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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상정 정의당(왼쪽부터),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윤석열 국민의힘, 안철수 국민의당 대통령 후보가 3일 저녁 서울 영등포구 KBS 공개홀에서 열린 지상파 방송 3사(KBS·MBC·SBS) 합동 초청 대선후보 토론회 시작에 앞서 기념촬영을 한 뒤 자리로 돌아가고 있다.
 심상정 정의당(왼쪽부터),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윤석열 국민의힘, 안철수 국민의당 대통령 후보가 3일 저녁 서울 영등포구 KBS 공개홀에서 열린 지상파 방송 3사(KBS·MBC·SBS) 합동 초청 대선후보 토론회 시작에 앞서 기념촬영을 한 뒤 자리로 돌아가고 있다.
ⓒ 국회사진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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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일 대선후보 4명의 TV토론을 보면서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다른 3명 대선후보에게 포위된 것처럼 보였다. 필자만의 느낌이었는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윤 후보를 제외한 나머지 후보들의 질문이 유독 윤 후보를 향해 보였다. 질문의 성격 또한 윤 후보에게는 보다 날카로웠다. 

윤-안 단일화라는 작위적 프레임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후보는 지금까지 그 누구와도 단일화를 고려하지 않는다고 했다. 심상정 정의당 대선후보도 완주를 꾸준히 주장했다. 그럼에도 언론과 여론조사기관은 윤-안 단일화가 가능한 것처럼 계속해서 단일화 찬반 문항과 단일화 적합 후보, 그리고 3자 가상대결 문항으로 조사해 결과를 공표하고 있다.

필자는 이런 방식의 여론조사가 실제의 여론을 일부 왜곡할 수 있다는 점을 밝힌 바 있다. 같은 시기에 같은 기관에서 조사한 결과에서 후보 지지율이 달라지는 결과는 '컨벤션 선행 효과'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http://omn.kr/1ww48). 실제로 발생할 가능성이 적은 단일화를 계속해서 물어보면 이는 '미필적 고의에 의한 여론 왜곡'과 같다.

이미 윤-안 단일화로 인해 발생하는 시너지, 즉 컨벤션 효과는 생각보다 크지 않다는 게 여론조사로도 확인했다.
 
4자 대결에서 이재명 후보와 윤석열 후보는 4.2%P 격차로 오차범위 내에서 격돌했다.
▲ JTBC-글로벌리서치 1월 4주, 4자 대결 후보 지지율 4자 대결에서 이재명 후보와 윤석열 후보는 4.2%P 격차로 오차범위 내에서 격돌했다.
ⓒ JT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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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 후보가 빠진 3자 대결에서는 이재명 윤석열 두 후보의 격차가 3.9%P로 줄어들어 주목됐다.
▲ JTBC-글로벌리서치 1월 4주, 3자 대결 후보 지지율 안철수 후보가 빠진 3자 대결에서는 이재명 윤석열 두 후보의 격차가 3.9%P로 줄어들어 주목됐다.
ⓒ JT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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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TBC-글로벌리서치 조사 결과, 안철수가 빠진 이-윤-심 3자 대결에서 윤석열은 40.7%로 이재명(36.8%)과 3.9%P 격차인데, 4명 모두 구도에 포함된 4자 대결에서 격차는 4.2%P(윤 37.8% vs. 이 33.6%)였다. 안 후보가 빠지면 격차가 벌어지는 것이 아니고 좁혀진다. 3자 구도에서 윤 후보가 얻는 프리미엄이 전혀 보이질 않는다.

후보 지지 이유, 윤석열 지지자만 다르다

왜 윤-안 단일화가 가져올 긍정적 시너지는 부족하고 컨벤션 효과는 보이지 않는 걸까. 전국지표조사(NBS) 1월 4주 조사에서, '대선후보 지지 이유'를 물어본 결과에서 확인할 수 있다. 아래 표를 보자.
 
1월 4주 NBS 63차 조사에서는 대선후보를 지지하는 이유에 대해 조사해 공개했다. 윤석열 후보를 제외한 다른 후보 간 공통점이 보인다.
▲ NBS 1월 4주, 지지후보별 지지하는 이유 1월 4주 NBS 63차 조사에서는 대선후보를 지지하는 이유에 대해 조사해 공개했다. 윤석열 후보를 제외한 다른 후보 간 공통점이 보인다.
ⓒ N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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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지지자 중 71%는 '정권 교체를 위해서'라고 응답했다. '정책과 공약'은 10%, '후보 개인의 자질과 능력'은 4%에 그쳤다. 이와 달리 이재명 지지자 중 45%는 '개인의 자질과 능력', 20%는 '정책과 공약'이라고 응답했다. 

여기에서 다른 후보 지지자가 눈길을 주는 요소가 뭔지를 봤다. 안철수 지지자 중 32%는 '개인의 자질과 능력'을 선택했고, 25%는 '다른 후보가 되는 것이 싫어서'라고 답했다. 심상정 지지자 중에서는 40%가 '정책과 공약'을 선택했다.

위 내용을 보면 윤 후보 지지자와 안 후보 지지자가 이번 대선을 바라보는 시각에 어떤 차이가 있는지 알 수 있고, 어렵게 단일화에 성공하더라도 안 후보 지지자가 윤 후보에게 모두 결집하는 컨벤션 효과를 기대하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할 수 있다.

착시를 만드는 질문 : 정권 교체 vs. 정권 유지

필자는 이같이 4명 후보 지지자의 정치적 욕구가 다른데도 이재명 후보를 포위하는 것처럼 보이는 착시는 사실 '정권 교체'에 대한 의견을 확인하는 여론조사 문항에서 비롯됐다고 본다. 언제부터인가 모든 여론조사에서 '정권 교체 vs. 정권 유지(혹은 재창출)'을 선택하게 하는 문항으로 여론조사를 해서 공표하고 있다.

그런데, 여기에서 '정권 교체'를 주장하는 세력이 실제 있으니 설문에 넣어도 문제될 게 없다. 하지만 '정권 유지'를 주장하는 세력이 없는 상태에서 저렇게 설문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존재하지 않는 주장을 비교해서 선택지로 구성한 것 같다. 정권 재창출도 크게 다르지 않다.

이 대목에서 한 가지 확인해야 할 것이 있다. '국정 안정론 vs. 정권 심판론'이다. 전국지표조사는 '정권 유지'라고 표기하지 않고 '안정적인 국정운영을 위해 여당 후보에게 투표해야 한다'는 선택지를 넣고 이를 '국정 안정론'이라고 명명했다.
 
1월 4주 NBS에서 '안정적 국정운영을 위해 여당 후보 투표'할 건지 '국정운영에 대한 심판을 위해 야당 후보에 투표'할 건지를 물었더니 오차범위 내에서 팽팽했다.
▲ NBS 1월 4주, 국정 안정론 vs. 정권 심판론 1월 4주 NBS에서 "안정적 국정운영을 위해 여당 후보 투표"할 건지 "국정운영에 대한 심판을 위해 야당 후보에 투표"할 건지를 물었더니 오차범위 내에서 팽팽했다.
ⓒ N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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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조사에서에서는 이미 두 주장이 오차범위 내에서 엎치락뒤치락 팽팽하게 나오고 있다. 즉, 누구도 주장하지 않는 '정권 유지'를 빼고 달리 설문하면 결과도 다르게 나타난다는 것이다. 실제로 '정권 유지'는 현 정부인 문재인 정권을 유지하자는 의미로 들릴 수 있기 때문에 응답이 많을 수가 없다.

더군다나 안 후보는 '정권 교체'가 아닌 '시대 교체'를 주장하고 있다. 그럼에도 여론조사 문항의 선택지에는 보통 '시대 교체'가 없으니, 안 후보 지지자 다수는 '정권 교체'를 선택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이재명의 '대전환', 윤석열의 '정권 교체', 안철수의 '시대 교체', 심상정의 '전환의 정치' 그 어디에도 '정권 유지'는 없다.

호감 전·현직 대통령을 통해 본 지지자 성격
 
전현직 대통령 중 누굴 호감하는지 설문한 결과 윤석열 지지자 중에서만 응답 분포가 달라 주목됐다
▲ JTBC-글로벌리서치 1월 4주, 호감하는 전현직 대통령(1순위) 전현직 대통령 중 누굴 호감하는지 설문한 결과 윤석열 지지자 중에서만 응답 분포가 달라 주목됐다
ⓒ JT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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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의 궁금증, 즉 TV토론에서 왜 윤석열 후보가 포위 당한 것처럼 보일까 하는 의문을 풀기 위해 여론조사를 뒤적이다가 위의 표를 확인했다. 

JTBC-글로벌리서치 1월 4주 조사에서 전현직 대통령 중 누굴 호감하는지 물었다. 윤석열 지지자 중 절반 넘게 박정희 전 대통령을 선택했지만, 다른 후보 지지자 중에서는 분포가 달랐다. 이재명 지지자 중 절반 정도, 안철수와 심상정 지지자 10명 중 4명은 노무현 전 대통령을 선택했다. 안철수 지지자 중 박정희 전 대통령을 선택한 비율은 18.4%에 그쳤다.

다른 시대 다른 과업을 수행해 완전히 다른 인물로 인식되고 있는 전직 대통령에 대한 호감 비율로 보면 분명 윤석열 후보 지지자 중 다수는 나머지 후보 지지자와는 다른 성격의 유권자일 수 있겠다. 어쩌면 이 같이 자신을 지지하는 유권자의 정치적 욕구를 반영하자면, TV토론에서 윤 후보가 고립된 것처럼 보이는 것은 당연한현상으로 여겨진다.

거꾸로 생각하자면, 이제 '윤-안 단일화'가 아니라, '이-안-심 연대'의 가능성이 더 높다고 전망할 수도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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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BS(1월 4주) 조사 개요]
의뢰처: 자체조사(㈜엠브레인퍼블릭, 케이스탯리서치, ㈜코리아리서치인터내셔널, ㈜한국리서치) / 조사기관: ㈜한국리서치 / 조사기간: 1월 24~26일 / 조사대상: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0명 / 조사방식: 전화면접조사 방식 / 표본오차: 95% 신뢰 수준에 ±3.1%p / 응답률: 26.7%

[JTBC-글로벌리서치 조사 개요]
의뢰처: JTBC / 조사기관: 글로벌리서치 / 조사기간: 1월 22~23일 / 조사대상: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12명 / 조사방식 : 전화면접조사 방식 / 표본오차는 95% 신뢰 수준에 ±3.1%p / 응답률은 12.0%

* 기사에 언급된 여론조사의 자세한 내용은 각 여론조사기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됩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http://blog.naver.com/metavoice/ 에도 올라갑니다.


태그:#대통령선거, #TV토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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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타보이스(주) 이사 여러 여론조사 기관에서 근무하면서 정량조사뿐 아니라 정성조사도 많이 경험했습니다. 소셜빅데이터 분석과 서베이의 접목, 온라인 정성 분석의 고도화에 관심이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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