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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H 사태를 기억하시죠? 지난 3월 2일, 제보를 바탕으로 한 참여연대와 민변의 폭로로 LH 임직원이 미공개 정보 등을 이용해 부동산 투기에 나섰다는 사실(이하 LH 사태)이 드러났습니다.

LH 사태가 쏘아올린, 작지 않은 공
 
지난 3월 9일, LH 임직원들의 경기지역 투기 의혹과 관련해 변창흠 당시 국토교통부 장관과 장충모 한국토지주택공사(LH) 사장 직무대행 등이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고개숙여 사과하는 모습.
 지난 3월 9일, LH 임직원들의 경기지역 투기 의혹과 관련해 변창흠 당시 국토교통부 장관과 장충모 한국토지주택공사(LH) 사장 직무대행 등이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고개숙여 사과하는 모습.
ⓒ 공동취재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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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정세균 국무총리는 정부합동조사단과 정부합동특별수사본부를 꾸려 대대적인 조사와 수사에 나설 것을 지시했고, 각 지자체와 검찰, 국세청, 금융위 등 유관 부서는 특별대응팀을 꾸려 현재까지도 공직자와 그 가족 등을 대상으로 조사와 수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부동산 투기 조사와 수사, 어디까지 진행됐을까? <LH 사태 대한 국회 반응과 대응 분석 보고서(클릭)> (7쪽 참고)
    
4.7 재보궐선거 직전 터진 LH 사태는 국회까지 발칵 뒤집어놨습니다. 국회의원과 고위공직자도 부동산 투기 의혹에서 예외가 아니라는 의혹이 제기되었고, 국회의원도 전수조사를 해야 한다는 요구가 빗발쳤습니다.  
 
지난 3월 23일 참여연대 주최로 국회앞에서 열린 '공직자 이해충돌과 투기방지를 위한 5대 입법 촉구' 기자회견
 지난 3월 23일 참여연대 주최로 국회앞에서 열린 "공직자 이해충돌과 투기방지를 위한 5대 입법 촉구" 기자회견
ⓒ 참여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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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시에 LH 사태에 가담한 자의 투기 행위를 엄벌하는 한편, 공직자의 부동산 투기를 근절하기 위한 근본적 제도를 국회가 마련하라는 시민의 목소리도 커지기 시작했죠. 이에 국회의원들은 부랴부랴 법안 발의를 쏟아내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LH 사태 이후 벌써 4개월 반 정도의 시간이 지났는데요. 국회는 그동안 무엇을 했을까요? 또는 무엇을 안했을까요. 참여연대가 샅샅이 뒤져보았습니다.

300명 중 64명 의원이 32가지 법안 100건 발의

LH 사태가 처음 제기된 3월 2일부터 6월 임시회 폐회일인 7월 3일까지 총 법안이 2629건 발의되었는데요. 그 중 LH 사태가 주요한 입법취지로 언급된 법안들을 찾아보았습니다.

참여연대가 살펴본 결과, 300명 중 64명 의원(21.3%)이 LH 사태 관련 32가지 법률에 대해 무려 100건 법안을 발의했더라고요. 법안 발의 수와 이에 참여한 의원 규모만으로도 LH 사태가 불러온 사회적 파장에 대해 국회가 얼마나 활발하게 반응했는지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LH 사태 이후 국회는 뭐했대?
 LH 사태 이후 국회는 뭐했대?
ⓒ 참여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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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100건의 법안은 '공공주택 특별법', '한국토지주택공사법', '범죄수익은닉의 규제 및 처벌 등에 관한 법률' 등 LH 사태와 직접적인 관련이 있거나, 또는 LH 사태를 계기로 다른 공공기관을 규율하는 간접적 법안 등 32가지 법안으로 다양했습니다.

법안 발의 수만으로 LH 사태에 대한 국회의 입법적 대응이 적절했는지를 평가하기는 섣부르지만, 당시 3월 국회부터 6월 국회 사이 발의된 법안 2629건 중 100건(3.8%)이 LH와 관련된 발의안이라는 점에서 국회가 입법적으로 적극적으로 반응했다고 평가할 수 있지 않을까요?

☞32가지, 100건의 법안 찾아보기 (보고서 19쪽)
    
참여연대가 발행한 'LH 사태 대한 국회 반응과 대응 분석 보고서' 중
 참여연대가 발행한 "LH 사태 대한 국회 반응과 대응 분석 보고서" 중
ⓒ 참여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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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 관심만큼만 일하는 국회? 심사 현황 살펴보니  

법안 발의만이 국회의원의 역할은 아니죠. LH 사태로 발의된 법안들이 국회에서 어떻게 논의되었느냐도 중요할 것입니다. 그래서 참여연대는 발의된 100건의 국회 심사 현황도 살펴봤습니다.

33건의 발의안이 4개 법안의 위원회 대안에 반영되어 대안반영 폐기되고, 1건은 수정 가결되어 본회의에서 처리되는 등 총 34건의 법안이 국회 심사 후 처리되었습니다. 그러나 나머지 66건의 법안은 여전히 상임위원회 논의단계에 머물러 있습니다. 발의된 100건 중 34건이나 국회의 심사를 종료했다는 것은, 국회가 상당히 재빠르게 LH 사태 해결이라는 사회적 요구에 답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반면 LH 사태에 대한 공분이 하늘을 찌르던 3~4월에는 국회의 법안 심사가 이뤄지고 본회의 처리까지 되었지만, 관심이 점점 사그라들자 법안 처리에 미적지근한 모습을 보였습니다.
 
LH 사태 이후 국회는 뭐했대?
 LH 사태 이후 국회는 뭐했대?
ⓒ 참여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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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가 사회적 관심이 높은 시기에는 사회적 요구에 적극적으로 반응하다가, 사회적 관심이 낮아지면서 법안 처리 의지도 사라진 것은 아닌지 의구심이 생깁니다. 국민의 관심이 집중될 때만 열심히 하려는 국회의 모습은 문제가 있어 보입니다.  

미공개정보 이용 투기 금지, 이해충돌 방지 제도 마련 등은 성과

LH 사태의 본질은 공직자가 미공개 정보를 부동산 투기에 이용하고 사적 이익을 취득한 이해충돌 사건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국회는 이러한 LH 사태의 재발 방지를 위해 공직자의 부동산 투기 근절 및 공직자의 이해충돌 방지를 제도화하기 위한 핵심 법안인 '공공주택 특별법', '한국토지주택공사법', '도시개발법', '공직자의 이해충돌 방지법안', '국회법', '공직자윤리법' 등 6가지 법안을 신속하게 제·개정했습니다. 

이해충돌방지법, 국회법의 경우 LH 사태 이전부터 국회에서 논의 중이다가 LH 사태를 계기로 신속하게 처리되었고, 공공주택 특별법은 3월 10일, 참여연대의 청원 후 2주만인 3월 24일, 본회의에서 처리되는 등 매우 신속하게 논의가 이뤄졌습니다.

LH 직원들의 미공개 정보를 이용한 투기를 막는 법안들을 개정하고 공직자의 이해충돌을 규율하는 기본법인 이해충돌방지법을 제정했다는 점에서 상당한 성과가 있었다고 평가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아직 LH 사태와 같은 일을 막는 재발방지대책이 완비된 것은 아닙니다. 아직도 농지법은 위원회 대안까지 마련되었지만, 법사위의 문턱을 넘지 못하고 계류 상태로 있습니다. 공직자들의 부동산 투기 과정에서 농지법을 위반한 경우가 많았다는 점에서 위반 시 처벌을 강화하고, 농지취득제한을 강화하도록 시급히 개정되어야 할 텐데 말입니다. 

불법적인 투기 이익 환수 방안도 미완성입니다. 앞으로의 투기이익은 환수규정과 벌금 병과 규정으로 환수가 가능하겠지만 LH 공사 직원 등이 향후 취득하게 될 투기이익을 소급하여 몰수·추징하는 방안은 위헌 논란이 있어 이번 개정안에는 포함되지 못했습니다. 보다 근본적으로 '토지초과이득세'를 다시 도입하는 등 토지 보유로 인한 불로소득을 환수하는 법안 제개정이 시급합니다.

☞그 법안을 심사한 의원은 누구고 어떻게 개정되었을까? (보고서 27쪽)

검찰이냐 특검이냐 싸우다가... 결국 권익위가 맡은 '국회의원 전수조사'

참, 국회의원도 부동산 투기 의혹이 있었죠! 국회의원 또한 부동산 투기 의혹에서 예외는 아니었던 만큼, 마땅히 이뤄져야 했던 국회 차원의 부동산 투기 전수조사는 조사 주체를 두고 검찰이니 특검이니 여야의 정치적 공방이 이어지다가 유야무야되고 말았습니다.

거대 양당인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은 3월 '3+3 협의체' 회의를 개최했지만, 동상이몽 각자의 입장 차이만 확인한 채 헤어진 후 진척된 내용이 없어요.

그 사이 더불어민주당은 국민권익위원회에 자당 의원 전체와 배우자에 대해 전수조사를 의뢰했고, 부동산 투기 의혹 소지가 있는 12명 의원에 대해 전원 탈당을 권유했습니다. 그 중 비례대표인 양이원영·윤미향 의원은 제명되었고, 김주영·문진석·서영석·윤재갑·임종성 등 5명 의원은 탈당계를 제출했다고 알려졌으며 김수흥·김한정·김회재·우상호·오영훈 의원은 탈당에 반발하는 중입니다. 

6월, 더불어민주당에 대한 조사 결과가 나오자 국민의힘은 부랴부랴 감사원에 전수조사를 의뢰했으나, 감사원법상 국회의원은 감사 대상이 아니어서 반려된 뒤 국민권익위에 조사를 의뢰했어요. 7월 말 현재 정의당 등 비교섭단체 5당을 포함해 전수조사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특검이다 국정조사다, 정치적 공방만 요란했던 국회의원 전수조사는 이렇게 뒤늦게 권익위 조사가 진행 중이랍니다.

LH 사태 후 국회의 대응, 10점 만점에 몇 점?
 
민중공동행동 측이 지난 3월29일 서울 종로구 청와대분수대 앞에서 LH사태에 대한 철저한 진상규명과 근본적 부동산 대개혁 촉구 기자회견을 연 모습.
 민중공동행동 측이 지난 3월29일 서울 종로구 청와대분수대 앞에서 LH사태에 대한 철저한 진상규명과 근본적 부동산 대개혁 촉구 기자회견을 연 모습.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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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여연대가 발행한 <LH 사태 대한 국회 반응과 대응 분석 보고서> 이슈리포트(클릭)에는 국회의 입법적 대응과 반응 뿐 아니라 정부의 수사 현황까지 종합적으로 기록했습니다.

법안 발의 및 표결, 발언과 태도, 본회의 출결 등 크게 4가지 측면에서 의정활동 평가 해온 참여연대는 이번에는 사회적 관심이 집중되거나 사회적으로 중요한 이슈에 대해 국회의 반응, 발의와 표결과 같은 입법 활동 등을 종합적으로 기록하였습니다. 

대한민국 국회, 욕할 땐 욕하더라도 평소에 잘한 거, 못한 거, 안한 거 정도는 팩트체크하면서 제대로 의정활동을 평가해볼 수 있지 않을까요? 그러다보면 국회도 조금은 달라져 있을 겁니다.

이번 보고서를 작성하다보니 적어도 국회는 국민적 관심이 집중될 땐 보채서 열심히 하더라고요. 우리의 관심이 있어야 국회가 변하고 그 결과 우리의 삶이 나아지지 않을까요?

참여연대는 감시와 기록의 힘을 믿습니다. 국회의원의 의정활동을 일상적으로 감시하고 기록하는 참여연대와 함께해주세요(클릭).

덧붙이는 글 | 기사를 쓴 민선영씨는 참여연대 의정감시센터 간사로 활동 중입니다. 본 기고글은 참여연대 홈페이지에서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https://www.peoplepower21.org/).


태그:#국회, #LH, #부동산투기, #한국토지주택공사, #이해충돌방지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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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여연대는 정부, 특정 정치세력, 기업에 정치적 재정적으로 종속되지 않고 독립적으로 활동합니다. 2004년부터 유엔경제사회이사회(ECOSOC) 특별협의지위를 부여받아 유엔의 공식적인 시민사회 파트너로 활동하는 비영리민간단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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