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명의 시민기자가 개의 기사를 작성하였습니다. 시민기자 전환하기
국내 1등 KB국민은행이 지난 2015~2017 신입·인턴 채용 때 저지른 비리의 피해자는 수백명에 이르지만, 올 1월 대법원의 유죄 확정 뒤에도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다. 피해자 구제는커녕 '청탁 메모'에 이름을 올린 입사자들은 여전히 은행에 재직중이다. 금융정의연대 연속기고를 통해 이 문제를 살펴봤다. [편집자말]
지난 4월 15일 시민단체와 노조 등이  KB 국민은행 채용비리 부정입사자 채용 취소 및 피해구제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지난 4월 15일 시민단체와 노조 등이 KB 국민은행 채용비리 부정입사자 채용 취소 및 피해구제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 금융정의연대

관련사진보기

 
2022년 1월 14일, 대법원은 KB국민은행(국민은행)과 그 임직원의 '채용 성차별'에 대한 유죄 확정판결을 내렸다. 2017년, 은행권의 조직적인 채용 성차별 의혹이 제기된 지 5년 만이었다. 

국민은행은 2015년 상반기 신입 행원 채용 과정에서 경영진 친인척, 인사청탁이 담긴 'VIP 리스트'를 보유하고 있었으며, 신입 행원 최종 합격자 비율을 남성을 최소 60%에서 최대 70%로 할 것을 내부 지시로 인사팀에 내렸다. 이후 채용 과정에서는 남성 지원자 113명에 대한 자기소개서 평가 등급을 임의로 상향 조정하고, 여성 지원자 112명에 대한 등급을 임의로 하향 조정했다.

그러나 국민은행의 채용 성차별에 대한 처벌은 고작 벌금500만 원에 그쳤다. 조직적인 성차별 채용으로 피해를 본 당사자들뿐만 아니라 극심한 노동시장의 경쟁을 견디며, 취업을 준비하는 여성들에게는 절망스럽기 그지없는 결론이었다.

한국 노동시장에서 성차별은 이미 공고하다. 여성가족부의 2021년 발표에 따르면 한국의 성별 임금격차는 35.9%로 여성이 남성에 비해 평균적으로 훨씬 적은 임금을 받고 있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여성의 비정규직 비율 역시 45%로, 남성(29.4%)에 비해 월등히 높다. 규모 있는 기업들이 모여 있는 국내 상장기업들 중 여성의 임원 비율은 5.2%에 불과했으며, 여성 임원이 아예 없는 상장기업이 63.7%를 차지했다.

은행권은 규모 있고 체계적인 공채 시스템을 갖고 있을 것이라 생각돼왔지만, 이번 사건을 통해선 오히려 은행권에서 성차별적 행위가 조직적으로 이뤄졌다는 게 드러났다. '공채'에 대한 일말의 기대도 무너져 내린 것이다.

남녀고용평등법과 채용절차법 위반, 처벌 미미    

문제가 드러난 이상 시스템에 대한 손질이 불가피하다. 채용 성차별과 관련해 직접적으로 규제하고 있는 법은 '남여고용평등과 일·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이하 남녀고용평등법)과 '채용절차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이하 채용절차법)이다.

먼저 남녀고용평등법은 7조 1항에서 "사업주는 근로자를 모집하거나 채용할 때 남녀를 차별하여서는 아니된다"고 규정하고, 2항에서 "업주는 근로자를 모집·채용할 때 그 직무의 수행에 필요하지 아니한 용모·키·체중 등의 신체적 조건, 미혼 조건, 그 밖에 고용노동부령으로 정하는 조건을 제시하거나 요구하여서는 아니된다"고 정하고 있다.

그러나 금지행위로 정한 채용 성차별 행위를 했더라도, 이에 대한 처벌 수위는 최대 500만 원 이하의 벌금이다. 국민은행 채용 성차별을 재판한 재판부가 국민은행에 벌금500만 원을 선고한 것은 현행법 내에서 최고 수준의 처벌인 것이다. 노동시장의 성차별적 질서를 공고화하는 조직적 범죄행위에 대해 최대 벌금이 500만 원이라니, 재판부도 판결을 하면서 '자괴감'을 느끼지 않았을까.

한편 채용절차법은 채용과정에서 불필요한 정보를 수집해 채용절차의 공정성을 훼손하지 않도록 구인자(사업주)로 하여금 직무수행에 불필요한 구직자의 신체적 조건, 출신지역, 혼인여부, 재산 그리고 구직자 본인의 직계 존비속 및 형제자매의 학력, 직업, 재산을 요구하거나 입증자료를 수집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남녀고용평등법 제4조의3)

그러나 이를 위반한 경우에 구인자(사업주)에 대한 처벌은 형사처벌도 아니고 500만 원 이하의 과태료에 그치고 있다. 더군다나 채용정보 수집 단계에서 금지할 뿐, 실질적으로 성차별적 정보 수집이 만연하게 일어나는 면접 과정은 규율 대상에 들어가 있지 않으며, 30인 미만 기업에는 아예 해당 조항 자체가 적용되지 않는다.

최근 남녀고용평등법상 '차별적 처우 등의 시정신청' 조항이 신설되어 근로자 모집 및 채용시 성차별, 직무 수행에 필요하지 아니한 정보수집 행위에 대해 노동위원회에 시정을 신청할 수 있는 길이 열려 당사자 입장에서는 소송으로 가기 전에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여지가 생겼다. 이 제도가 얼마나 실효성 있게 채용 과정의 불공정한 차별을 '시정'해낼 수 있을지 모니터링할 필요가 있다.

앞서 살펴본 것처럼 채용 및 모집 단계에서의 성차별에 대한 낮은 처벌 수위, 이와 관련하여 불필요한 정보의 수집 금지를 규율하는 범위의 협소함, 30인 미만 사업장 미적용, 남녀고용평등법과 채용절차법의 내용상 중첩 등 실질적인 성차별적 채용문화 해소를 위한 내용적 개선과 이 2개 법률 자체의 관계 설정에 대한 논의는 더욱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현재 채용 성차별과 관련해 남녀고용평등법,  채용절차법상의 말도 안 되는 처벌 수위부터 상향 조정해야 한다. 

국민은행과 같이 공채 채용 규모가 큰 회사가 조직적으로 성차별 채용비리를 저지른 경우 그에 상응하는 규모의 재정적 불이익을 줄 수 있는 수준으로 벌금 수준이 대폭 상향되어야 한다. 또한 현재 채용절차법상 30인 미만 미적용 조항을 폐지하고, 남녀고용평등법과 마찬가지로 적용 사업장을 '모든 사업장'으로 확대하는 한편, 자료 제출 요구 단계뿐 아니라 면접 과정도 불필요한 정보 수집을 해서는 안 되는 채용절차로 명확히 규정할 필요가 있다. 

국민은행이 벌인 조직적인 성차별 채용비리 행위는 노동시장 내 성차별을 공고화하고, 노동시장의 채용 공정성을 신뢰하고 여기에 자신의 시간을 투자하는 취업준비생의 신뢰를 배반하는 사회적 범죄다.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서는 제도적 개선도 필요하지만,  국민은행이 지난 행위에 대한 진심 어린 사과와 재발방지 약속, 조직적인 성차별 채용비리로 피해를 본 당사자들에 대한 보상과 '원상복구' 에 나서는 것이 먼저일 것이다.  

덧붙이는 글 | 나현우는 청년유니온 비대위원장입니다.


댓글1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청년유니온 비대위원장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