사가 대한독립만세 외친 게 만 16세입니다. 고등학생이었습니다. 그것이 잘못됐습니까. 대한독립만세를 외치기에는 미성숙한 나이였습니까. 학제가 변경될 때까지 대한독립만세 외치는 걸 참았어야 합니까. 새누리당 인명진 비대위원장의 이야기는 '유관순 열사도 한 3년 정도 참았어야 했다', '대한독립만세를 1919년에 외칠 게 아니라 1922년에 만 19세 넘긴 다음에 외쳤어야 한다' 이 얘기와 다를 바 없는 것 아닙니까.


우리나라 공무원 만 18세부터 될 수 있습니다. 만 18세면 중앙선관위 직원도 될 수 있습니다. 중앙선관위 직원은 될 수 있는데 선관위가 주관하는 투표는 할 수 없다는 게 말이 됩니까. 만 18세에 실제 공무원이 되는 사람이 점점 늘고 있는 추세입니다. 공무원 되면 월급 받고, 월급 받으면 세금 냅니다. 그런데 왜 투표권은 안 주면서 세금은 받습니까. (…) 

'선거권 연령 18세가 되면 고등학교가 정치판이 된다' 이런 이야기도 합니다. 이제 고등학교에서도 정치이야기 좀 해야 하는 거 아닙니까. 고등학생들이 정치 이야기하는 것을 두려워하는 사람들은 어떤 사람들 입니까. 정치가 계속 '19금', 19세 미만에게는 보여주기 부끄러운 정치 계속하겠다는 사람들 아닙니까. 한국 정치가 국민 앞에서 당당하고 깨끗해지기 위해서도 18세 투표권 반드시 쟁취돼야 합니다."


2018년 3월 22일 노회찬(정의당 원내대표)은 '만18세 이하 선거연령 하향 촉구 기자회견'에 참석해 인사말을 했다. 
 

2018년 3월 22일 '만18세 이하 선거연령 하향 촉구 기자회견'에 참석한 노회찬(정의당 원내대표) ⓒ 노회찬재단

  
"우리나라 민주주의를 끌어올리는 원동력이 됐던 4.19혁명, 4.19혁명의 도화선이 됐던 3.15 마산의거, 다 고등학생들이 했습니다. 3.15의거 당시 경찰의 무차별 발포로 열두 명이 숨졌습니다. 그 열두 명 중에서 여덟 명이 고등학생입니다. 고등학생이 만든 민주주의, 우리가 지금 누리고 있습니다.

그런데 왜 고등학생들에게 투표권 안 줍니까? 자유한국당에 불리해서입니까? 그러면 자유한국당이 한국을 떠나세요. 그러면 해결될 문제 아니에요. 왜 한국에 남아서 우리 고등학생들, 청소년들에게 투표권을 안 주려고 합니까? 학제변경은 이유가 될 수 없습니다. 공무원이 될 수 있는 사람에게 왜 투표권을 안 줍니까.

정의당은 이미 18세 선거권 주도록 하는 법안을 작년에 제출해 놓았습니다. 더 미룰 이유가 없습니다. 4월까지 기다릴 필요 없습니다. 당장 이 법을 통과시키십시오. 그리고 18세 선거권에 반대한다면 정말이지 국회를 떠나십시오. 한국을 떠나십시오. 강력히 촉구합니다."


2019년 12월 27일 국회 본회의에서 공직선거법 개정안이 통과되면서 마침내 '만 18세 선거권'이 도입됐다. 2020년 1월 7일 만 18세 청소년 54명이 정의당에 입당했다. 그 자리에 노회찬이 함께했다면 분명 진심으로 축하하고 엄청 기뻐했을 것이다. 
 

2020년 1월 7일, 정의당 심상정 대표가 정의당에 입당한 18세 청소년들과 함께 정의당의 상징 'V'자를 손으로 그려보이고 있다. ⓒ 남소연

 
노회찬, '호통치는 국감현장'을 감성 국감현장으로 

2016년 8월 1일 노회찬은 보도자료를 통해 "교육부로부터 지난달 25일 제출받은 '2012~2015학년도 학교폭력 현황' 자료에 따르면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에서 심의한 성폭력 건수는 해마다 증가하여 2012년 642건에서 2015년 1842건으로 3년간 3배 가까이 늘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가해 학생수는 2012년 820명에서 2015년 2139명으로 늘었는데, 가해학생 중 전학·퇴학의 중징계를 받은 학생 비율은 2012년 30.2%(248명)에서 2015년 18.5%(395명)로 오히려 줄었다"며 "처벌이 능사가 아니라면 시급히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노회찬은 피해학생수도 "2012년 806명에서 2015년 2632명으로 3배 이상 증가했다"며 "최근 학교 성폭력 증가 추세는 위험 수위에 도달한 심각한 상황이다. 학교 성폭력이 급속히 확대되고 있어 비상한 대책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노회찬은 "우리 사회에 만연해 있는 모든 성폭력은 반드시 사라져야 한다. 특히 자라나는 청소년 중 어느 누구도 성폭력의 피해자가 되지 않도록 보호하는 것'은 국가의 중요한 책무이다"라고 한 뒤, "국회에서부터 학교 성폭력 근절을 위한 심도 깊은 논의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2017년 10월 24일 대구지방법원에서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대구고법, 대구지법, 부산고법, 부산지법, 울산지법, 창원지법, 대구·부산가정법원 국정감사장. 노회찬은 문형표 가정법원장에게 "현재 법원에서 청소년회복센터에 지원하는 예산은 소년심판규칙에 따라 아동 1인당 50만 원과 일부 후원금이 전부이다. 부족하지 않은가? 정부나 국회에 요청하는 바는 없는가?"라고 질의했다. 이에 문 가정법원장은 "청소년회복센터에 인건비를 국가예산으로 지원한다면 센터장들이 후원금을 모으기 위해 시간을 쓰지 않아도 되고, 더 훌륭한 사람이 센터장을 맡을 수 있다"고 답변했다.

이어 "국정감사는 묻고 따지고 호통치는 장이긴 한데, 오늘은 고맙다는 의미에서 질의하겠다"면서, "최근 부산 여중생 폭행 사건이 전국민적인 우려와 분노를 자아내면서, 소년재판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다. 그런데 천종호 판사는 2011년부터 소년사건을 전담해 왔다. 보통 1년간 맡는다는 소년재판을 본인이 강력히 희망해서 이례적으로 8년째 맡고 있다. '비행청소년의 대부, 소년범의 아버지'라는 아주 독특한 별명으로 불리는 천종호 판사는 8년 동안 1만2000여 명의 소년범을 재판했을 뿐 아니라, '청소년회복센터', 일명 '사법형 그룹홈' 제도를 제안하여 정착시키는 등 문제해결방안도 제시했다"고 감사의 뜻을 밝혔다. 

노회찬은 천종호 판사를 불러, "지금 하는 일을 더 열심히 해 주시기를 바란다. 고맙다"라고 말한 뒤, 눈시울을 붉히며 잠시 말을 멈추었다. 천종호 판사는 "비행청소년들도 대한민국의 청소년들이다. 이 아이들도 소중한 미래가 될 수 있다. 관심과 지원을 부탁드린다"고 화답했다. 자기 자신의 전문 분야에서 누가 알아주든 알아주지 않든 묵묵히 최선을 다하는 모습과 그 맡은 바 직분을 다하고 있는 것을 알아주는 마음이, 호통치는 국감현장을 따뜻한 감성 국감현장으로 변하게 했다(<브레이크 뉴스>, 2017.10.24.).
 

2017년 10월 24일 대구지방법원에서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장에서 질의하는 노회찬, 답변하는 천종호(방송화면갈무리) ⓒ 노회찬재단

 
2018년 2월 천종호 판사는 8년간의 소년법정 생활을 끝내고 일반 법정으로 돌아갔다. 본인은 "소년재판을 계속하고 싶다고 신청했으나 희망과 달리 생각지도 않은 부산지법으로 발령"이 난 것이다. 천 판사는 페이스북에 "법관 퇴직시까지 소년보호재판만 하겠다고 국민들 앞에서 공적으로 약속했고 지난해 국정감사 때도 노회찬 의원의 질문에 다시 약속했다. 소년보호재판만 계속할 수 있게 해준다면 승진도 영예도 필요 없었다. 그런데 약속을 이제 지킬 수가 없어 죄송한 마음을 금할 길이 없다"는 소회를 남겼다. 

2017년 12월 1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선플재단 선플운동본부(이사장 민병철)가 국회선플정치위원회(공동위원장 심재권, 신상진, 유성엽, 정운천, 노회찬 국회의원)와 공동으로 '제5회 국회의원 아름다운 말 선플상 시상식'을 개최했다. 청소년들이 아름다운 언어 사용을 실천한 국회의원을 직접 뽑아 '선플상'을 시상하는 자리였다.

고등학생과 대학생 237명으로 구성된 '전국 청소년 선플 SNS 기자단'은 지난 2017년 9월부터 2개월간 국회 회의록 시스템을 분석해 아름다운 언어 사용을 실천한 국회의원을 선발했다. 선플대상은 서형수 민주당 의원, 김선동·정양석 한국당 의원, 장병완 국민의당 의원, 노회찬 정의당 의원이 수상했다. 

2007년 활동을 시작한 선플운동본부에서는 '언어폭력이 학교폭력의 시작'이라는 전제 아래 악플의 심각성과 선플의 필요성을 일깨우는 선플교육, 선플달기, 거리캠페인, 공모전 등을 통해 인터넷 상의 악플을 추방하자는 선플캠페인을 꾸준히 펼쳐왔다. 선플운동을 교육청 차원에서 전면 도입한 울산교육청의 경우 학교폭력 발생율이 절반 이하로 감소하는 등 청소년 인성교육과 학교폭력 예방에 큰 효과가 있다는 평가를 받았다.

2018년 발표된 선플인터넷평화운동 효과에 관련한 선행연구에 따르면, 선플 봉사활동이 청소년의 학교생활 적응, 인성 발달, 공동체의식, 리더십 생활기술 능력, 공격성 감소, 정보통신 윤리 등에서 긍정적인 효과가 있는 것으로 밝혀지기도 했다. 2018년 8월 발표된 교육부의 <2018년 1차 학교폭력 실태조사>에 따르면, 언어폭력이 34.7%로 가장 높은 피해유형으로 파악되었으며, 언어폭력이 학교폭력과 연계되어 발생하는 것에 대한 대책마련이 절실하다고 밝혔다. 
  

청소년들이 아름다운 언어 사용을 실천한 국회의원을 직접 뽑아 시상한 '선플상' 상패 ⓒ 노회찬재단

 
2004년 4월 '학교폭력 예방 및 대책에 관한 법률'이 제정된 뒤 학교폭력자치위원회가 운영되기 시작했으며, 이후 20여 차례 개정을 거쳤다. 그러나 우리 사회 학교폭력은 예방은 차치하고 오히려 더 악화되어 왔다. 이와 관련해 문아영 피스모모 대표가 던진 화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학폭 문제, '때리지 않는 것'이 아니라 '때릴 수 없음'을 알아차리는 것: 학교폭력, 과연 학교만의 책임일까?)>, <프레시안>, 2021.4.1.). 노회찬도 기꺼이 동의할 것이다. 

"학교폭력은 학교에서 벌어진 폭력을 의미하지만 그것은 학교만의 책임이라고 할 수 없다. 사회 전반으로 눈을 돌려보면 노동자들의 집단행동에 대한 사측의 대응, 국책사업을 반대하는 현지 주민 및 시민단체에 대한 정부의 문제해결 방식, 재개발 계획에 저항하는 주민들에 대한 공권력의 개입 등은 항상 강압적이고 무차별적인 폭력으로 귀결되었다.

폭력을 해결 수단으로 동원하는 사회에서 학교폭력을 해결하겠다는 기획이 과연 실현 가능할까? 무기를 통해 누군가를 죽여서라도 우리의 안보를 지키겠다는 군사주의 안보국가에서 학교폭력의 해결을 논할 때의 아이러니를 어떻게 해소할 수 있을까? 패권주의와 서열주의, 군사주의와 인종주의, 성차별주의와 종차별주의는 교차되고 증폭하며 폭력을 반복, 재생산한다. 폭력을 가능하게 한 구조와 환경에 대한 질문, 모두를 폭력의 공모자로 가정하는 불편한 관계를 직면하지 않고는 학교폭력 문제의 해결은 요원하다."


'학교폭력' 관련 노회찬의 작은 에피소드

'학교폭력' 관련, 한겨레(2004.12.8.)에 실린 노회찬의 작은 에피소드 하나를 소개하며 이번 <청소년과 노회찬> 기록 이야기를 마친다.

2004년 12월 7일 한나라당이 "지난 6일 국회 법사위에서 국가보안법 폐지안을 상정시키는 과정에서 노회찬 의원이 한나라당 의원 보좌관을 폭행했다. 필요하다면 법적 조처는 물론 국회 윤리위에 제소하겠다"고 밝힌 데 대해, 당시 노회찬(민주노동당 국회의원)은 "나는 11살 이후 누구에게든 폭력을 행사해본 적이 없다"며 "폭행한 사실이 없는데 폭행했다고 하는 한나라당은, 자해공갈당이냐"고 맞받았다.


기록 연재 | 조현연 노회찬재단 특임이사

* 다음 기사는 5월 11일(화) 게재 예정입니다(청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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