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05.03 04:49최종 업데이트 23.05.03 04: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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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는 문재인 정부 국정운영 참여자들의 모임인 <포럼 사의재>와 함께 윤석열 정부 출범 1년을 맞아 정치, 경제, 사회, 외교안보 전 영역에서 윤석열 정부를 집중진단하고, 대한민국이 나아가야 할 길을 제시하고자 공동기획을 마련했습니다. 총 열 세 편의 글을 게재할 예정입니다. 이 글은 그 두 번째로 권력기관 개혁(상)입니다. [편집자말]

서초동 서울중앙지검 입구. ⓒ 권우성

 
윤석열 정부의 지난 1년 검찰, 경찰, 국정원, 국세청, 감사원, 방첩사령부(구 군사안보지원사령부) 등 권력기관에 대한 정책과 운용을 한마디로 하면 '서열정리'라고 표현할 수 있겠다. 

검찰은 이제 권력기관에서 '기관'의 꼬리표를 떼고 아예 '권력' 그 자체가 되었다. 태양 주위를 돌던 같은 행성 중 하나였다가 이제는 태양이 되어버렸다고나 할까? 권력기관 상호간에 보이지 않는 견제와 갈등, 긴장은 사라졌다. '원톱' 검찰 권력 아래 다른 권력'기관'들은 검찰 직접 수사의 전 단계 기관으로 확실히 서열정리가 되었다.


국정의 거의 모든 분야가 그렇지만 윤석열 정부의 권력기관에 대한 지난 1년간의 운용은 처참하다고 표현하는 것이 모자랄 지경이다. 먼저 원톱이 된 검찰부터 살펴보자.

권력 그 자체이자 정치집단이 된 검찰

1987년 체제 이후 검찰은 때로는 정치 권력을 물어뜯고, 때로는 정치 권력의 통제 밖에 있기는 하였지만, 그런 때조차 정치 권력의 하위 파트너였을뿐이다. 그런데 이 정부 하에서 검찰은 권력 그 자체가 되었다. 윤석열 대통령이 전직 검사였다는 점도 검찰권력화의 중요한 논거다. 그러나 대통령의 전직만으로 그 전직이 권력이 되지 않는다. 검찰 권력의 징표는 다른 곳에서 찾아야 한다.

권력은 ①시스템과 ②사람으로 이뤄진다. 우선 ①시스템을 보자. 권력이 된 검찰의 위상을 시스템에서 보여준 확실한 징표가 민정수석실 폐지와 인사검증단 법무부 설치다. 인사는 추천과 검증으로 이뤄진다. 검증은 사실상 검찰과 한 몸인 법무부에 맡기고, 추천 업무도 검사 출신이 한다. 이 점이 전체 공직 사회에 주는 메시지는 간명하다. "검찰이 이 정권의 주인이다."

민정수석실 폐지도 같은 맥락이다. 보수 정부에서 민정수석실은 권력의 보위부 역할을 했다. 민정수석실을 폐지하고 그 핵심 기능인 인사검증을 법무부에 둔다는 것은 한동훈으로 상징되는 검찰이 권력의 보위부가 됐다는 의미다.

권력 그 자체가 되자, 사라져버린 조직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2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체포동의 요청 이유를 설명하고 있다. ⓒ 남소연

 
다음 ②사람을 보자. 사람의 측면에서 권력이 된 검찰을 상징하는 것은 두 가지다.

첫째는 행정부 요직에 진출한 검찰 출신들의 질적, 양적 면모다. 대통령실 인사기획관(복두규)과 인사비서관(이원모)의 배치는 인사검증단 법무부 설치와 함께 전체 공직 사회를 경악하게 하였다. 대통령실의 경우 최고 요직인 총무비서관(윤재순), 부속실장(강의구), 공직기강비서관(이시원, 이 사람은 유우성 간첩증거조작 사건 담당 검사였다!), 법률비서관(주진우)에 검찰 출신이 포진했다.

금감원장에 검사 출신(이복현)을 보내 경제계와 은행·금융가의 입을 떡 벌어지게 했고, 법제처장(이완규), 국가보훈처장(박민식), 국무총리비서실장(박성근), 국정원 기조실장(조상준, 김남우), 서울대병원 감사(박경오) 등의 직위에 검찰 출신을 배치했다.

비록 아들 학폭 논란으로 낙마하긴 했지만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장에 전직 검사(정순신)를 임명한 것은 경찰에게는 깊은 모욕감을, 국민에게는 황당함을 안겨 주었다. 오는 9월 임기가 종료하는 대법원장 후임에 검사 출신이 임명될 것이라는 예측까지 나온다. 

둘째는, 한동훈과 이원석이다. 사람들은 한동훈이 검찰총장 같다고 수군댄다. 검찰의 수사와 기소 소식이 연일 헤드라인을 장식한 지난 1년간 대외적으로 검찰을 대변한 사람은 이원석이 아닌 한동훈이었다. 예전에도 법무부 장관이 국회에서 검찰권 행사로 의원들과 공방을 벌였다. 그때 언론은 법무부 장관의 국회 답변보다 서초동 대검청사의 대검 대변인의 한마디에 더 주목했다. 검찰이 '권력'과 불화하는 '기관'일 때는 더욱 그랬다.

그런데 이전보다 검찰 수사가 언론 1면에 등장하는 빈도가 더욱 잦은 윤석열 정부에서 누구도 검찰 수장의 입을 쳐다보지 않는다. 야당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 보고시 법무부 장관으로서 한동훈이 보이는 피의사실에 대한 세밀한 묘사는 정무직 장관의 모습이 아니다. 검찰총장도 모자라 그냥 수사검사같은 모습이다.

여기에 두 가지 더 유의해서 볼 사실이 있다. 첫째, 지금 대검찰청 차장이 공석이라는 사실이다. 검찰이 '기관'일 때 대검 차장은 검찰총장의 충직한 병풍역이었다. 그런 차장이 공석이라는 점은 지금 검찰이 한동훈 법무부장관–이원석 검찰총장 체제로 작동되고 있음을 강력하게 시사한다.

둘째, 법무부와 검찰의 주요 직위가 대부분 윤석열 사단으로 채워져 있다는 사실이다. 법무부와 검찰의 주요 직위에 포진한 윤석열 사단은 이원석 총장과 대검찰청의 위상을 더욱 초라하게 한다. 법무차관 이노공, 검찰국장 신자용, 기조실장 권순정, 서울중앙지검장 송경호, 서울남부지검장 양석조, 대검 반부패부장 신봉수, 대검 공공수사부장 김유철 등 주요 직위자가 윤석열 사단에 속한다.

이들 모두가 대통령의 머릿속과 주파수를 같이하는 사람들이라고 볼 수 있는데, 조직 수장인 이원석 총장의 지휘·감독이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검찰이 권력 그 자체가 되자, 조직으로서의 검찰은 사라져버리는 역설적 상황이 생긴 것이다. 윤석열 정부의 검찰에게 정치적 중립성을 담보할 조직 자체의 독자성이 산산조각났다는 반증이다.

정치행위 그 자체가 되어버린 검찰의 수사와 기소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 ⓒ 권우성

 
이렇게 보면, 검찰은 이제 행정부의 일원인 '기관'이 아닌 '정치집단'이 되었다고 하여도 무방하다. 정무직 법무부 장관 한동훈은 대정부질문이든, 상임위든 국회의원의 질문에 대하여 늘상 반문과 논점이동식 답변을 구사한다. 질의하는 의원과 민주당을 오히려 질타한다.

이는 웬만한 여당의 정치인들도 하지 않는 정치행위다. 역대 어떤 법무부 장관, 심지어 현직 의원 신분의 법무부 장관도 그러지 않았다. 그들이 특별히 국회와 야당을 존중하는 예의 바른 사람들이어서가 아니라, 국회의 행정부 견제가 헌법 질서이고, 국회의 질문이 국민의 질문이라는 공감대가 있었기 때문이다.

검찰의 수사가 오로지 문재인 정부 인사들과 이재명 대표를 포함한 민주당에만 집중되는데 반해 대선 때부터 의혹이 제기된 김건희 여사 및 대통령의 장모 최은순씨에 대하여는 철저히 침묵한다. 국민 다수가 검찰권 행사가 공정한가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그럼에도 대통령은 야당과 야당 대표를 범죄시하는 언사를 굳이 감추지 않는다.

또 법무부 장관은 늘상 국회에서 민주당과 격한 대립을 피하기는커녕 오히려 즐긴다. 이재명 대표는 언론보도를 인용하여 자신 관련 압수수색 횟수만 275번이라고 말했다. (관련기사 : 이재명 "압수수색 275번... 국가권력으로 장난하면 깡패지, 대통령이겠나" https://omn.kr/22txn) 이런 광포한 수사가 대통령의 언사와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검찰의 수사와 기소는 지금 정치행위 그 자체다.

'검찰에 의한, 검찰을 위한, 검찰의 나라'... 그러나
 

한동훈 반부패강력부장이 2019년 10월 17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법사위 국정감사장에서 일어서서 인사를 하고 있다. 윤석열 사단으로 불렸던 당시 김남일 차장검사(가운데), 조상준 형사부장(윤석열 정부 국정원 기획조정실장 역임), 엄희준 수사지휘과장(한동훈 오른쪽)의 모습이 보인다. ⓒ 이희훈

 
윤석열 정부 1년의 국정 운영을 한마디로 표현하면 '검찰에 의한, 검찰을 위한, 검찰의 나라'였다. 첫 1년이 이럴진대, 정권의 국정 장악력이 약화될 국정 중후반기는 더더욱 검찰에 의지하고, 검찰 출신이 요직에 중용되는 양상이 심화될 것이다. 그리고 정치적 수사는 더욱 극성을 부릴 것이다.

관전 포인트는, 단언컨대, 국민의 민심이다. 권력이 된 검찰의 행태, 그리고 그 검찰의 수사와 기소를 주요 국정 수단으로 하는 윤석열 정부의 국정운영을 국민들이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에 따라 짧게는 국정지지도가 출렁일 것이고, 1년 후 총선 결과도 좌우될 것이다.

이제 1년이 지난 시점에서 국민들은, 검찰은 검찰의 일을 하고, 정부는 정부의 일을 하기를 바란다. 검찰은 여든, 야든, 전임 정부든, 현 대통령의 부인이든, 장모든 공정하게 수사하고, 대통령과 정부는 야당과 지혜를 모아 민생과 경제위기, 남북관계 및 안보위기 등 중첩적 위기를 극복하는데 집중하라는 것이다.

국민을 이기는 권력은 없다. 권력이 된 검찰 역시 이 평범한 명제를 유념해야 한다. 검찰이 지금 할 일은 권력과 절연하여 다시 '기관'이 되는 것이다. 검찰권 행사가 내용적으로든 절차적으로든 공정하게 행사되도록 하여야 한다. 그러자면 대검과 총장의 리더십을 복원하여야 한다. 윤 대통령은 검찰의 수사가 정치적 오해를 불러일으키지 않도록 검찰의 중립을 철저히 보장해 주어야 한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 역시 본인이 더는 검사가 아닌 정무직 행정부 공무원임을 깨달아야 한다.

여기까지 적고 보니 실현 가능한지 매우 의문이 든다. 다만, 이를 이행하지 못할 때 남는 것은 국민의 쓰나미같은 분노일 것이고, 권력과 한 몸이 된 검찰도 권력과 함께 쓸려 가 흔적조차 남지 않게 될 것이라는 점만은 분명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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