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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 2호선 신당역에서 사망한 피해자를 추모하기 위한 시민들의 걸음이 이어지고 있다.
 지하철 2호선 신당역에서 사망한 피해자를 추모하기 위한 시민들의 걸음이 이어지고 있다.
ⓒ 김종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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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오전 10시 20분께 서울 지하철 2호선 신당역 여자화장실 앞, 걸음을 잇던 한 노인이 멈춰 서더니 고개를 숙이며 두 손을 모은 채 말했다.

"미안합니다. 너무 미안해요. 부디 좋은 곳으로 편히 가세요. 미안해요."

그리곤 서둘러 걸음을 옮겼다. 노인에게 다가가 "어디서 오신 거냐. 왜 이리 깊이 고개를 숙인 거냐" 물으니, 그는 "무슨 말이 더 필요하냐"면서 "먼저 간 젊은 사람에게 그저 미안할 뿐"이라는 말을 남기고 현장을 떠났다. 

그뿐이 아니었다. 이날 신당역 여자화장실 앞은 주말 오전임에도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꽃을 올리고 고개를 숙이는 이들의 걸음이 이어졌다. 모두 지난 14일 저녁 신당역 스토킹 살인사건으로 고인이 된 피해자를 추모하기 위해서다. 

특이한 점은 현장에서 <오마이뉴스>를 만난 여러 시민들이 '반의사 불벌죄 폐지'를 연이어 강조했다는 것.

서울 동작구에 사는 20대 청년 이동현씨도 "같은 청년으로서 너무나 미안하고 안타까워 오게 됐다"면서 "언제까지 이런 스토킹 범죄로 인한 죽음을 마주해야 하는지 참으로 믿기 힘들다. 많이 늦었지만 다른 스토킹 범죄 사건을 예방하기 위해서라도 '반의사 불벌죄 조항을 지금 당장 없애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하철 2호선 신당역에서 사망한 피해자를 추모하기 위한 시민들의 걸음이 이어지고 있다.
 지하철 2호선 신당역에서 사망한 피해자를 추모하기 위한 시민들의 걸음이 이어지고 있다.
ⓒ 김종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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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여성에 대한 혐오 범죄가 판치는 대한민국은 반성하라"라고 적은 글을 추모 공간 한편에 붙였다. 바로 옆에는 '여자들아 죽지마...', '딸을 단속하지 말고 아들을 교육시키세요'라는 내용이 적힌 포스트잇이 잇달아 붙었다.  

'반의사 불벌죄'는 "피해자가 구체적으로 밝힌 의사에 반하여 공소를 제기할 수 없다"라는 스토킹처벌법 18조에 명시된 조항이다. 한마디로 피해자가 처벌을 원치 않으면 처벌을 하지 않는 것으로 가해자의 처벌 여부를 피해자에게 맡긴다는 의미다. 

문제는 이로 인해 재판 과정에서 가해자에 의한 합의 시도가 끊임없이 이뤄진다는 점이다. 이번 신당역 스토킹 살인사건도 다르지 않았다.

서울교통공사 직원인 가해자 전아무개씨(31)는 지난 2월 불법 촬영물을 소지하고 피해자를 협박한 혐의(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로 기소돼 선고를 앞두고 있었다. 

숨진 피해자는 지난해 10월 불법촬영 혐의로 가해자를 처음 고소했고 올해 1월 가해자 전씨를 스토킹 혐의로 다시 고소했다. 검찰은 최종 변론 기일에서 가해자에 대해 징역 9년을 구형했다. 과정에서 가해자는 끊임없이 피해자에게 합의를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리고 선고가 나기 하루 전날인 14일 가해자는 피해자를 찾아가 살인을 저질렀다.

이에 시민단체 불꽃페미액션은 17일 오후 신당역 10번 출구 앞에서 '더 이상 죽이지 마라'라는 주제로 긴급 추모집회를 예고했다. 아래는 이가현 불꽃페미액션 활동가와의 일문일답. 

"근간에 자리한 남성문화.. '반의사 불벌죄' 폐지해야"
 
불꽃페미액션이 17일 신당역 여성살해 긴급 추모집회를 예고했다.
 불꽃페미액션이 17일 신당역 여성살해 긴급 추모집회를 예고했다.
ⓒ 불꽃페미액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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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 긴급집회를 예고했다.

"어제(16일) 저녁에 급히 기획해 오늘(17일) 오후 5시에 진행하기로 했다."

- 긴급집회 개최, 이유는?

"신당역 여성 스토킹 살해 사건 때문이다. (2016년 5월 17일 일어난) 강남역 여성 살인 사건에 이어 다시 한번 화장실에서 살인사건이 발생했다. 강남역 이후 어쨌든 스토킹처벌법 등 관련법이 만들어졌음에도 불구하고 같은 사건이 발생한 거다. 이유가 무엇일까. 결국에는 변하지 않는 남성문화 때문이라고 본다."

- 오늘 현장에서 본, '딸을 단속하지 말고, 아들을 교육시켜라'라는 추모 문구 생각난다. 

"그렇다. 여성을 성적대상화하고, 멸시하고 통제하려는 남성문화가 바뀌지 않는 이상 똑같은 사건이 계속 반복될 거다."

- 그러나 16일 현장을 찾은 김현숙 여성가족부장관은 '이번 사건을 여성혐오 범죄로 보는 시각에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그렇지 보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놀라운 일이다. 어떻게 그런 생각을 할 수 있는지. 그래서 이번 사건을 계기로 더욱더 반의사 불벌죄와 관련된 내용들이 공론화가 됐으면 좋겠다. 스토킹 처벌뿐만 아니라 가정폭력도 그렇다. 아는 사람에 의한 폭력이 많은 경우에 반의사 불벌죄가 적용된다는 느낌이 강하다. 아는 사람이니 합의도 좀 하고 봐주라는 건가."

- 이번 신당역 스토킹 살인사건만 봐도 가해자가 끊임없이 합의를 종용하기 위해 만나 달라는 연락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맞다. 300번 정도 전화와 문자 메시지를 보냈다고 하더라. 이는 반의사 불벌죄와 법원이 가해자를 구속하지 않은 문제 등 제도적 측면에서도 허점이 드러난 것이라 볼 수 있다. 왜냐하면 이전에도 스토킹 피해자를 찾아가서 죽이는 일들이 계속 벌어졌다. 그런데도 법원은 이번에도 가해자를 구속하지 않았다."

- 한동훈 법무부장관은 사건 다음날인 15일 현장을 찾은 뒤 '반의사 불벌죄'를 폐지하기 위한 스토킹처벌법 개정을 "신속히 추진하겠다"라고 밝혔다.

"그래서 더 이해가 안 간다. 반의사 불벌죄 조항 등에 대한 폐지에 관한 입장을 법무부장관이 밝힌 상황에서도 여성가족부 장관은 정권 눈치를 보면서 이번 사건이 여성혐오에 의한 살인임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 제도적인 문제 해결뿐 아니라 인식과 문화를 어떻게 바꿀 것인가도 핵심문제인데, 이걸 인정하지 않으려 하다 보니 정부기관에서도 엇박자가 나고 자꾸 비슷한 사건들이 발생한다. 민주당 서울시의원도 가해자를 옹호하는 말을 했던데, 이런 일련의 움직임들이 모두 남성의 여성폭력에 관대한 문화에서 발생한 거다."

이상훈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의원은 16일 시의회에서 '신당역 스토킹 살인사건'을 두고 "좋아하는데 안 받아주니 (가해자가) 폭력적 대응을 했다"며 "(가해자가) 서울교통공사에 들어가려면 나름대로 열심히 사회생활과 취업 준비를 했을 거다. 가해자든 피해자든 부모의 심정이 어떻겠나. 다음 주 아들이 군대에 입대하는데 아버지의 마음으로 미뤄봤을 때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억장이 무너질 것 같다"라고 말해 논란이 일었다.
 
16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신당역 스토킹 살인사건 피의자가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도착하고 있다.
 16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신당역 스토킹 살인사건 피의자가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도착하고 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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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활동가는 통화 말미 "이번 사건에 대해 민주노총 등 여러 단체들이 함께 연대해줬으면 좋겠다"면서 "제도(반의사 불벌죄 폐지)와 문화(남성문화)가 함께 바뀌는 계기가 돼야 한다"라고 재차 강조했다.

한편, 서울 중부경찰서에 따르면 가해자인 전씨는 범행하기 약 8시간 전인 14일 오후 1시 20분께 자기 집 근처 현금자동입출금기에서 1700만 원을 찾으려 했던 것으로 파악됐다. 현금을 찾아 범행 후 도주 자금으로 사용하려 한 게 아닌지 의심되는 지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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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조팀 취재기자. 오늘도 애국하는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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