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비트코인 1년 시세, 인베스팅닷컴 화면
▲ 비트코인 1년 시세 비트코인 1년 시세, 인베스팅닷컴 화면
ⓒ 장은서

관련사진보기

  
"내가 그 때, 정말 하고 싶었던 말은 '내가 어떻게 알아'였습니다."

신랑이 핸드폰을 보며 한 숨을 푹쉽니다. 그냥 파는게 낫지 않겠냐 묻습니다. 솔직히 나도 잘 모르겠어서 알아서 하라고 말했습니다. 다만 기다려보는 것도 방법이라고 말해봅니다. 신랑이 계속 팔면 어떻겠냐 묻는 것은 바로 '코인'입니다.

직장만 다니는 게 바보처럼 느껴지는 코로나 시국, 그저 월급, 직장만 아는 신랑에게 투자 공부를 해보라고 권했었습니다. 자 산가격이 빠르게 올랐고 뭘 사도 수익나던 시절이었습니다. 적게나마 주식 투자를 시작한 저는 조금이지만 월급외 수익을 만들었습니다. 반면 신랑은 올곧게 직장에만 올인했었습니다. 그런 신랑이 답답하게 느껴졌었습니다.

올 해 3월, 코인 관련 책을 읽으며 없는 돈 셈치고 코인에 투자해야겠다 결심했습니다. '3년 동안 없는 셈' 할 수 있는 돈을 아주 조금 코인에 투자했었습니다. 코인 투자를 실행하며 신랑에게 코인에 관한 이야기를 했습니다. 투자해보지 않겠냐고.

제가 주식으로 수익낼 때는 그런가보다 하던 신랑이 신기하게 코인에는 해보겠다 했습니다. (이 때 인간지표를 잊었다. 투자에 관심없던 신랑이 해보겠다 들어오면 이제 끝물이었을텐데) 책을 읽어보라고 권했지만, 신랑은 책 대신 유튜브를 시청했습니다. 이후 신랑은 투자한다며 저에게 계좌 만드는 법을 물어왔습니다. 그리고 코인 투자를 시작했습니다.

저는 5500만 원대에서, 신랑은 5000만 원대에서 비트코인을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저는 단 한 번도 계좌의 플러스를 본 적이 없습니다. 돌이켜보면 하락의 시작에서 코인 투자를 시작했었던 것입니다.

잠깐 플러스를 보더라도 더 깊은 마이너스가 제 계좌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현재 코인 계좌는 마이너스 40%의 수익률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역시 코인은 위험한 투자였습니다. 하지만 처음 시작할 때 3년 동안 없는 셈 할 수 있는 돈만 넣었기에 괜찮았습니다. (사실 없어도 되는 돈은 없고 이 돈이 없더라도 생활이 불편하지 않을 정도라는 말이 맞은 듯 합니다.)

반면 신랑은 초반에 수익이 났습니다.  용기를 얻은 신랑은 더 많은 투자금을 넣었습니다(투자금 단위는 단지 몇 십 만원 단위였다). 그러더니 저에게 본인이 투자할 수 있게 돈을 좀 더 달라고 했습니다. '투자는 경험이다, 깨지더라도 경험을 쌓아야 다음 단계를 넘어갈 수 있다' 생각해 약간의 투자금을 지원해주었습니다.

그러나 코인의 하락을 막을 순 없었습니다. 신랑도 계좌 수익률이 박살났습니다. 그리고 신랑의 투자 방법을 알게 되었습니다. '코인 이름이 이뻐서' 투자한 코인이 있고, 유튜브를 찾아보고 투자한 코인도 있다는 사실을 말입니다.

게다가 처음 투자라는 행위를 하며 맞이한 반토막 수준의 코인 수익률에 괴로워했습니다. 소액이었지만 써보지도 못한 돈이 사라진 느낌에 속상해했습니다.

코인 투자의 세계로 이끈 저에게 신랑은 종종 '코인을 그냥 손해보고 팔고 다른 걸 하는게 낫지 않겠냐'고 물어왔습니다.

그럴 때마다 '나보고 어쩌라고, 마음대로 해'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투자를 해보라고 부추긴 저는 '지켜보다 물타기 해도 될 시점에 조금씩 사면서 기다리는 방법이 있다', '어차피 그 돈 없어도 불편하지 않은데 뭘 신경쓰냐', '너무 신경쓰이면 그냥 팔아버려'라는 답을 돌려썼습니다.

이 세 대답을 돌려 쓰다 보니 몇 달이 지난 지금, 신랑은 더 이상 코인 계좌를 보지 않게 되었습니다. 

그 사이 직장만 다니는 사람이 바보처럼 느껴지던 시대를 지나 성실히 직장다니는 사람이 대접 받는 시대가 왔습니다. 우리 신랑의 시대 말입니다.

태그:#비트코인, #투자, #월급외수익, #직장인
댓글1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한 때는 맞벌이, 지금은 전업주부 하지만 고군분투 중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