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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일 대잠전 훈련에 참여한 전력들이 지난 9월 30일 동해 공해상에서 기동훈련을 하고 있다. 사진 앞쪽부터 미국 원자력 추진 잠수함 아나폴리스함, 미국 원자력 추진 항공모함 로널드 레이건함, 한국 구축함 문무대왕함, 일본 해상자위대 신형 준이지스급 구축함 아사히함, 미국 이지스 구축함 벤폴드함, 미국 유도미사일순양함 챈슬러스빌함. [일본 방위성 제공]
▲ 동해, 한미일 대잠전훈련 한미일 대잠전 훈련에 참여한 전력들이 지난 9월 30일 동해 공해상에서 기동훈련을 하고 있다. 사진 앞쪽부터 미국 원자력 추진 잠수함 아나폴리스함, 미국 원자력 추진 항공모함 로널드 레이건함, 한국 구축함 문무대왕함, 일본 해상자위대 신형 준이지스급 구축함 아사히함, 미국 이지스 구축함 벤폴드함, 미국 유도미사일순양함 챈슬러스빌함. [일본 방위성 제공]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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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본격적인 동북아 외교 전쟁이 시작되고 있다. 미중전략경쟁이 가열되는 상황에서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한 경제위기와 한반도에서의 안보 경쟁까지, 그야말로 위기다. 10월의 중국 제20차 당대회가 시작되고, 미국의 중간선거(11월)가 끝나면 본격적인 외교 전쟁이 시작될 것이다. 이 글에서는 이 절체절명의 상황에서 대한민국의 국가이익은 무엇이며 우리 정부는 그에 적절히 대응하고 있는지 분석해 본다.

'한반도 위기'의 본질은 무엇인가?

한반도 국제정치의 영역에서 '위기'가 일상화되고 있다. 이 위기의 본질은 무엇인가? 먼저, 미중전략경쟁은 한반도에서 긴장을 고조시키고 다자협력을 통한 문제해결을 가로막는 구조적 요인이다. 미국과 중국이 경쟁하는 상황에서 한반도 평화는 늘 위협받아 왔다. 반대로 미중관계의 발전은 한반도에서 대화와 교류의 물꼬를 텄다.

미중전략경쟁은 경제적 차원의 예방 전쟁이라 할 수 있다. 아니, 최근의 모습은 경제문제를 국가안보 문제로 치환하며 경제와 안보의 경계를 무너뜨리고 있다. 미중전략경쟁은 한반도에서 양국의 협력이 절실한 한국의 입지를 약화시킬 수밖에 없다.

두 번째로, 코로나19 팬데믹과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경제위기는 세계화, 즉 국가 간 자유무역을 위축시키고 자국 우선주의(보호무역)를 호출하고 있다. 일례로 동맹국인 미국마저도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을 통해 우리 자동차 수출에 큰 타격을 줄 전망이다.

여기에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에너지와 곡물 가격 상승을 가져와 인플레이션을 부채질하고 있으며 이에 대응한 미국의 금리 인상은 강(强)달러를 유발하며 전세계적 경기침체가 눈앞에 다가왔다. GDP에서 대외무역 비중이 매우 높고 에너지자원의 대외 의존도가 높은 한국에게 현재와 같은 상황은 분명 위기이다.

세 번째로, 한반도에서 안보 경쟁이 가중되고 있다. 반대로 평화 정착을 위한 대화는 중단된 지 오래다. 북한의 무력도발은 이전에 없었던 규모로 증가하고 있으며 한미동맹 또한 이에 대응한 군사적 대응을 마다하지 않고 있다.

미중 간의 안보 경쟁이 한반도에 악영향을 미치는 상황에서, 일본은 전쟁이 가능한 '정상국가'로의 변화를 꾀하며 또 다른 차원의 안보 경쟁을 불러오고 있다. 1993년의 제1차 북핵 위기, 2015년 북미 간 조성됐던 무력 충돌의 험악한 분위기가 또다시 한반도를 감싸고 있다.

대한민국의 국익은 '평화'와 '경제'다

지금의 위기는 미중전략경쟁의 중심에 놓인 한반도의 지정학적 리스크가 고조된 상황에서, 안보와 경제위기가 중첩된 그야말로 복합적 위기이다. 이제 우리의 선택을 논의해 보자. 먼저 우리의 선택은 국가의 이익, 즉 국익에 기반해야 한다. 그렇다면 대한민국의 국익은 무엇인가?

대한민국의 국익은 이전에도 그랬고, 앞으로도 그렇듯이 '평화'와 '경제'이다. 미중 양강이 경쟁하는 한반도에서 평화를 정착시키고 경제를 활성화시키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할까? 필자는 다자협력을 통한 평화, 다자협력을 통한 경제발전이 대안이라 생각한다.

첫 번째로, 한반도에서 다시 평화 프로세스를 가동해야 한다. 필자는 한반도 평화 정착을 위해 한반도를 평화지대로 선언하고 미국과 중국의 지지를 얻어내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이를 위해 북한의 핵실험 등 무력도발과 한미연합훈련을 함께 동결할 필요가 있다('위험천만 한반도... 이 땅에는 '동결'이 필요하다', http://omn.kr/20ylt). 이를 통해 미-중을 축으로 한반도 평화협력체계를 복원해야 한다.

두 번째로, 한반도 평화만큼이나 세계적인 경제위기에 대응해야 한다. 경제위기 또한 다자협력을 통한 공간 창출로부터 시작돼야 한다. 작금의 경제위기는 세계화를 후퇴시킨 반면, 각 대륙은 역내 경제협력을 통해 공동으로 대응하고 있다. 우리나라 또한 동아시아를 중심으로 다자협력을 통한 위기 극복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한중일뿐만 아니라 한-아세안, 한-인도 간 경제협력을 통해 위기를 함께 이겨내야 한다.

다자협력의 공간에서 민간의 역할 강화해야

한반도에서 평화와 경제를 지켜내기 위한 우리 정부의 대응은 어떠한가? 안타깝게도 필자의 대답은 부정적이다. 정부는 평화와 경제, 어느 것에서도 제대로 된 국가전략과 그에 따른 일관된 행동, 그리고 성과를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정부는 한반도 다자협력에서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중국을 놓치고 있으며 북한과의 군사경쟁 속에 출구를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

지금 우리 앞에 다가온 위기는 이전에 없었던 강력한 것이다. 그러나 위기의 반대면은 기회이다. 어느 때 보다 우리 정부의 외교가 중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위기를 기회로 만들기 위해서는 한반도에서 제로섬(zero-sum) 게임이 아니라 윈윈(win-win) 게임의 규범을 정착시켜야 한다. 한국은 평화와 경제협력의 가치를 중심으로 한반도에서 우리의 국익에 부합하는 다자협력 공간을 만들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국가의 이익, 대한민국의 이익은 정치의 이익이 아니다. 국익은 대한민국 국민의 이익이어야 한다. 국가적 위기 상황에서 우리 시민사회는 스스로의 평화와 민생을 지켜내야 한다. 그 어느 때보다 동아시아의 시민사회가 함께 이 위기를 이겨내기 위해 소통하고 협력해야 할 때이다.

태그:#미중전략경쟁, #다자협력, #한반도, #평화, #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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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강대학교 사회과학연구소 정일영 연구교수입니다. 저의 관심분야는 북한 사회통제체제, 남북관계 제도화, 한반도 평화체제 등입니다. 주요 저서로는 [한반도 오디세이], [북한 사회통제체제의 기원], [평양학개론], [한반도 스케치北], [속삭이다, 평화] 등이 있습니다. E-mail: 4025102@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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