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널A <오은영의 금쪽 상담소>

채널A <오은영의 금쪽 상담소> ⓒ 채널A


어린 나이에 가장의 무게를 감당하면서 살아야했던 가수 이수영의 안타까운 가족사와 개인사가 공개됐다. 지난 29일 방송한 채널A 상담예능 <오은영의 금쪽상담소>에는 24년차 '발라드 여제' 이수영이 출연하여 '가수로서의 삶이 저한테 안맞는다'는 놀라운 고민을 털어놨다.
 
특유의 비음과 애절한 감수성으로 2000년대 가요계를 풍미한 이수영은 여자 발라드 가수 최초로 골든디스크 대상(2004년)까지 수상했을 만큼 화려한 이력을 자랑한다. 이수영은 '아이 빌리브' '그레이스' '휠릴리' 등의 자신의 대표곡들을 메들리로 열창하며 시청자들을 추억에 잠기게 했다. 13년 만에 새 앨범을 발표한 이수영은 특이하게도 소속사 대표와 함께 5년간 적금을 모아 만들어낸 '내돈내발' 앨범으로 오롯이 자기만의 색이 담긴 음악을 들려주고 싶었다고 밝혔다.

이수영의 고민은 "가수로서의 삶이 맞지 않는다. 사실은 가수인 게 너무 힘들다"는 의외의 고백이었다. 24년차 가수임에도 이수영은 "지금까지 내 무대가 좋았다고 느낀 적이 한번도 없다. 무대에서 심장이 터질 것 같고 숨이 안쉬어진다"는 놀라운 속사정을 밝히며 "최고의 무대를 못하고 죽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 상태로 30년, 40년을 견디는 거다, 가수를 그만해도 되지 않을까라는 생각도 했다"라고 이야기했다.
 
정형돈은 "오은영 박사가 상담하는 게 두렵다고 하는 것과 비슷한 느낌"이라고 비유하며 놀라워했다. 이수영은 무대에 오를때마다 병원에서 처방받은 안정제를 복용해야 하고, 종교의 힘을 빌려 간절히 기도를 한다며 "자꾸 자신감이 하락한다"는 고뇌를 드러냈다.

오은영은 진정제를 복용하면 근육 이완의 효과가 있기 때문에 가수로서 성대에도 악영향을 미칠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수영은 공감하며 병원을 찾아가 진단받은 결과 성대 발성에 장애가 있다는 진단을 받았다고 고백했다. 일상적인 대화를 할 때는 문제가 없지만 노래를 할 때는 뜻대로 조절하는 것이 어렵다고. 여기에 또다른 문제는 만족스럽지 못한 무대를 마친 뒤에 늘어나기 시작한 악플이었다.
 
오은영은 이수영이 느끼는 불안을 공황 발작의 한 증세라고 분석했다. 이수영은 어렸을때부터 수도 없이 졸도를 했었다는 사실을 밝히며 자신의 공황이 아주 오래전부터 시작된 것 같다고 회상했다.

오은영은 자신도 공황 발작을 느낀 경험이 있다며 당시 동기였던 정신과 의사들은 오은영의 이야기를 듣고도 전혀 대수롭지않다는 반응을 보였고, 오은영도 가만히 앉아서 공황이 가라앉기를 그저 덤덤하게 기다렸던 일화를 밝혀 놀라움을 자아냈다. 오은영은 "공황 발작을 경험했다고 해서 모두가 공황장애로 발전하는 것은 아니다. 사전 지식을 알고 정확하게 대처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당부했다.
 
이수영은 현장에서 실시한 공황발작 증상 테스트에서 만점을 받았다. 이수영은 특히 "숨이 안 쉬어질때가 가장 고통스럽다"고 밝혔다. 오은영은 이를 신체의 문제가 아닌 불안에서 나오는 양상이고, 성대도 근육이기에 불안의 영향을 받는다고 설명했다.
 
이수영은 노래경연 프로그램인 <나는 가수다>에 출연했을 때 느낀 공황발작의 경험을 회상했다. 이수영은 당시 반주가 시작되는 순간 아무 것도 보이지도 들리지도 않았던 막막한 순간을 떠올리며 간신히 노래를 마치기는 했지만 다시는 그 무대 영상을 보지 못한다고 밝혔다. 오은영은 이수영에게 조심스럽게 당시의 무대 영상을 함께 시청할 것을 권유했다.
 
공개된 영상에서 노래하는 이수영의 음정은 시종일관 불안정했고 얼굴에는 흔들리는 표정이 역력했다. 마지막 소절을 힘겹게 마치고 이수영의 손은 주체할 수 없을 정도로 부들부들 떨리고 있었다. 그리고 현재의 이수영도 10년 전 자신의 안타까운 과거 모습을 차마 제대로 응시하지 못하고 시선을 돌렸다.

이수영은 무대를 다시 본 소감으로 "사람들이 이해를 해줄까?"라며 관객의 평가에 대한 두려움을 드러냈다. 이수영은 가사 실수에 대한 트라우마로 자신의 대표적인 '덩그러니'를 지금까지도 무대에서는 부르지 못하게 됐다고 밝혀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이수영은 관객들과의 눈맞춤이 항상 어렵다고 고백했다. 시력이 좋지 않아도 무대위에 서면 관객들의 표정이 느껴진다고. 이수영은 차라리 아무 것도 보이지 않았으면 하는 생각이 들때도 있었다고 밝혔다. 하지만 오은영은 "오늘 집에 가서 이 무대 영상을 다시 보면서 관객들의 표정과 반응을 보셨으면 좋겠다"고 제안하며 그 이유로 "관객들이 굉장히 감동하면서 보더라"고 이수영이 미처 보지못한 장면들을 일깨워줬다.
 
 채널A <오은영의 금쪽 상담소>

채널A <오은영의 금쪽 상담소> ⓒ 채널A


오은영은 "사람은 노래를 통해서 감동을 받는다. 관객은 목소리의 작은 떨림까지 전달을 받는다. 듣는 이에 따라 해석은 다르지만 관객은 노래를 통하여 자신의 삶과 아픔을 대입하는 것이다. 음정이 불안정하고 떨리더라도 그 나름대로 자신의 감정에 이입하여 위로가 될수 있다. 관객에게 '좋은 노래'와 가수에게 '잘 부른 노래'는 다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오은영의 이야기에 이수영은 참았던 눈물을 터뜨렸다. 이수영의 노래에 감동한 관객들은 그녀의 불안한 음정속에 담긴 진심을 알아봤던 것이다.
 
또한 오은영은 무대 공포증이 가수가 아닌 누구에게나 찾아올 수 있다고 설명했다. 프로야구 선수가 공을 제대로 던지지 못하는 '입스' 증상이나, 국가대표 축구 선수가 중요한 경기에서 꼭 실수를 하는 경우에 비유하며 이를 '수행불안(특정 상황에서 주변의 기대를 의식하여 불안증세를 보이는 것)'의 일종이라고 설명했다. 이수영은 경연 당시 관객을 대상으로 한 사전 노래 선호도 조사에서 자신이 1위를 했다는 소식을 들은 이후, 오히려 잘해야한다는 극심한 부담감에 경연을 망치고 탈락했던 일화를 밝히며 수행불안 때문이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이수영의 내면에 자리잡은 불안의 근본적인 원인은 무엇일까. 이수영은 어린 시절 일찍 부모님을 잃고 동생들을 돌보며 엄마이자 어른의 역할을 해야만했던 과거를 회상했다. 이수영은 이런 시절의 상처 때문에 지금까지도 "저만을 위한 시간을 가지는 게 죄스럽게 느껴진다"고 고백했다.
 
임신한 이후에도 한동안 라디오 DJ를 하던 이수영은 7개월 차부터 출산때까지 최초로 일을 내려놓고 휴식을 취했다고 말하며 "그때가 세상에서 가장 행복했다"고 회상했다. 임신 당시 몸은 힘들었지만 "내 안에 가득 채워진 혼자가 아닌 느낌"이었다고 당시의 감동을 떠올렸다.
 
오은영은 이수영이 "허약한 전쟁고아같은 삶을 살아왔다"라고 평가하며 안타까워했다. 모두를 잃고 혼자 남겨진 전쟁고아처럼, 살아남은 것 자체가 죄책감이 되어버린 삶을 살고있는 사람들이 있다. 부절적한 죄책감은 스스로를 혹독하게 대하지않으면 안된다는 강박으로 이어진다. 이수영은 임신을 하고나서야 스스로 정당하게 휴식을 취할 수 있다는 명분을 가질 수 있었다는 것.
 
한편으로 이수영은 자존심보다 주변과의 관계를 중시하는 성격임을 밝혔다. 고교 시절 독서실에서 친구들의 오해로 불화가 생겼을 때 무릎까지 꿇고 애원하면서 해명을 한 적도 있다고. 이수영에게 "친구란, 가족을 대신하는 존재"와도 같았다. 또한
이수영은 출산 이후 6년간 육아를 도와줬던 보육 이모님을 엄마처럼 생각했다며 헤어지는 순간이 많이 힘들었다고 고백했다. 오은영은 이수영이 이별에서 단순한 헤어짐을 넘어 '상실감과 슬픔'을 느끼고 있으며, 이는 배우자와 아이에게도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우려했다.
 
또한 이수영은 항상 연락이 잘 안되던 남편이 휴대폰이 꺼져서 잠시 연락이 두절되었을 때, 사고가 났다는 불안감에 휩싸이며 눈물을 흘렸던 일화를 밝혔다. 항상 최악의 상황을 가정하며 불안감을 느낀다는 이수영은 당시 "남편마저 죽으면 난 어떡하지"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밝혀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오은영은 아이가 아닌 성인이라도 애착을 가진 대상에 대한 '분리불안 장애'를 겪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수영은 인생에서 가장 공포를 느낀 순간으로 전화로 아버지의 부고를 접했던 때를 떠올렸다. 당시 이수영의 모친은 함께 택시를 타고 가면서 "머리만 안다치면 된다"를 되뇌었다고 한다. 세월이 흘러 스무살이 된 이수영이 다시 어머니의 사고 소식을 듣고 동생들과 병원으로 향하면서 과거 어머니가 했던 말을 그대로 반복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했다고. 하지만 이수영의 간절한 바람에도 불구하고 부모님은 모두 세상을 떠났고, 이수영은 그 이후로 한동안 '장례식장'을 가지 못하고 글자만 봐도 두려움을 느낀다고.
 
경청하던 오은영은 이수영이 '집착형 불안정 애착' 증세를 보이고 있다고 분석했다. 불안정 애착 중에서도 집착형은 애착대상과 떨어지길 두려워하며 끊임없이 사랑을 확인받고 싶어한다. 이수영은 새로운 가족이 생긴 이후 남편과 시어머니의 잔소리마저도 좋다며, 남편의 지적과 관심이 사랑으로 느껴져서 "이 사람은 나를 떠나지 않겠구나"라는 안심이 된다고 밝혔다.
 
오은영은 이수영이 "정서적 안정감을 얻은 경험이 부족해보인다"고 진단했다. 가족을 위한 책임감에 희생하고 헌신하는 삶을 살면서 정작 본인의 삶은 더욱 힘들어졌다. 이수영은 어머니가 돌아가시기 한달 전, 마치 자신의 죽음을 예상이라도 한 듯 통장을 전해주며 "혹시 엄마가 잘못되면 동생들이랑 이걸로 지내"라고 당부했다고. 이수영은 "엄마랑 즐거운 기억이 별로 안난다. 우리를 위하여 희생했던 불쌍했던 엄마"라고 밝혀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오은영은 이수영이 엄마에게 진심어린 마음을 표현하지 못하고 시간이 흘러 응어리가 되었다고 분석했다. 오은영은 이수영에게 그동안 어머니에게 하고 싶었던 말을 해보라고 제안했다. 이수영은 "엄마를 불러본 지 너무 오래됐다"고 한참 머뭇거리다가 끝내 말을 잇지 못하고 그대로 오열했다.
 
눈물을 흘리는 이수영을 묵묵히 지켜보던 오은영은 "진솔한 마음은 미안할 일이 아니다. 그리고 이런 감정은 굉장히 소중하고 귀한 것"이라며 격려했다. 오은영은 딸에게 아무 말도 남기지 못하고 갑작스럽게 떠난 모친의 감정을 떠올리며 "나의 딸, 나의 장녀, 어리고 미숙한 엄마 때문에 정말 마음고생이 많았다. 고마웠다는 말을 너에게 꼭 해주고 싶다. 정말 진심으로 사랑한다"며 이수영의 어머니를 대신하여 위로를 전했다.
 
이수영은 한참동안 눈물을 멈추지 못했다. 오은영은 이수영에게 "앞으로 남편과 아이와 함께 살아왔던 옛날 이야기를 많이 나누라"고 조언했다. 아이는 부모가 살아왔던 삶을 이해하면서 더 가깝게 느끼고 성장한다.
 
또한 오은영은 이수영에게 노래가 직업이 되면서 책임감(생계)과 부담감(성공) 때문에 긴장에 빠졌다고 지적했다. 오은영은 '편안하게 노래하는 경험'을 늘려볼 것을 해결책으로 제시하며, 그 예로 아이한테 매일같이 자장가를 들려줄 것을 제안했다. 오은영은 딸같은 이수영을 위하여 본인이 먼저 자장가를 열창해주는 센스를 발휘하며 '잘자라 우리 수영'이라는 문구를 오늘의 은영매직으로 제시했다.
 
상담을 마친 이수영은 "제가 직면하거나 깨닫지 못했던 마음들을 읽어주셔서 너무 큰 위로를 받았다"는 소감을 밝히며 "오은영 박사님과 패널들이 모두 사람을 살리는 좋은 일을 하신다고 생각한다. 혹여 저와 같은 아픔을 공유하시는 분들에게 저의 이야기가 위로가 되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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