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베어스 송승환

두산 베어스 송승환 ⓒ 두산베어스 홈페이지


두산이 한화를 상대로 9회 짜릿한 역전극을 만들며 4연승 행진을 달렸다.

김태형 감독이 이끄는 두산 베어스는 29일 대전 한화생명 이글스파크에서 열린 2022 신한은행 SOL KBO리그 한화 이글스와의 원정경기에서 장단 12안타를 때려내며 7-3으로 역전승을 따냈다. 안방에서 열린 롯데 자이언츠와의 주중 3연전을 모두 승리로 가져가며 상승 분위기를 탄 두산은 주말 3연전의 첫 경기에서 한화에게 짜릿한 9회 역전승을 거두며 4연승을 내달렸다(40승2무48패).

두산은 선발 최승용이 4.1이닝3피안타 3사사구4탈삼진으로 무실점 투구를 펼쳤고 8회에 등판한 6번째 투수 윤명준이 1이닝 무실점으로 시즌 첫 승을 따냈다. 타선에서는 박세혁이 시즌 2번째 4안타 경기를 만들었고 허경민과 양석환도 나란히 멀티히트를 기록했다. 하지만 이날 두산을 승리로 이끈 일등공신은 바로 올 시즌 첫 타석에서 9회 대타로 출전해 프로 데뷔 첫 안타를 역전 적시타로 장식한 송승환이었다. 

해외파가 강세를 보였던 2019년 신인 2차지명

2019년 신인 드래프트 2차 지명을 앞두고 각 구단은 큰 고민에 빠질 수 밖에 없었다. 지난 2015년과 2016년에 걸쳐 해외 프로팀과의 계약이 해지된 '해외파'들이 대거 신인 드래프트에 참가신청을 했기 때문이다. 물론 2년 간의 유예기간 동안 대부분의 해외파 선수들이 병역 의무를 수행했기 때문에 실전감각은 다소 떨어져 있지만 고교 시절에는 모두 '특급 유망주'로 불리던 선수들이기 때문에 그냥 지나치기가 쉽지 않았다.

전체 1순위 지명권을 가지고 있던 KT 위즈는 한 순간의 망설임도 없이 시카고 컵스의 마이너리그와 일본 프로야구 지바 롯데 마린스에서 활약했던 우완 이대은을 지명했다. 이대은은 지바 롯데 시절이던 2015년 제1회 월드 베이스볼 클래식에서 한국의 우완 에이스로 활약했을 만큼 구위가 검증된 선수였다. 결과적으론 아쉽게 조기 은퇴를 했지만 당시 토종 에이스가 필요했던 KT가 이대은을 거르기는 쉽지 않았다.

2순위 지명권을 가진 삼성 라이온즈도 고교 시절부터 '천재 유격수'로 불리던 해외파 이학주(롯데)를 선택했다. 시카고 컵스의 마이너리그에서 활약하던 시절 트리플A까지 올라가며 빅리그 입성을 노리기도 했던 이학주는 삼성에 입단하자마자 터줏대감 김상수를 2루로 밀어내고 사자군단의 주전 유격수 자리를 차지했다. 하지만 2019년 118경기에 출전했던 이학주는 이후 2년 동안 130경기 출전에 그쳤고 결국 지난 1월 롯데로 트레이드됐다.

3순위 한화가 처음으로 해외파가 아닌 경남고의 거포 3루수 노시환을 지명한 가운데 평소 나이 어린 고졸 유망주를 수집(?)하기로 유명한 넥센 히어로즈(현 키움)마저 2019년 2차 지명에서는 1993년생의 해외파 좌완 윤정현을 지명했다. 1라운드에서 광주일고 내야수 김창평을 지명했던 SK 와이번스는 2라운드에서 해외파 하재훈을 지명했고 지명 후 투수로 변신한 하재훈은 2019 시즌 36세이브를 올리며 세이브왕에 등극했다.

이처럼 해외파가 강세를 보이는 와중에도 두산은 뚝심 있게 국내 유망주들을 고집했다. 1차 지명에서 휘문고의 우타 외야수 김대한,2차 1라운드에서 부천고의 우완 전창민을 지명한 두산은 2라운드에서 서울고의 포수 송승환을 지명했다. 물론 두산이 그 해 고교 포수 중에서 가장 타격 재능이 뛰어나다는 송승환을 지명할 때만 해도 그가 1군에서 첫 안타를 때리는데 4년(군복무 포함)이 걸릴 거라예상한 야구팬은 많지 않았다.

시즌 첫 타석에서 프로 데뷔 첫 안타 신고

송승환은 서울고 시절 신일고의 김도환(상무), 제물포고의 이병헌(삼성)과 함께 또래 중 가장 뛰어난 포수 자원으로 불렸다. 하지만 송승환은 고교 최고 수준의 타격 재능에 비해 포수로서의 수비능력은 상당히 떨어진다고 평가 받았다. 오죽하면 서울고의 4번타자이자 투수 겸 포수였던 강백호(KT)가 마운드에 오르면 그의 공을 받을 포수가 없어 어쩔 수 없이 송승환이 포수 마스크를 썼다는 얘기가 있었을 정도.

이런 송승환의 수비능력을 알고 있던 두산에서도 송승환이 입단하자마자 포수 마스크가 아닌 3루수 글러브를 쥐어주며 송승환이 거포 3루수로 성장해주길 기대한다는 뜻을 나타냈다. 하지만 송승환은 루키 시즌 1군에서 단 2경기에 출전해 2타수 무안타1삼진의 초라한 성적을 남겼다. 송승환은 프로 2년 차가 된 2000년에도 1군에서 기회를 잡기 쉽지 않았고 결국 그 해 8월 입단 동기 김대한과 함께 현역으로 입대했다.

지난 2월 군복무를 마치고 팀에 복귀한 송승환은 올 시즌 퓨처스리그에서 48경기에 출전해 타율 .361 2홈런18타점27득점을 기록하며 뛰어난 타격감을 뽐냈다. 그리고 지난 27일 경기에서 1군에 등록된 지 3일 밖에 되지 않은 외야수 김태근이 롯데와의 경기에서 수비 도중 아킬레스건이 파열되는 큰 부상을 당하면서 시즌 아웃됐다. 결국 송승환이 28일 김태근 대신 시즌 처음으로 1군에 등록됐다.

28일 경기에서 출전기회가 없었던 송승환은 29일에도 9회가 될 때까지 경기에 나설 기회가 없었다. 하지만 두산은 9회초 공격 1-2로 뒤진 상황에서 1사만루의 기회를 잡았고 김태형 감독은 조수행 타석에서 대타 송승환 카드를 꺼내 들었다. 자신 있는 스윙으로 2개의 파울 타구를 만든 송승환은 3-2 풀카운트에서 한화 마무리 장시환의 커브를 받아 쳐 승부를 뒤집는 2타점 짜리 중전 적시타를 작렬했다. 송승환의 프로 데뷔 첫 안타였다.

송승환은 1루수와 3루수, 지명타자로 출전할 수 있지만 당장 두산의 간판타자들이라 할 수 있는 양석환과 허경민, 호세 페르난데스의 자리를 넘보기는 쉽지 않다. 하지만 두산에서 귀한 오른손 대타요원으로는 꽤나 요긴하게 쓸 수 있는 자원이다. 송승환이 훗날 어떤 선수로 성장할 지는 알 수 없지만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은 송승환이 프로 데뷔 후 1군 첫 안타와 타점을 역전 결승타로 장식했던 2022년7월29일을 영원히 잊지 못할 거라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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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O리그 두산 베어스 송승환 데뷔 첫 안타 역전 결승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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