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명의 시민기자가 개의 기사를 작성하였습니다. 시민기자 전환하기
일본 자민당 총재 후보 TV 토론 갈무리. 왼쪽부터  고노 다로 행정개혁담당상, 기시다 후미오 전 자민당 정무조사회장, 다카이치 사나에 전 총무상, 노다 세이코 자민당 간사장 대행.
 일본 자민당 총재 후보 TV 토론 갈무리. 왼쪽부터 고노 다로 행정개혁담당상, 기시다 후미오 전 자민당 정무조사회장, 다카이치 사나에 전 총무상, 노다 세이코 자민당 간사장 대행.
ⓒ 후지TV 갈무리

관련사진보기

 
사실상의 일본 차기 총리 선거인 자유민주당(자민당) 총재 선거에 출마한 후보들이 개헌에 찬동하고 있다. 어떤 형태로든 헌법을 개정해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어디까지 개헌할 것인가와 관련해서는 차이가 있다. 하지만 지난 17일 공동기자회견 때 나타난 공통점은 '자위대'를 헌법에 명기하는 것만큼은 다 똑같이 찬동한다는 점이다. 군대나 다를 바 없을 뿐 아니라 세계 각지로 진출해 있는 자위대다. 그런 자위대를 헌법에 명기하는 것은 전쟁을 금지한 헌법 제9조에 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다. 제9조를 한층 더 유명무실하게 만들 수도 있는 일이다.

21일 <산케이신문>이 보도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고노 다로가 52.6%, 기시다 후미오가 15.2%, 다카이치 사나에가 11.6%, 노다 세이코가 6.4%의 지지를 받고 있다. 그로부터 이틀 전에 나온 <교도통신> 여론조사 결과는 고노 48.6%, 기시다 18.5%, 다카이치 15.7%, 노다 3.3%로 나타났다.

개헌에 입 모으는 후보들

3위를 달리는 다카이치 사나에 전 총무대신은 노골적으로 제9조 개헌을 운운하고 있다. 20일 치 <요미우리신문> 기사 '자민당 총재선거 2021: 다카이치 사나에 전 총무상의 주장과 프로필([自民党総裁選2021] 高市早苗・前総務相の主張と横顔)은 그의 입장을 "새로운 헌법 제정이 필요. 9조는 개정한다"는 두 문장으로 요약했다.

'새로운 헌법이 필요하다'는 주장은 점령군 사령관인 더글러스 맥아더 장군의 주도로 제정된 현행 헌법을 전면적으로 바꾸자는 뉘앙스를 깔고 있다. 일본의 재무장 가능성을 경계해야 했던 점령군 사령관의 시각에서 벗어나 일본인의 시각으로 헌법을 만들자는 메시지다. 그런 주장에 더해 제9조 개정까지 역설하고 있으니, 다카이치가 생각하는 일본은 패망 이후의 일본과는 색깔을 달리할 수밖에 없다.

지지율 1위인 고노 다로 행정개혁담당대신은 다카이치처럼 노골적으로 제9조 개정을 운운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위 기사에 따르면 "새로운 시대에 어울리는 헌법 개정을 진행한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일본 우익이 말하는 '새로운 시대'는 현행 헌법과 연동되는 전후체제(전후레짐)의 극복과 연결된다. 고노 역시 광폭의 헌법 개정을 염두에 두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일본은 아베 신조 내각 당시인 2015년에 11개의 안보 관련 법안(통칭 안보법제)을 제정했다. 이를 통해 제3국이 이웃나라나 우방을 공격할 때도 일본이 제3국을 공격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일본이 직접 공격받지 않더라도 외국을 공격할 길을 열어놓은 것. 1947년부터 효력을 유지해온 제9조를 실질적으로 무력화시켜놨다.

일본 헌법 제9조

하지만 제9조가 있는 것과 없는 것의 차이는 크다. 형식상으로라도 제9조가 있으면 극우 정권의 대외침략 준비가 국민들이나 야당의 견제를 받을 가능성이 상존하게 된다. 그래서 극우세력의 입장에서는 제9조의 공식 소멸을 목표로 삼을 수밖에 없다.

우익세력이 자위대를 헌법에 명기하자고 주장하는 것이나, 개헌 여부를 묻는 국민투표의 절차적 편의성을 높인 국민투표법이 지난 5월과 6월에 각각 중의원과 참의원을 통과한 것은 제9조 개헌을 향해 한걸음씩 나아가는 일본 극우의 움직임을 반영한다. 이번 총재선거에 출마한 후보들이 개헌론을 적극 개진할 수 있는 것은 이런 분위기의 영향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런데 일본헌법 개정의 적기는 2016년부터 2019년이었다. 이 3년간이 절호의 기회였다. 금년 여름에 <한국과 국제정치> 제37권 제2호에 수록된 김성조 순천대 교수의 논문 '아베 정권기 개헌 실패의 분석'은 그 3년의 의미를 이렇게 설명한다.

"2016년 7월 자민당은 참의원 선거에서 승리하여 전후(戰後) 일본 헌정사에서 최초로 개헌세력이 양원에서 공히 개헌선을 차지하게 되었다. 이를 계기로, 소강 상태였던 개헌 논의는 다시금 활기를 띠게 되었고, 자민당 내부에서는 아베 총리의 강력한 리더십 속에서 개헌안을 완성하였다. 그러나 자민당은 2019년 참의원 선거에서 개헌선이 무너지는 3년간 아무런 성과를 만들지 못하였다."

일본 헌법 제96조 제1항은 "이 헌법의 개정은 각 의원(議院)의 총 의원(議員)의 3분의 2 이상의 찬성으로 국회가 이를 발의한다"고 규정했다. 참의원·중의원에서 각각 3분의 2 이상이 찬성해야 개헌안을 발의할 수 있도록 해놓은 것이다.

위 3년 동안에는 자민당과 공명당을 비롯한 개헌 세력이 양원에서 각각 3분의 2 이상을 차지했다. 거기다가 아베 신조라는 강력한 카리스마가 있었다. 그런데도 개헌이 성사되지 못했다.

아베 신조의 외할아버지인 기시 노부스케는 총리가 되기 3년 전인 1954년에 '진정한 독립 일본을 위하여'라는 글에서 "민족적 자신감과 독립의 기백을 되찾기 위해서는 우리의 손으로 만들어진 헌법을 가져야 한다"고 역설했다. 아베는 그 같은 외조부의 열망을 이루고자 했지만 기회를 놓치고 말았다.

아베는 왜 개헌에 실패했나
 
아베 신조(安倍晋三) 전 일본 총리가 2020년 8월 28일 오후 총리관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사의를 공식 표명했다.  아베 총리는 이날 NHK를 통해 생중계된 회견에서 "사임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전 일본 총리가 2020년 8월 28일 오후 총리관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사의를 공식 표명했다. 아베 총리는 이날 NHK를 통해 생중계된 회견에서 "사임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 연합뉴스

관련사진보기

 
아베가 호기를 제대로 살리지 못한 이유와 관련해 김성조 논문은 크게 두 가지 이유를 제시했다. 하나는 개헌 절차에 관련된 의회의 관행, 또 하나는 아베식 개헌에 대한 국민적 불안감이다.

참의원과 중의원에는 헌법심사회라는 상설 위원회가 있다. 헌법이나 이에 준하는 중요 법률에 관한 조사·심의나 발의를 담당하는 기구로, 정당별 의석에 따라 구성된다. 그동안 이 기구는 합의제 관행에 따라 운영돼 왔다. 바로 이 관행이 아베 신조의 발목을 잡았다.

2016년 10월을 기준으로 양원 헌법심사회에서는 자민당·공명당·유신회가 개헌을 추진하고, 민진당·공산당·사민당이 호헌 입장을 유지했다. 숫자로는 전자가 압도적이었다. 양측 숫자가 참의원에서는 32 대 13, 중의원에서는 37 대 13이었다.

하지만, 호헌 세력은 합의제 관행을 십분 활용해 수의 열세를 극복했다. 이 관행을 앞세워 개헌 절차를 지연시켰던 것이다. 그러자 공동 여당인 공명당도 절차 진행에 소극적이 됐다. 위 논문은 "자민당은 국회 개회 직전 공명당에 헌법개정에 대한 사전 협의를 제안했다"면서 "그러나 공명당 역시 중의원과 참의원에 설치된 헌법심사회에서 야당과 함께 논의하는 것이 기본이라고 주장하며 여당 사전협의를 거부했다"고 설명한다.

헌법심사회의 합의제 운영은 관행일 뿐, 성문 법규가 아니다. 헌법에서는 분명히 전쟁하지 말라고 했는데도 안보법제를 만들어 전쟁할 수 있도록 해놓은 아베 신조 내각이다. 그런 아베 정권이 관행에 불과한 헌법심사회의 합의제 운영을 끝내 깨지 못했다. 결국 헌법 발의조차 하지 못한 채 기회를 놓치고 말았다.

이렇게 된 결정적 이유는 아베식 개헌에 대한 '국민적 불안감'에 있다고 할 수 있다. 일본 국민들은 군사대국화를 향해 과감히 달려가는 아베 신조 내각 하에서 개헌까지 이루어지게 되면 안보 환경이 급격히 바뀔 수 있다는 우려를 갖게 됐다.

이런 국민적 불안감을 무기로 야당들이 합의제 관행을 앞세워 개헌 절차를 지연시켰고, 공명당마저 동조했다. 아베 신조 역시 국민적 정서를 신경 쓰지 않을 수 없었기에 합의제 관행을 정면으로 무시하지 못했다. 두 가지 이유 중에서 좀 더 결정적인 것은 국민적 불안감이었다고 할 수 있다.

옅어지는 '국민적 불안감', 왜냐면

그런데 그 불안감이 올해 들어 옅어지고 있다. 코로나19 대응이나 중국 위협에 맞서려면 보다 강력한 리더십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확산되면서 개헌에 유리한 여건이 조성되고 있다. 열렬한 개헌론자인 아베가 집권할 때는 개헌에 부정적이던 일본 국민들이 아베가 퇴진한 지금에는 적극적인 반응을 표출하고 있는 것이다.

헌법 시행 74주년인 지난 5월 3일을 앞두고 <아사히신문> <요미우리신문> <마이니치신문> 그리고 NHK가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는 예년과 달리 개헌 찬성 여론이 상당히 높게 나타났다. 최근 몇 년간 찬반이 팽팽하게 나타났던 <요미우리신문> 조사에서도 찬성 56% 대 반대 40%라는 결과가 나왔다.

지금 일본 국민들이 개헌을 지지하는 것은 군사대국화를 위해서라기보다는 '강력한 리더십'을 위해서라고 볼 수 있다. 일본인들은 내각의 비상 권한을 강화하는 개헌을 통해 코로나 같은 위기에 대처하고 싶어한다. 이렇게 총리의 권한을 강화하는 개헌을 추진하는 기회에 우익세력이 자신들의 주장을 관철시키려 할 수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두지 않을 수 없다.

물론 여론이 바뀌고 있다고 해서 개헌이 곧바로 성사될 수 있는 것은 당연히 아니다. 9월 29일 자민당 총재선거 및 10월 4일 총리 선출 뒤에 있을 중의원 선거와 내년 중반쯤 있을 참의원 선거에서 개헌세력이 각각 3분의 2 이상을 확보해야 한다. 신임 자민당 총재 및 총리대신이 두 개의 선거에서 연속으로 압승을 거둬야 개헌 추진이 수월해질 수 있다.

개헌 지지율이 오르는 작금의 상황을 새로운 총재 및 총리는 놓치려 하지 않을 것이다. 내년 참의원선거까지 그가 보여주게 될 리더십이 일본 헌법의 운명에 큰 영향을 끼칠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볼 수 있다.

댓글2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Youtube(시사와 역사 채널).kimjongsung.com. 제15회 임종국상..저서: 대논쟁 한국사,반일종족주의 무엇이 문제인가,조선상고사,나는 세종이다,역사추리 조선사,당쟁의 한국사,왜 미국은 북한을 이기지못하나,발해고(4권본),패권 쟁탈의 한국사,한국 중국 일본 그들의 교과서가 가르치지 않는 역사,조선노비들,왕의 여자 등.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