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 없이 행복해질 수 없는 노동자가 일하는 일상을 무게감 있게 다룬 회화전이 눈길을 끈다. 노동과 예술의 만남이라고나 할까. 이유치 작가의 전시회 '나의 좌표, the Homage of Labor'가 오는 7월 15일까지 서울 중구 4호선 지하철 충무로역사 내 '오재미동 갤러리'에서 열린다.
전시 작품을 통해 노동을 바라보는 작가의 애정을 확인할 수 있다. 시공간의 좌표로 관찰되는 노동현장에서의 '노동과 예술의 가치'를 느끼게 된다. '28개의 시간 : 목동'은 한 사람의 하루를 시간대별로 하나의 파노라마처럼 드로잉을 한 작품이다. 작은 분식집을 운영하는 사장의 얘기이다. 오전 8시 41분부터 오후 9시 4분까지 하루를 따라다니면서 만든 28개의 작품이다. 일상이지만 쉽게 지나칠 수 있는, 같은 시간이지만 다른 삶을 사는 한 사장의 얘기를 표현했다.
'30개의 시간 : 문래동'은 '28개의 시간 : 목동'에 등장하는 분식집 단골 손님을 주인공으로 했다. 축구선수들의 정강이 보호대를 만들고 축구 연습을 위한 슈팅 머신을 만드는 사장의 하루를 30개의 프레임에 담았다. 오전 6시 5분부터 오후 8시까지의 시간들이다.
이유치 작가는 "이런 기록물은 개인의 얘기로만 남지 않는다. 나의 작품이 모여, '우리'의 이야기로, 나아가 이 시대를 살아가는 일련의 역사이자 우리들의 모습으로 남는다"라고 말했다.
작품을 평한 안현정(예술철학 박사) 미술평론가는 "작가의 작품은 무심코 지나칠 수 있는 일상의 노동을 속속히 파고들어 '예술의 가치'를 반문하게 한다"라며 "평범한 일상을 특별한 창작으로 변화시키는 작가의 르포형 필터링은 작가가 관찰자가 된 '노동현장의 보고서'라고 할 수 있다"라고 피력했다.
전시 작품들은 사진으로 기록한 후, 이미지로 변환하는 작업을 했다. 작가의 손이 일종의 현상작용을 했던 셈이다. 작가도 앞날을 예측할 수 없는 비정규직 노동자이다. 작품들을 관찰하고 있노라면, 생계를 위한 일상의 노동과 예술의 만남이 무게감 있게 느껴진다.
이유치 작가는 "노동은 우리의 삶을 이어가는 기본생계수단에 대한 서사"라며 "나에게 노동은 신성한 단어라기보다 '일상의 삶' 그 자체"라고 강조했다.
지난 5일 작품을 관람한 이준희씨는 "한 시공간에서 일어나는 일상의 노동현장을 디테일하게 표현해 노동자들의 삶을 헤아리고 있다"라며 "쉽게 지나칠 수 없는 노동 역사를 한 노동자의 일상을 통해 확인하게 된 것 같다"라고 강조했다.
이유치 작가는 2019년부터 현재까지 다섯 번의 개인전과 40회 단체전과 12회에 걸친 아트페어전에 작품을 출품했다. 그는 2016년 젊은나래 청년아티스트 선정작가 우수상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