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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3월 20일, 창당 10주년을 맞은 녹색당이 기념 이야기마당을 열어 기후위기 시대 녹색정치의 방향성에 대한 논의를 시작했다.
▲ 녹색당 창당 10주년 이야기마당  2022년 3월 20일, 창당 10주년을 맞은 녹색당이 기념 이야기마당을 열어 기후위기 시대 녹색정치의 방향성에 대한 논의를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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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일 일요일 오후 1시, 창당 10주년을 맞은 녹색당 10주년 이야기마당이 열렸다. 녹색당은 지난 2011년 후쿠시마 일본 핵발전 사고 이후 탈핵과 성장 중심의 경제 체제를 바꾸기 위해 창당되었다. 

<도토리에서 떡갈나무가 되기까지>라는 제목으로 열린 이번 행사 첫 세션에선 "녹색당원, 현장의 최전선에서"라는 제목으로 제주 강정 해군기지 등 전국 곳곳에서 여러 사회, 환경 문제의 현장 투쟁에 결합해 온 녹색당원들 경험이 소개되었다. 각기 다른 지역이지만, 쫓겨나는 존재의 목소리를 가시화하기 위해, 정치세력화를 위해 수많은 시간과 땀을 흘린 이들이었다. 

'다른 누구' 아닌 "내 역할 고민"... 현장에서 선거로
 
2016년 3월 밀양의 탈핵탈송전탑 활동가 주민 28명이 녹색당에 입당하였다.
▲ 밀양송전탑 반대 주민, 녹색당 입당 기자회견 2016년 3월 밀양의 탈핵탈송전탑 활동가 주민 28명이 녹색당에 입당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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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1일 지방선거에서 녹색당 제주도 도지사 후보로 나선 부순정 후보는 강정의 친구들로 강정 해군기지 반대운동을 했고, 이숲 마포녹색당 운영위원장이자 마포구의원 후보로 나선 이숲 당원은 서울의 아현포차, 우장창장, 옥바라지 등 철거 현장 연대 및 경의선 공유지와 최근에는 성미산 개발 반대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이 둘은 '누군가 해 주겠지'가 아니라 직접 바꿀 수 있다는 마음을 가지게 되었고, "여전히 쫓겨나는 생명들이 있는 시대에 녹색당의 역할에 대한 고민"을 하다가 이번 지방선거에서 직접 변화를 위한 후보자로 출마까지 결심하게 되었다고 한다. 

남어진 당원은 밀양765kv송전탑 반대대책위원회 활동가로, 탈핵탈송전탑 활동가로 거듭나는 밀양 주민들 곁에 있는 이다. 이미 끝나버린 싸움으로도 생각하지만 아직도 주민들은 한전의 보상금 수령을 거부하고 있고, 최근에는 밀양청도 송전탑 싸움 온라인 기록관도 개관했다.

한편, 기후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전력화가 대세다. 그는 전기 생산을 해야 하는 세상이지만 대도시 전기를 공급하기 위해 희생된 경과지 주민들을 잊지 말라는 당부를 전했다. 2016년 밀양주민들 28명은 녹색당에 입당하면서 기성정당과는 다른 녹색당에 희망을 걸기도 했다. 거대 정당의 관심이 사라진 곳에 있는 이들의 목소리를 듣는 것, 녹색당의 역할이 아닐까. 

제주 강정서, 철거 현장에서... 활동 참여하다 정치참여 나선 이들
 
2019년 11월 녹색당원들은 현대 기아차 등 자동차 기업을 대상으로 내연기관차 판매 중단 등 적극적인 기후위기 대응책을 요구하며 시위를 벌였다.
▲ 녹색당원들의 자동차 회사 기습 시위  2019년 11월 녹색당원들은 현대 기아차 등 자동차 기업을 대상으로 내연기관차 판매 중단 등 적극적인 기후위기 대응책을 요구하며 시위를 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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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익인권법재단 공감 소속 변호사이자 당원인 장서연 변호사는 이날 성소수자 최초의 점거 농성이었던 2011년 서울학생인권조례제정을 위한 서울시의회 점거, 2014 서울인권헌장선포 서울시청 점거 농성을 계기로 능동적으로 성소수자 집단을 정치세력화 하는 입법활동의 가능성을 봤다고 했다.

그러면서 성소수자 이슈 등 다양성을 존중하고 모든 존재를 인정하는 것이 녹색당의 정체성이기 때문에, 성소수자 정치세력화에 가장 적합한 정당이라고 생각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앞으로는 성소수자 개인의 출마가 아니라 정당의 정체성과 정당 차원의 세력으로서 바꿔갈 수 있을지 숙제가 남아 있다"는 말도 덧붙였다. 

2부 세션에선 지난 10년 활동의 성과와 한계를 짚어보는 시간이었다. 10년 성과에 대해서 김주온 전 공동운영위원장은 녹색당이 "그동안 정치화되지 않았던 목소리들, 경제중심주의, 가부장제 등에 대한 문제제기 자체를 정치화했다"고 자부했다. "미약하더라도 시작하는 터를 만들었다"면서 "여러 가지들의 우선순위를 결정하기 보다 연결됨을 드러낼 수 있었다"는 것이 큰 성과라고 말했다.

창당 당시부터 줄곧 충남에서 활동해 온 이재혁 충남 공동운영위원장과 한재각 전 공동정책위원장도 "어려운 한국 정치 여건에서 창당하고 조직하고 선거에 임하고 수많은 의제를 던져온 시간, 존재 자체가 성과"라는데 입을 모았다.

녹색당의 성과... 지난 총선 위성정당 참여 논란에 날선 비판도

긍정적 평가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한재각 당원은 "지금 이 자리를 축제처럼 즐기기엔 우리의 조건과 상황이 만만치 않다"면서 "지난 2020년 총선에서 독자적 정당 위상을 잃고 녹색당 명분도 잃었다"면서 당시 위성정당 참여를 두고 당원투표를 밀어붙인 것에 대해 날선 비판을 이어갔다.

그는 녹색당이 가장 빛나던 시기를 어떻게 복원할 수 있을지, 사회운동적 성격을 어떻게 만들어갈지 논의가 필요하다면서, "그 과정에서 2020년 총선 당시 정치적 판단에 대해 정리하고 책임지고 사과해야 다음 정치적 기반을 만들 수 있다"라고 향후 당내 논의를 모아내기 위한 구체적 제안을 했다.

당내 민주주의와 체계에 대한 제안도 나왔다. 이재혁 충남녹색당 위원장은 "녹색당의 당비 배분 시스템이나 의사결정 구조가 기존 정당들의 중앙집중 시스템을 지역분산하는 의미가 있었지만, 앞으로 10년을 버티려면 구조의 변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면서 "당비가 지금은 6:3:1로 지역, 전국, 정책 및 당내기구로 배분되게 되는데, 여기에 대해서도 변화가 필요하다. 매년 지역의 예산안을 모아서 논의하고 필요한 만큼 배분하는 형식도 가능하지 않겠냐"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현재의 의사결정구조는, 다양한 목소리를 수용하려다 보니 복잡하게 되어 있어서 좀더 간결하게 만들 고민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지난 10년을 성찰하고 평가하면서 새로운 제안을 하는 자리는 지방선거 이후 본격적으로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녹색당, 왜 분파 아닌 정당인가... 당 초월 연대해야"

김찬휘 현재 녹색당 공동대표는 "기후위기시대 녹색당의 정치"라는 제목의 발표를 했다. 최근 녹색당이 참여한 기후대선운동본부와 민주노총 대선공동대응기구의 경험을 통해 어떤 연대를 해야 할지에 대한 고민을 털어놨다. 앞으로 기후, 지역, 젠더, 민족(이주민)의 다양한 의제가 맞물리는 당사자가 포함된 발전적 연대를 통해서 강력한 힘을 발휘할 수 있다고 했다.

"(녹색당 창당 때) 왜 진보정당의 녹색분파가 아니라 독립정당을 만든 이유를 다시 들여다보자"면서 "자본과 노동의 성장 동력을 뛰어넘는 문명사적 전환을 꾀하는 정당이기 때문"이라며 녹색당 외의 다른 녹색들과의 연대는 당을 뛰어넘는 광범위한 녹색정치교육 기관 설립을 통해 꾀하겠다고 했다. 진보연대는 선거제도 개혁을 통해 가겠다고 천명했다. 

이에 대한 토론이 활발하게 진행되었다. 성적권리와 재생산정의를 위한 센터 쉐어(SHARE) 나영 대표는 "연대를 넘어 녹색정치가 새로운 정치기획과 재생산 정의로 연결될 수 있기를 바라며"라는 제목으로 토론을 진행했다. 소수 정당이 들어설 토양이 거의 사라진 상황이고 지난 5년 사이 페미니즘과 기후의제에서 새롭게 스스로를 조직하며 등장한 많은 주체들은 차악을 대신할 새로운 선택지를 찾기가 매우 어려운 상황"에서 "반정당의 정당, 우리의 대안정치는 기성정당과 같을 수 없습니다라는 녹색당의 강령을 잘 살려나가길 바란다"고 했다.

녹색당이 "탈성장 정당을 지향한다면 지금은 현재의 녹색 운동의 지형 안에서 연대를 기획하는 수준을 넘어서 현재의 시스템에 대한 급진적인 전망과 대안을 기획할 수 있는 운동을 기획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평등과 차별에 맞서는 운동이 당사자의 권리를 확보하는 문제를 넘어 그 불평등과 차별에 자리한 구조적 문제의 근간을 급진적인 녹색 정치의 경로를 통해 어떻게 바꿔낼 것인지를 제시하고 조직해야할 것이라고 강조해 참여한 패널들에게 큰 공감을 받았다. 

이오성 시사IN 기자는 올해 초 시사인에서 진행한 "2022년 기후위기 대선 보고서"를 소개했다. "10년전에는 기후위기에 대한 반응이 없다가 한 5년전부터 독자들의 변화가 느껴지기 시작"했다면서 실제 설문조사를 해 보니 전기요금이 두 배 올라도 좋다, 재생에너지 시설로 집값이 떨어져도 괜찮다는 답변이 높게 나와서 놀랐다고 했다. 이번 결과를 통해 1/3이 정치성향과 무관하게 기후위기가 가장 중요하다고 답변했다면서 세대, 연령과도 무관했다고 했다.

다만 물질주의 척도를 통해 봤을 때 탈물질주의자들이 기후위기 이슈에 민감하고 이들은 모두 개인적 실천과 정치적 의사 표현 모두 민감하게 나타났다면 앞으로 녹색정치의 과제는 이들을 어떻게 가시화할 것인가라고 지적했다. 
 
지난 1월 18일, 서울 종로구 녹색당 당사를 방문한 심상정 당시 대선후보가 녹색당 김예원 공동대표(오른쪽)와 대화하고 있다.
 지난 1월 18일, 서울 종로구 녹색당 당사를 방문한 심상정 당시 대선후보가 녹색당 김예원 공동대표(오른쪽)와 대화하고 있다.
ⓒ 국회사진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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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20년 총선에서 비례후보자였던 김혜미 당원은 녹색성장을 외치는 국민의 힘 정권에서 우리는 어떻게 탈성장을 얘기할 수 있나를 고민한다면서 새로운 제안을 했다.

첫째는 당내 민주주의 측면에서 추첨제 민주주의를 돌아보자면서, 2020년 총선 당시에도 과연 추첨된 대의원들이 제대로 견제하고 자정작용을 해 왔나라는 질문이었다. 그는 여기에 회의적이라면서 추첨제 민주주의에 대해 성과와 한계에 대한 토론이 필요하다고 했다. 또 리더십을 만들려면 녹색정치교육연수원이 꼭 필요하고, 출마 뒤 당내에서 정치인으로 성장시킬 경로가 없었다면서, 짜임새 있는 교육을 통해 양적·질적으로 당내 정치 기회를 부여해야 한다고 했다. 

마지막 토론자로 나선 충북녹색당 박윤준 당원은 우리가 얘기하고 있는 많은 문제들이 자본주의, 가부장제가 원인이라면서 혐오와 차별을 일으키는 경제 체제에 반대해야 하고 그것을 어떻게 정치의 언어로 풀어낼 것인가를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면 돌파를 위해 새로운 언어가 필요한데 그것은 현장에 있는 활동가들을 통해 만들 수 있다면서 연대와 돌봄 체제로 전환되었을 때 사회상을 구체적으로 그려내는 일도 잊지 않아야 한다고 했다. 

작은 정당에게 남겨진 숙제는 크다. 세션 3 사회를 본 백희원 전 정책위원장의 말처럼 "우리의 본질을 잃지 않으면서도 기존의 정치 프레임을 뛰어넘고 대중과 현장과 연결된 언어를 만드는 과제"가 남겨져 있기 때문이다. 녹색당 강령에는 도토리와 떡갈나무 혁명이라는 얘기가 나온다. 도토리가 떡갈나무가 되려면 10년이 걸린다고 한다. 이제 꼭 10년의 시간을 버텨온 녹색당에게, 과연 앞으로 어떤 10년이 펼쳐질 수 있을까. 

여성, 성소수자 등 새로운 정치세력을 정치 무대에 등장시켜 온 녹색당은 이번 지방선거를 10년 역사에서 새로운 씨앗이 싹트는 계기로 삼고자 제주도지사 후보 등 8명의 지역구 후보자들이 출마 준비를 하고 있다. 

태그:#녹색당, #기후위기 , #탈핵, #녹색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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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위기의 시대, 지역과 페미니즘을 고민하며 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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