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의점까지 6km…
고립된 컨테이너에 친구는 기타와 스마트폰뿐
“라면이나 물건을 사려면 한 시간은 걸어서 갔다 와야 해요.”
외국인 노동자인 B씨가 사는 곳은 굴 양식장 근처의 컨테이너다. 남해 바닷가 외진 마을에 있는 양식장 부근엔 B씨가 사는 컨테이너만 덩그러니 놓여있을 뿐, 변변한 음식점이나 슈퍼마켓 하나 없다. 생활 필수품을 파는 편의점은 6km나 떨어져 있다. 아직 겨울이 오기 전인 지난 9월 22일 취재진이 방문했던 날도 B씨는 치약과 칫솔을 사기 위해 1시간 가까이 걸어서 편의점에 다녀왔다.
양식장에서 굴 따기를 하는 그는 3년째 이곳에서 머물고 있다. 그가 머무는 컨테이너 면적은 대략 15㎡(약 4.5평). 국토교통부가 정한 최저 주거기준(14㎡)을 조금 넘는 수준이다. 그는 한국말이 서툴렀지만, 컨테이너 생활의 어려움은 비교적 명확하게 이야기했다. 가장 힘든 건 추위와 고립감이었다.
그가 머무는 컨테이너의 벽은 두께가 5cm 미만으로 굉장히 얇았는데, 방온벽 등 제대로 된 난방 설비는 보이지 않았다. 시가 3만원대 전기 패널이 컨테이너 바닥에 설치돼 있지만, 바닷가 겨울 추위를 견딜 장비로는 부족해 보였다. 컨테이너 창문 유리도 사나운 바닷바람을 막아주기에는 역부족인 듯했다.
휴일이면 그는 주로 라면으로 끼니를 때운다. 일을 하는 날에는 양식장에서 아침과 점심 식사가 제공되지만, 나머지 식사는 스스로 해결해야 한다. 주방용 장비라고는 가스 버너와 냄비 정도가 전부인 그는 라면 말고는 별다른 선택지가 없다. 이날도 그는 가스버너에 라면 2개를 끓였다.
굴 양식철인 겨울이 시작되면 그의 일과는 바빠진다. 새벽에 일어나 컨테이너 앞 바다로 출근해, 바다 위 떠 있는 부표 아래 굴을 따고 손질한다. 작업은 새벽부터 늦은 밤까지 계속된다. 주말에도 쉴 틈이 없다. 양식철이면 야간 작업도 수시로 이뤄진다.
일이 없어 쉬는 날도 그는 사람을 자주 만나지 못한다. 거주지인 양식장이 마을과는 멀리 떨어져 있어서 누구를 만나러 가기 쉽지 않다. 주변에서 일하는 친구들을 만날 때도 있지만, 이동 시간이 너무 길어서 여의치 않다. 컨테이너에 홀로 남겨진 그는 기타를 치고, 스마트폰을 보면서 시간을 보낸다. 외로움을 달래주는 그의 친구들이다.
이날 그는 스마트폰으로 고향에 있는 가족들과 영상 통화를 했다. 가족들의 얼굴을 보면서 통화를 하는 그는 수다쟁이처럼 많은 말들을 쏟아냈다. 언어도 다른 타국, 무인도와 같은 양식장에 홀로 남겨진 그의 삶도 외딴 섬을 닮아있다.
해가 지면 집이 되고, 해가 뜨면 일터가 되는 곳에 사는 사람들이 있다. 국토교통부가 지난 2017년 주택이 아닌 곳에 사는 36만여 가구를 조사했는데 이 중 18만여 가구는 일터를 거주지로 활용하고 있었다. 주거 취약계층으로 분류되는 ‘일터에 사는 사람들’의 주거 환경은 어떤 모습일까? <오마이뉴스>는 이들의 삶을 들여다보고 대안을 모색해 봤다.
— 편집자의 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