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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중구 명동성당.
 서울 중구 명동성당.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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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구현사제단의 활동에 정부는 촉각을 곤두세웠다.

국제적인 여론 때문에 다른 민간 단체들처럼 물리력으로 제압하기도 어려웠다. 게다가 우두머리도, 내규나 자금이 요구되는 조직체도 아니어서 '불순세력'으로 몰아가기도 쉽지 않았다. 발표한 각종 성명서는 매섭고 날카로웠다. 

가톨릭 반체제 현실참여의 중추는 정의구현전국사제단이었다.
70년대 중반 이래 동 사제단은 박정권에게 있어 최대의 위협적 존재로까지 부상했다. 사제단은 정치적인 이슈에 대해 거의 빠짐없이 의사 표명을 했으며, 거기서 나오는 각종 유인물은 그 내용의 정치성이나 신랄함이 야당 내지는 재야정치인의 그것을 압도할 정도였다. (주석 2)

사제단을 주도한 것으로 알려진 함세웅 신부가 민주회복국민회의 대변인이 되어 박정희 정권의 비정을 신랄히 비판하였다. 그는 한 언론인과 인터뷰에서 민주회복국민회의 대변인과 관련 질문에 답한다. 

이렇게 말하면 외람됩니다만, 구약성서에 나오는 예언자의 임무는 대변인의 구실도 지니고 있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당시 윤형중 신부님이 민주회복국민회의 상임 대표위원이였고, 법조계 원로와 변호사 그리고 개신교 목사들이 그 단체의 주축을 이루었죠. 시대적 상황이 어려우니까 급하게 모이기도 했는데, 저는 신부님을 보좌하는 의미에서 그 직책을 맡았던 것입니다. 심부름만 했지요. 말 그대로 그 분들의 대변만 했습니다. 허허. (주석 3)
민주화기념사업회 주최 간담회에 참석한 조지 오글 목사(오른쪽)와 제임스 시노트 신부.
▲ 민주화기념사업회 주최 간담회에 참석한 조지 오글 목사(오른쪽)와 제임스 시노트 신부. 민주화기념사업회 주최 간담회에 참석한 조지 오글 목사(오른쪽)와 제임스 시노트 신부.
ⓒ 오마이뉴스 손병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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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구현사제단의 활동은 전방위적이었다. 불의가 행하는 곳이면 어김없이 나타나서 악행을 규탄했다. 12월 14일 정부는 조지 오글 목사에게 인혁당사건 관련자 구명운동과 구속자 가족들의 지원 등을 문제삼아 강제추방명령을 내렸다. 

이와 관련 사제단은 12월 16일 성명을 발표, 정부는 오글 목사의 재입국을 보장하라고 촉구하고, 동아일보를 중심으로 자유언론실천운동이 계속되자 정부가 신문광고를 중단시키는 탄압을 자행했다. 이에 사제단은 12월 30일 자유언론회복기도회를 열어 정부의 비열한 탄압을 중지할 것과 언론계의 분발을 촉구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해가 바뀐 1975년이 되었다. 1월 9일 사제단은 전국의 사제와 신부 및 신도 등 2천여 명이 명동성당에 모여 인권과 민주회복을 위한 기도회를 열었다. "국민의 자유, 인권회복을 위해 현 정권 퇴진할 것"을 내용으로 하는 결의문을 채택하였다.

사제단이 주최하는 행사에는 어느 곳이나 기동경찰이 신도는 물론 시민들의 출입을 제지하였다. 그럼에도 행사는 꾸준히 이어지고 명동성당은 '민주화의 성지'가 되고 있었다. 이 시기 명동성당의 스케치다. 

십자가를 앞세우고 1백여 명의 사제가(많을 때는 3백 명이 넘을 때도 있었다) 제의를 입고 장엄한 행렬을 이루며 입당한다. 이미 성당에는 수도자들을 비롯해 많은 사람들로, 중앙통로를  제외하고는 입추의 여지없이 꽉 차 있다. 밖에도 역시 미처 들어오지 못한 사람들이 군중을이루어 기대와 흥분으로 다소 들떠 있다. 제1부 미사가 진행된다. 그리고 이어서 제2부 기도회가 시작된다. 신자이건 아니건 벅찬 감동과 엄숙으로 누구 한 사람 자리를 뜰 수가 없다. 

불의에 짓밟히고서도 호소할 데 없는 사람들의 기도가 있고, 어제 오늘 있었던 독재 권력의 만행을 고발하기도 한다. 그리고 선언문이 낭독될 때도 있다. 기도회가 끝나고 난 후 이미 어둠이 내린 가운데 진행된 성모동굴까지의 촛불행진은 얼마나 숙연했던가. (주석 4)


주석
2> 이상우, <유신치하 종교계의 반체제운동>, <신동아>, 1986년 5월호.
3> <최일남이 만난 사람, 함세웅 신부>, <신동아>, 1985년 2월호.
4> 김정남, <진실, 광장에 서다>, 57쪽, 창비, 2005.

 

덧붙이는 글 | [김삼웅의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 연구]는 매일 여러분을 찾아갑니다.


태그:#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 #민주주의, #민주화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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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사독재 정권 시대에 사상계, 씨알의 소리, 민주전선, 평민신문 등에서 반독재 언론투쟁을 해오며 친일문제를 연구하고 대한매일주필로서 언론개혁에 앞장서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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