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더 수어사이드 스쿼드> 관련 이미지.

영화 <더 수어사이드 스쿼드> 관련 이미지. ⓒ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사방엔 피가 낭자하고, 시종일관 부서지며 깨진다. 제임스 건의 영화 <더 수어사이드 스쿼드>를 수식하는 적절한 문장이 아닐까 싶다. 마블의 영화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시리즈 흥행 후 DC로 진영을 옮긴 제임스 건은 이번 작품에서 본인 특유의 감각을 여과 없이 드러낸다.

뚜렷한 방향을 잡지 못하고 우왕좌왕 중 어설프게 마무리되었던 2016년 동명의 작품과는 달리 자살특공대라는 이름이 무색하지 않게 거침없이 전개되는 이야기가 몰아친다. 전작에서 건져 올릴만한 몇 가지 인상적인 부분과 현대 히어로 영화들을 집대성해 모자이크처럼 이어 붙인 것 같은 본 작품은 능청스럽지만 놀라울 정도로 기상천외하여 어째 미워할 수 없다. 더욱이 이 가볍고 자극적으로 흐르는 영화 안에는 이와 상반되게 날카로운 풍자와 뚜렷한 메시지까지 갖추고 있으니 이만하면 가히 '종합선물세트'라고 할만하다.
 
벨 레브 교도소에 수감 되어 있는 메타휴먼 범죄자들은 테스크 포스X, 통칭 수어사이드 스쿼드에 가담해 형량 감소를 조건으로 남태평양의 섬나라 코르토 말테제에서 비밀리에 연구되고 있는 외계생명체 '스타로'와 관련된 모든 기록을 파괴하라는 임무를 맡는다. 1팀과 2팀으로 각각 나누어진 팀은 각각의 위치에 상륙하여 작전을 펼치며 영화는 시작된다.
 
처음 오롯이 초점을 1팀에 맞추며 기대감을 유발하는 영화는 마치 뭔가 대단한 활약상을 점치게 한다. 그도 그럴 것이 많은 히어로들이 등장하면 등장할수록 어떤 식으로 난관을 헤쳐 나갈지 이목이 집중되기 마련이기 때문이다. 더욱이 영화 외적으로도 이번 작품에는 상대 진영 마블에서 활약을 펼친 배우들을 차용했으니 자연스럽게 전의 활약상이 겹친다.

게다가 1팀에는 오프닝을 단독장면으로 수놓고 영화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에서 '욘두' 역으로 인상적인 마초연기를 펼친 마이클 루커가 포함되어 있으니 말이다. 그러나 영화는 이런 기대감이 무색하게도 짓궂고 충격적인 방법으로 이들을 퇴장시킨다. 충격적인 오프닝 뒤로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과거로 역행해 2팀의 편성과정을 비추는 영화를 보고 있자면 지금부터를 더 기대하라며 관객에게 말을 거는 듯하다.

초반부터 과감하게 인원을 도려내버린 영화는 자연스럽게 남은 멤버의 서사에 집중할 시간이 남았기에 대화와 행동 혹은 플래시백과 특수효과 등 다양한 방법으로 신나게 인물에 생명력을 불어넣는다. 부성애를 갖춘 살인 용병이라는 설정은 평범하지만 블러드 스포트를 연기한 이드리스 엘바는 투박한 언행 뒤의 낮고 깊은 어조로 책임감 있는 아버지와 리더를 연기한다.

존 시나는 평화를 위해 살인도 불사하는 급진적 애국주의자 피스메이커를 독선적이고 자신만만한 태도로 표현하는데 상황에 따라 뿜어내는 카리스마와 위트가 어마어마하다. 또한 영화의 주제 의식을 상징하는 랫캐처2(다니엘라 멜키오르), 등장할 때마다 시원한 액션과 험악한 인상 뒤 귀여운 반전 매력을 선보이는 킹 샤크(실베스타 스텔론), 폴카도트 맨(데이빗 다스트말치안)의 감초 역할이 영화를 더욱 풍성하게 만들어준다.

이미 익숙한 얼굴인 할리 퀸(마고 로비)과 릭 플래그(조엘 킨나만)는 큰 캐릭터의 변화 없이 자연스럽게 전작과의 접점을 상정하며 변함없이 매력적인 모습으로 활약한다. 특히 전작의 최대 수혜자인 할리 퀸에 대한 예우는 이번에도 예외 없는데 그녀가 등장하는 시퀀스는 완성도 높은 액션 신을 넘어 꽃가루 휘날리는 한편 동화의 삽화를 보는 것 같은 느낌마저 든다.
 
작품에 녹아있는 오마쥬 장면들을 찾는 건 이번 영화에서의 또 다른 재미다. 특히 제임스 건의 영화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2>의 경우는 '알프레드 히치콕'의 영화 <북북서로 진로를 돌려라>의 비행기 격추 장면을 오마쥬한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이번 작품에서는 고전영화보다도 전작 영화 <수어사이드 스쿼드>나 같은 장르의 현대영화에 대한 애정을 느낄 수 있었다. 전작의 폭우 장면의 계승과 술집으로 이어지는 동선, 그리고 인물의 대사 중 몇 개는 예전의 것을 그대로 인용하며 전작에 대한 예우를 갖추고 있다.
 
 영화 <더 수어사이드 스쿼드> 관련 이미지.

영화 <더 수어사이드 스쿼드> 관련 이미지. ⓒ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이 외에도 '리들러 스콧'의 영화 <에일리언2>, '기예르모 델 토르'의 영화 <퍼시픽 림> 등의 인상적인 장면들이 눈에 띄는데 이를 일일이 찾는 것은 힘들 것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의도한 듯 하지 않은 듯한 미묘함이 인상적이다. 또한 '블러드 스포트'와 '피스메이커'를 같은 직업군 다른 인종으로 설정하여 백인과 흑인 간 크고 작은 대립과 대치를 영화 내 지속적으로 형성하는 점이나, 영아살해에 질색하는 '할리 퀸'의 대사, 잠깐 언급되는 코로나 바이러스 사태는 현 미국 사회 분위기를 집대성 해 풍자하는 영화의 또 다른 아는만큼 보이는 재미이다.

그러나 아드레날린을 내뿜으며 빠르게 내달리는 영화는 무거운 화두를 던지기도 한다. 현실과 픽션이 가닿은 지점이 영화의 특징인만큼 이 화두 또한 제임스 건이 폭로하고픈 강대국 패권주의의 맨 얼굴을 그대로 드러내게끔 한다. '세계경찰'을 자처하는 국가가 이윤에 따라 보편적인 윤리를 저버리는 순간 진정으로 두려워지는건 불가사리 모양 외계생명체 따위가 아니며 지금 현실은 어떠한가를 잠시 자문하게끔 만든다.

특히 이는 독재국가의 인권유린으로부터 군사개입을 축소하고 있는 미국 현 정부에 대한 간접적 비판으로 보이기도 하며, 미얀마 쿠데타 사건이나, 위구르 탄압 등 국제관계가 혼란한 지금 적극적인 해결의지를 보이지 않는 유엔(UN)의 존재의의를 묻는 것으로도 보인다는 점에서 흥미롭다. 여기서 제임스 건은 약자를 돕는 진정으로 옳은 것을 위해 행동할 수 있는 한 명 한 명을 제시한다. 목숨의 위협을 감수하고 자신의 이익과 관계없이 몸을 내던지는 건 악동 범죄자들이고 이를 가능케끔 하는건 상관의 결정을 폭행으로 저지하는 직원이라는 사실이 역설적이다.

특히 그 구성원들이 지니고 있는 가지각색의 특성들이 자연스레 사회 소외계층을 떠오르게 한다는 점에서 영화의 후반부의 흐름과 결말은 따뜻한 위로의 한 마디가 아닐까 싶다.
 
말 그대로 제임스 건 하고 싶은 대로 다한 영화가 아닐까 싶다. 한 작품 안에 너무 많은 내용을 집어넣으려는 과욕이 참사를 부른 경우는 숱하지만 가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는 경우가 나타나기도 한다. 이번 영화 <더 수어사이드 스쿼드>는 그 흔하지 않는 경우에 들어가는 멋진 영화다. 특히 감독의 역량을 여실히 느낄 수 있었던 점은 세계관을 사실상 리부트 시켜버린 상황에서 한 작품 안에 완벽한 새로운 캐릭터들을 데뷔 시켰다는 점에 있었다.

DC측에서 지금까지 팀 프로젝트 규모의 영화를 제작할 때 범한 같은 실수를 고려했을 때는 더욱 축하할만한 일로 보인다. 이번 작품으로 끝내버리기에는 아쉬운 캐릭터들이 대부분이며 후속시리즈를 예견하는 듯 하는 쿠키영상 또한 준비되어 있으니 영화 팬들은 즐거운 마음으로 앞으로의 시리즈를 기대하면 될 듯하다.
 
 
더 수어사이드 스쿼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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