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김영덕 수석프로그래머.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김영덕 수석프로그래머. ⓒ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올해로 25주년을 맞은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아래 BIFAN)가 성황리에 진행 중이다. '이상해도 괜찮아'라는 주제를 내걸어 놓고 말 그대로 이상한 판을 벌여놓았다. 코로나 19 팬데믹 2년 차에 지난 12일부로 수도권 지역 사회적 거리두기 4단계가 적용되며 악재를 맞았지만, 14일 현재까지 평온하게 진행되는 분위기다. 

올해 BIFAN에서 상영되는 작품은 총 47개국 257편(장편 94편, 단편 114편, VR 49편)으로 지난해보다 약 60편 정도가 늘었고, 부대행사 또한 '괴담 캠퍼스', 'BIFAN Industry Gathering (아래 B.I.G)', XR 기술을 활용한 콘텐츠 전시장인 '비욘드 리얼리티' 등으로 다변화를 꾀했다. 개막식 또한 김태용, 민규동 감독의 연출로 영화 <여고괴담> 컨셉트로 진행됐다. 코로나 19에도 위축되지 않겠다는 자신감이 느껴지는 대목이다. 

하이브리드 방식의 실험과 도전

영화제 기간 중 만난 김영덕 수석프로그래머는 "거리두기 4단계가 되어도 크게 흔들리지 않게 각 행사마다 플랜 B를 준비해놓고 있었다"며 그 비결 중 하나를 전했다. 그 자신감의 이유가 있었다. 지난해부터 BIFAN은 온라인과 오프라인 플랫폼을 적절히 함께 활용하는 하이브리드 방식을 처음 도입했다. 올해는 그 실험의 연장선이라 할 수 있겠다.

"4단계가 적용되는 12일부터 모든 행사가 취소되는거 아닌가 걱정하는 분들이 많았는데 모든 행사가 정상 진행 중이다. 10시를 넘겨 끝날 것 같은 영화는 상영시간을 좀 당기는 걸로 조정했고, 주요 오프라인 행사는 다행스럽게 11일부로 대부분 끝났다. 좀 아쉬운 건 창작자 지원 사업으로 방향을 잡은 '괴담 캠퍼스'가 다들 오프라인 대면을 원해서 3주 뒤로 연기됐다는 점이다. 온라인 중계로 할까 싶었지만 멘티들 대부분이 대면으로 투자자에게 명함도 나누고 직접 발표를 하고 싶다고 하더라. 영화제 종료 이후 단독 행사로 진행하기 위해 준비 중이다."

오프라인 좌석수가 작년에 비해 50%로 늘어 1만5천석 정도인데 거의 채울 것으로 보인다. 김영덕 프로그래머는 "매진작도 나오고 있어서 해당 작품 저작권자에게 허용 뷰수를 늘이는 것을 추가로 협의하고 있다"며 "창작자 분들도 작년과 달리 온라인 상영에 익숙해지고 열린 자세를 보이고 있어서 이런 성과가 나온 것 같다"고 자평했다.

"영화제가 끝나는 15일 이후 온라인 상영은 3일 더 계속 된다. 주말을 끼고 있어서 조회수가 엄청 올라갈 것으로 보인다. 아마도 총 2만 뷰는 넘을 것 같다. 확실히 오프라인과 온라인의 역전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우리끼린 온라인 상영관이라 명명하면서 의미를 주고 있다. 특히 작년엔 한국영화들이 모두 온라인 상영에 동의해주지 않았는데 올해는 대부분 동의해주셨다. 확실히 인식이 달라지고 있음을 느낀다."
 
 제25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개막식 및 주요 행사 진행 모습.

제25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개막식 및 주요 행사 진행 모습. ⓒ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제25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개막식 및 주요 행사 진행 모습.

제25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개막식 및 주요 행사 진행 모습. ⓒ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온라인 방식은 대체될 수 없는 흐름"

지난 8일 열렸던 개막식은 어쩌면 BIFAN이 추구하는 방향성을 압축해 보여주는 결과물이라 할 수 있다. 정지영 집행위원장과 프로그래머, 배우 김규리, 김소혜 등이 선생과 학생인 듯 연기하며 영화제 정보를 공개하고, <여고괴담> 시리즈를 제작해 온 고 이춘연 씨네2000 대표를 추모하기 위해 딥페이크 기술을 접목해 전화 통화를 시도한 것 등이 그렇다. 

"내부에서 엄청 고민이 많았다. 신선하게 가자는 데엔 동의하는데 막상 아이디어가 나오지 않던 차였고 갑자기 이춘연 대표님이 돌아가시며 안타까워하던 중에 <여고괴담> 콘셉트로 하자는 안이 나왔다. 모은영 프로그래머가 <여고괴담2>를 만들었던 김태용, 민규동 감독님께 무대 연출을 부탁드렸는데 흔쾌히 수락하면서 급물살을 탔다. 1달이 채 안 되는 시간에 구현하셨는데 이게 사실 불가능한 거다. 감독님들이 다른 곳에서도 그 기간에 행사 준비가 가능하다고 생각할까봐 걱정하시더라.
 
우린 꾸준히 온라인으로 행사를 어떻게 더 재밌게 할까를 고민해왔다. 마켓 프로그램인 B.I.G도 각종 미팅과 정보 교환을 온라인으로 하게끔 했다. 비스퀘어(b.square)와 게더타운(gather.town)을 활용해서 하고 있는데 해외에서도 반응이 아주 좋다. 자신들의 아바타를 가지고 온라인에서 모이는 건데 메타버스와 부캐(가상공간 속 또다른 캐릭터)라는 화두가 재밌게 다가오더라."


정리하면 올해 BIFAN은 오프라인과 온라인 행사의 다변화와 새로운 실험을 꾀했다고 할 수 있다. 부천시청 내 소형 극장과 인근 멀티플렉스에서 주요 영화를 상영하고, 인천공항과 협력해 XR 콘텐츠를 전시하며, 부천아트벙커B39를 활용해 각종 기획 전시를 진행한 게 오프라인 전략이라면 앞서 언급한 메타버스 요소를 활용한 행사 기획이 온라인 전략일 것이다. 

"집행위원장을 비롯해 모든 프로그래머와 홍보팀까지 브레인스토밍을 엄청 했다. 영화제 본질을 어떻게 잡고, 관객과 소통할지 고민했지. 부천영화제를 찾는 팬들을 이해해보는 시간을 가졌다. 그들 방식으로 소통하자는 게 결론이었다. 그래서 망가지는 케이크 포스터가 나올 수 있었고, 온라인과 비주얼 아트 활용이 나올 수 있었다. 영화제 하면 떠오르는 정형화 돼 있는 걸 많이 털어내려 했다.

물론 딜레마도 있다. 특히 XR 콘텐츠를 선점하기 위해 전문가를 영입해서 3년째 해보고 있는데 생각보다 돈이 많이 든다. 작년엔 인천공항 협찬으로 '비욘드 리얼리티'를 11월에 따로 해봤는데 올해는 칸과 트라이베카, 뉴이미지 등 세계 3대 XR 행사 주체와 협력해서 영화제 기간 내에 진행 중이다. 이걸 확장하려면 예산 지원이 더 필요한 상황이다."

 
 제25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개막식 및 주요 행사 진행 모습.

제25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개막식 및 주요 행사 진행 모습. ⓒ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김영덕 프로그래머는 내년엔 더욱 재밌는 실험을 해보고자 상상하는 재미가 있다고 고백했다. 사상 초유의 코로나 19 팬데믹을 정면으로 맞이하며 국내 영화계와 관련 행사가 위축되는 상황에 BIFAN 사례는 주요한 참고가 될 것으로 보인다.

"지나치게 두려워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모 아니면 도처럼 행사를 급 취소하는 게 아니라 상황에 맞게 그리고 일상을 유지하면서 안전하게 하는 게 화두다. 이런 걸 뉴노말(New Normal)이라 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예술인들은 무대가 없다면 굶어죽게 되잖나. 언제 끝날지 모르는 팬데믹에 꽁꽁 숨어 있기만 할 게 아니라 우리의 방영 노하우와 백신, 치료제를 기반으로 맞서서 이겨내야 한다고 생각한다. 안전 수칙을 정확하게 지키고 선만 잘 정하면 한국 관객들이 또 잘 따라주지 않나. 

대중문화와 접점이 되는, 신기술과 접점을 만들 수 있는 영화제를 하고 싶다. 형식이 딱 정해진 게 아니라 변신 로봇처럼 상황에 맞게 맞서는 식으로 말이다. 저도 고민하겠지만 제작자든 감독이든, 또다른 예술가들이든 같이 어울려 새로운 걸 만드는 판이 부천이었으면 좋겠다. 관객분들이 그걸 매개로 서로 연결되고 의견을 공유하는 행사가 되길 원한다."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BIFAN 김영덕 영화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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