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팍팍한 세상에서 잠시 기분전환 할 수 있는 재미난 곤충기를 공유하고자 합니다. 보통 사람의 눈높이에 맞춘 흥미로운 이야기이므로 얘깃거리로 좋습니다. [기자말]
"아마 나는 아직은 어린가봐 그런가봐" 조용필의 대표곡 중 하나인 <고추잠자리>의 첫 구절이다. 1981년에 발표된 고추잠자리는 국내 가요 인기 순위에서 24주간 1위를 기록했는데 아직까지도 깨지지 않고 있는 최장기록이다. 당시 그의 독주를 막기 위해 방송사에서는 1위 가능 횟수를 제한했을 정도로 대중의 인기를 독차지했다.

고추잠자리는 머리에서 꼬리까지 온 몸이 빨갛다. 보통 사람들이 고추잠자리로 착각하는 고추좀잠자리는 배만 붉은색이다. 잠자리류는 우화 후 완전한 성충으로 자라면서 체색이 점점 변한다.
 
머리부터 배끝까지 빨갛다. 배만 빨간 고추좀잠자리와 구분되는 특징.
▲ 고추잠자리. 머리부터 배끝까지 빨갛다. 배만 빨간 고추좀잠자리와 구분되는 특징.
ⓒ 이상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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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 35mm 정도의 크기인 고추좀잠자리 미성숙 개체는 배가 노란색인데 완전히 성숙하면 빨갛게 변한다. 이를 혼인색이라고 하며 수컷만 적색으로 바뀌므로 암컷과 미성숙 수컷은 비슷해 보인다.

학배기(잠자리 애벌레)는 물 속에서 작은 곤충이나 어류를 잡아먹고 산다. 머리 아래에 접혀져 있는 주걱턱(아랫입술)을 순식간에 뻗어내어 먹잇감을 낚아챈다. 영어권에서는 용파리(dragonfly)라고 하며 쥐라기 공원의 공룡 티라노 사우루스의 무시무시한 아가리를 떠올리면 금방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주걱턱을 손처럼 뻗어서 사냥감을 낚아챈다.
▲ 왕잠자리 애벌레. 주걱턱을 손처럼 뻗어서 사냥감을 낚아챈다.
ⓒ 이상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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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자리의 학명 Odonata는 '이빨이 돋아난 강한 턱'이라는 뜻이다. 잠자리의 비행능력은 무척이나 탁월해서 시속 60km의 속도로 날 수 있다. 왕방울만큼 큰 겹눈은 벌집 모양의 낱눈이 2만 개 이상 모여 이루어져있기에 360도 전방향의 움직임을 알아차릴 수 있다.

다리에는 가시털이 철조망 처럼 나 있어 사냥감을 잡아채서 가둘 수 있다. 가을이 다가오면 갑작스레 고추좀잠자리와 된장잠자리가 우리 눈에 띈다. 날이 더우면 산꼭대기로 피신해 있다가 선선해지면 내려오기 때문이다. 

부릅뜬 눈알로 포식자를 놀래킨다

콧수염을 기르고 어설퍼 보이는 몸부림으로 방송에 등장한 김흥국은 <호랑나비>를 부르며 이름을 알렸다. 국민 노래 <독도는 우리땅>의 정광태는 김흥국과 함께 <독도로 날아간 호랑나비>를 리믹스해서 불렀다. 이 노래의 첫 구절은 이렇다. "울릉도 동남쪽 뱃길 따라 날아간 호랑나비~"  

고추잠자리 만큼이나 우리에게 친숙한 호랑나비의 먹이식물은 운향과(탱자나무, 머귀나무, 산초나무, 황벽나무, 귤나무, 백선) 나무이며 4월~10월에 걸쳐 발생한다. 봄형과 여름형이 있으며 후자가 더 크고 무늬가 화려하다.

산초나무는 아카시나무와 비슷한데 약간 작으며 향긋한 냄새가 기분을 좋게 한다. 산초나무를 만나면 잎을 따서 살짝 상처를 낸 뒤에 볼에 붙여보자. 산책길 내내 은은한 향을 맡으며 걷는 맛이 일품이다.
 
새똥을 닮은 외관이지만 점점 자라면서 녹색 몸매로 바뀐다.
▲ 호랑나비 애벌레. 새똥을 닮은 외관이지만 점점 자라면서 녹색 몸매로 바뀐다.
ⓒ 이상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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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벌레는 새똥을 빼닮았으며 번데기가 되기 전 종령에 이르면 등판에 눈알 무늬가 생겨 천적들을 놀라게 만든다. 몸 길이는 40mm 정도에 이르지만 나뭇잎과 비슷한 체색이라 잘 구분이 되지 않는다.

목덜미에 냄새뿔(취각)을 숨기고 있다가 위협을 느끼면 불쑥 꺼낸다. 주홍색의 Y자 처럼 생겼으며 한 팔 떨어진 거리에서도 냄새가 날 만큼 고약하다. 호랑나비과 애벌레는 대개 눈알 무늬와 취각(osmetrium)을 갖고 있다.

노랫가락에 실려 운치 있는 가을을 알려준다

노랫가사에 녹아들어 큰 인기를 끈 가요가 있다. "오동잎 한잎 두잎 떨어지는 가을밤에 그 어디서 들려오나 귀뚜라미 우는 소리" 허스키한 목소리가 매력적인 최헌은 1976년 그룹사운드 <호랑나비>를 결성해 <오동잎>을 크게 히트시키며 한 시대를 풍미했다.  

포크 가수이자 음반제작자인 백영규가 부른 <슬픈 계절에 우리 만나요>에는 첫 구절에 귀뚜라미가 등장한다. "귀뚜라미 울음소리에 가슴깊이 파고드는데" 이 노래로 스타덤에 오른 백영규는 동명의 영화에도 주연으로 출연했다. 1981년 박남수 감독의 제안으로 당대의 스타 장미희, 김희라와 호흡을 맞췄다.
 
가을 풀밭에서 흔하게 보이는 귀뚜라미.
▲ 왕귀뚜라미. 가을 풀밭에서 흔하게 보이는 귀뚜라미.
ⓒ 이상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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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뚜라미 무리는 극지를 제외한 전 지역에 널리 분포하며 현재까지 3000여 종 넘게 알려져있다. 우리나라에서는 방울벌레류, 긴꼬리 종류, 땅강아지 등을 포함하여 약 40종이 살고 있다. 밤에 활동하며 잡식성이고 흙 속이나 식물 줄기에서 알로 월동한다. 한방에서는 약재로 쓰고 있으며 식용으로도 활용되고 있다. 

가을의 전령사 귀뚜라미는 동서양 모두 평가가 후하다. 아동문학 피노키오에도 조연으로 등장할 만큼 인간에게 친숙하다. 한족은 귀뚜라미 싸움에 열광했고 동남아에서는 식용 곤충으로 인기가 많다. 현재 여러나라에서 사료와 단백질 보충, 미래의 식량자원으로서 다루어지고 있다.

덧붙이는 글 | 해당 기사의 사진은 글쓴이의 초접사 사진집 <로봇 아닙니다 곤충입니다>의 일부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태그:#고추잠자리, #귀뚜라미, #호랑나비, #학배기, #용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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