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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 넘게 제로웨이스트 실천하며 지역 커뮤니티에 노하우 공유한 정혜미씨
 1년 넘게 제로웨이스트 실천하며 지역 커뮤니티에 노하우 공유한 정혜미씨
ⓒ 주간함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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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위기는 더 이상 멀리 있는 단어가 아니다. 올해는 유독 세계적으로 잦은 태풍과 국소지역 폭염, 폭우, 가뭄 등이 기승을 부렸다. 이상기후가 사람들의 삶을 위협하고 있는 가운데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인가 생각하게 한다.  

이런 가운데 네이버 카페 '함양 착한 맘들'(이하 함양 맘카페)에서 제로웨이스트 실천을 활발하게 하는 인물의 소식을 접하게 됐다. 제로웨이스트는 생활 속에서 배출되는 쓰레기를 최소화하는 사회운동이다. 생각은 쉽지만 실천은 어려운 제로웨이스트를 1년 넘게 이어오고 있는 정혜미(경남 함양 거주, 32)씨를 직접 만나봤다.

피자·족발도 '용기 내'

"제로웨이스트를 1년 반 넘게 실천하고 있어요."

유튜브에서 쓰레기가 산처럼 쌓여있는 영상을 보고 충격을 받았다는 혜미씨. 처음에는 분리수거를 철저히 하는 것으로 환경보호 실천을 시작했다. 

하지만 열심히 세척하고 말린 쓰레기를 분리수거함에 넣어도 다른 사람이 버리는 쓰레기에 다시 오염되면 재사용이 될 수 없다. 실제 플라스틱의 재활용율은 9% 수준이다. 분리수거만으로는 부족하다고 생각한 그는 환경을 위해 좀 더 적극적인 행동을 고민하던 차, 쓰레기를 아예 만들지 않기로 했다.

"제로웨이스트를 가장 처음 시도한 곳은 아이스크림 가게였어요.통을 가져가서 '혹시 여기에 아이스크림을 받을 수 있냐'고 물어봤는데 처음이라 엄청 긴장을 많이 했거든요. 바들바들 떨면서 들어 갔어요."

긴장이 무색하게 사장님께서 친절하게 받아줘 용기를 얻었다는 혜미씨. 하지만 모든 가게가 그런 건 아니었다. 바쁜데 무턱대고 통을 가져가서 담아달라는 요청이 큰 실례라는 것을 깨닫고 나중에는 미리 전화해 양해를 구하게 됐다.

성공한 경험을 자양분 삼아 다양한 가게에서 '용기 포장 챌린지'를 시도했고, 성공한 가게들을 정리해 함양 맘카페에 공유했다. 처음 도전하는 사람들이 시행착오를 덜 겪고 부담없이 환경운동을 실천했으면 하는 마음에서였다.
 
포장해온 회
 포장해온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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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기에 포장해온 치킨
 용기에 포장해온 치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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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제로웨이스트 실천이 힘들진 않을까.

"2년이 다 되어가니 이젠 일상이 돼서 힘들진 않아요. 그런데 최근 이런 일이 있었어요. 제가 코로나19에 걸렸는데 족발이 너무 먹고 싶은 거예요. 그래서 배달 앱에 들어가 족발집 사진 리뷰를 봤는데, 쓰레기가 너무 많이 나올 것 같더라고요. 그래서 먹고 싶은 마음을 참았어요. 밥 할 힘이 없어 결국 종이 쓰레기가 생기는 피자를 시켰지만요."

혜미씨는 평소 빵, 족발, 피자, 햄버거, 아이스크림, 짬뽕, 파스타, 죽, 김밥, 회 등 다양한 음식을 재사용 통에 포장해온다. "아이들 쓰는 도시락통이 정말 작은 반찬들을 포장하기 좋다"며 자랑하는 모습을 보니 제로웨이스트에 진심이라는 게 느껴진다.  

제로웨이스트를 실천하는 다섯가지 단계

그는 제로웨이스트 실천에 다섯 단계가 있다고 강했다.

첫 번째는 거절하기. 필요없는 것을 거절하면서 불필요한 쓰레기를 만들지 않는 단계다. 혜미씨는 '가게에서 주는 일회용품을 거절하기 편하지만 마음이 담긴 선물 등을 거절하는 것이 너무 힘들었다'고 고백했다.

두 번째는 줄이기. 쓰레기를 줄이고 필요하지 않는 것을 안 쓰는 단계다. 내가 안 쓰는 것을 다른 사람이 쓸 수도 있으니 무작정 버려 없애기보다 주변에 나누는 방식으로 줄일 수도 있다. 혜미씨는 맘카페를 통해 적극 나눈다. "과거엔 20리터 쓰레기봉투를 이틀마다 비웠는데 쓰레기를 줄이니 봉투 용량을 10리터로 줄여도 3주간 써요."

세 번째는 재사용. 혜미씨가 재사용하는 것 중 시리얼이 담겼던 큰 지퍼백이 있다. "비닐이나 지퍼백은 세척만 잘 하면 언제든 재사용이 가능하거든요. 다양한 제품이 포장재로 지퍼백을 사용하고 있어요. 그걸 차곡차곡 세척해 모았다가 필요하면 사용해요."
 
세척해 재사용하는 비닐봉투
 세척해 재사용하는 비닐봉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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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아둔 우유팩
 모아둔 우유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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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번째는 재활용. 쓰레기나 물건 등을 다양한 방식으로 다시 활용하는 단계다. 혜미씨가 함양 맘카페에서 진행했던 플라스틱 병뚜껑 모으기 운동, 우유팩 모으기 운동이 그 예다. "요즘은 쓰레기를 모아 새롭게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이 많아요. 월간뚜껑이나 플라스틱 방앗간 같은 단체가 있어서 재활용을 손쉽게 할 수 있어요." 분리수거를 잘 하는 것도 재활용 단계에 해당한다.

다섯 번째 단계는 썩게 만들기. 혜미씨는 이 단계가 제일 어렵다고 말했다. 쓰레기를 소모하는 과정에서 환경이나 인간 건강에 영향을 주는 토지나 해양, 공기 등으로 배출하는 것이 아니라 건강하게 썩게 하는 단계다.

혜미씨는 집에서 지렁이를 3개월이나 키우기도 했다. "지렁이를 키우는 건 단순한 실천과는 다르게 조금 까다로워요. 지렁이가 분해하지 못하는 것은 줄 수 없거든요. 대표적으로 단백질이나 생선, 농약이 들어간 것이나 수입 과일 껍질, 염분은 못 줘요. 과일껍질을 주로 분해시켰어요."

환경문제에 경각심을 갖고 행동하는 것을 유별나다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다. 당장 혜미씨의 배우자도 그런 말을 했던 때가 있었다. 처음엔 그런 시선에 위축되기도 하고 상처도 받았지만 응원해주는 사람이 있어서 지금까지 열심히 실천할 수 있었단다.

"쓰레기를 줍다 보면 지나가는 분들의 응원이 너무 힘이 돼요. 차를 타고 가시던 분이 창문을 내리며 너무 수고한다고 격려해 주시기도 하고, 매번 이렇게 나와서 쓰레기를 줍는 것 힘들지 않냐며 칭찬도 많이 해주세요."

"제로웨이스트는 목적 아닌 수단"

더욱 돋보이는 것은 함께 사는 가족의 변화다. 유별나다고 생각했던 배우자도 이젠 나서서 포장할 통을 챙겨준다.

시댁인 진주만 가도 쓰줍인(쓰레기를 줍는 사람들 비영리단체) 모임이 있다. 함께 할 수 있는 사람 세 명 이상만 모이면 쓰줍인 모임을 만들 수 있는데 시댁에 갈 때면 한 번씩 참석한다.

함양에는 쓰줍인 모임이 없지만, 혜미씨와 인스타그램이나 제로웨이스트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사례를 공유하며 같이 실천하고 격려하는 이들이 있다고. 그는 우유에 붙어있는 빨대, 프랜차이즈 빵집 롤케이크에 들어있던 빵칼을 전부 모아 본사에 보냈던 사례를 말하며 "프렌차이즈 빵집의 빵칼은 요청하면 주는 방식으로 바뀌었다. 개인 단위의 실천이 큰 변화를 불러오기도 한다."고 했다.
 
모아둔 패트병 뚜껑
 모아둔 패트병 뚜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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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로웨이스트가 생소한 사람들에게 소개해주고 싶은 실천 방식이 있을까.

"우선 텀블러 사용이요." 다회용 컵을 쓰는 카페면 다행이지만, 일회용 컵을 쓰는 카페도 엄청 많다고 한다. 장사를 하는 입장에서 일회용 컵을 쓸 수 있겠지만 개인이 텀블러 사용을 생활화하면 그 쓰레기마저 줄일 수 있다며 보다 많은 사람들이 텀블러를 사용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다음은 전통시장 이용이다. 혜미씨는 '마트에 진열된 상품은 쓰레기가 될 것으로 포장돼 있는 경우가 많다'면서 전통시장 이용을 추천했다. 장바구니 사용도 강조했다.

"제로웨이스트는 궁극적인 목적이 아니에요. 지구와 환경이 목적이고 제로웨이스트는 수단이죠." 혜미씨는 지구와 환경에 대한 관심을 갖게 되면서 제로웨이스트뿐만 아니라 로컬푸드, 동물권 등 다양한 가치와 연대하게 됐다.

"기후위기로 날씨가 더워져도 지구는 괜찮아요. '우리'가 안 괜찮을 뿐이에요. 우리가 살기 위해서는 우리가 지구를 위해 행동해야 해요."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주간함양에도 실립니다.


태그:#제로웨이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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