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05.16 09:30최종 업데이트 24.05.21 0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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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는 문재인 정부 국정운영 참여자들의 모임인 <포럼 사의재>와 함께 작년에 이어 올해에도 윤석열 정부 2년을 집중 진단합니다. 윤정부 2년의 역사적 퇴행을 바로잡고 정책을 복원하며, 대한민국이 나아가야 할 길을 제시하고자 공동기획을 마련했습니다. 총 열 편의 글을 게재할 예정이며, 이 글은 그 일곱 번째로 '외교안보 퇴행'입니다.[편집자말]
중동과 우크라이나에서 벌어지고 있는 군사적인 충돌 때문에 현재 지구촌에서는 두 개의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전쟁터가 된 우크라이나나 가자지구는 생지옥이나 다름없다.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전세계는 심각한 경제적 타격을 입었고 가자전쟁의 참상을 목격한 미국 대학생들은 전쟁반대 시위를 벌이고 있다.

한반도 정세는 남북 사이에서 언제 충돌이 일어나더라도 전혀 이상하지 않을 정도로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남북 사이에서 충돌이 일어난다면 그것이 작은 충돌이라도 대한민국 국가 브랜드를 크게 훼손시킨다. 큰 충돌이라면 가자지구처럼 생지옥이 될 것이다. 이것이 '코리아 리스크'이다.


동북아 정세도 냉전시기 진영대결구도와 유사한 상황이 만들어지고 있다. 한미일 세 나라가 새로운 형태로 진화한 군사 신동맹을 맺고, 북한과 러시아는 이에 맞서고 있다. 중국도 미국과 대결, 경쟁하면서 북-러와 삼각협력을 강화해가고 있다.

탈냉전시대에는 미국과 중국이 협력하면서 동북아 정세가 한반도에서 군사적 충돌을 억제하는 역할을 하기도 했다. 남북미중이라는 4개 국가가 한반도 문제를 다루는 4자회담을 개최하기도 했고, 북한 핵문제를 다루기 위해 남북미중 4개국과 일본과 러시아가 참여하는 6자회담도 열렸다. 이런 구조가 한반도에서 긴장을 완화시키는 효과를 가져왔던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동북아 정세와 남북한의 대결구도가 맞물리면서 오히여 군사적 긴장을 상승시키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2023년 8월 23일 한미연합사 전시지휘소(CP TANGO)를 방문해 '23년 을지 자유의 방패(UFS, Ulchi Freedom Shield) 연습상황을 점검하며 폴 러캐머라 한미연합사령관과 작전 본부로 이동하고 있다. ⓒ 대통령실 제공

 
중동이나 우크라이나의 전쟁상황을 보면서도 윤석열 정부는 전쟁의 비극을 막으려는 노력을 소홀히 하고 있다. 오로지 '힘만 쓰는 평화'에 매진할 뿐이다. 현재 한국의 국가역량 정도라면 동북아시아에서 진영대결 구도의 완충역할을 할 수 있음에도, 윤 정부는 이런 노력보단 진영대결을 가속화시키는 역할을 해왔다.

윤석열 정부의 외교안보 정책에는 국익이 보이지 않는다. 국익이 무엇인지, 국가의 안전과 발전이 무엇인지, 국민의 삶을 어떻게 풍요롭게 할 것인지에 대한 전략이 없다. 오로지 잘못 설정한 목표를 향해서 눈가리개를 한 경주마처럼 달릴 뿐이다.

'자유'를 위한 탈중국, 친일본 선언

윤 정부의 외교안보 국정목표는 '자유·평화·번영에 기여하는 글로벌 중추국가'이다. 이에 따른 3대과제로 ▲남북관계를 정상화하고, 평화의 한반도를 만들 것 ▲자유민주주의 가치를 지키고, 지구촌 번영에 기여할 것 ▲과학기술 강군을 육성하고, 영웅을 영원히 기억할 것 등을 설정했다.

세 가지 외교안보 목표를 내세웠지만, 이상하게도 오로지 '자유'만 강조되는 모양새다. 정부가 내세운 '자유'는 본질적으로 배제와 대결의 다른 표현이다. 자유를 자신들이 추구하는 가치로만 생각하고 자신들의 가치에 동의하지 않을 경우에는 배제하겠다는 것에 다름아니다. 그 배제의 결과가 야기하는 대결은 당당한 정책의 결과라며 자기최면을 걸었다.

냉전의 진영구도가 붕괴된 이후 역대 대한민국 정부는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국익을 추구하는 균형외교를 위해 노력해왔다. 노태우 정부가 탈냉전의 흐름 속에서 한중 수교를 한 것을 대표적으로 꼽을 수 있다. 부족하기는 했지만 박근혜 대통령 역시 역시 천안문 광장에 올라서기도 했다. 모두가 국익을 우선했기 때문이다. 김대중 -노무현-문재인으로 이어진 민주정부 3기는 진영을 뛰어넘어서 국제무대에서 대한민국의 국익실현을 위해 앞장섰다. 그 결과 우리는 경제번영과 국격상승이라는 두마리 토끼를 잡았다. 
 

윤석열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2023년 11월 16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최고경영자 서밋 인도태평양경제프레임워크(IPEF) 리더스 행사에서 악수를 나누고 있다. ⓒ 로이터=연합뉴스

 
윤석열 정부는 출범하자마자 사실상 '탈중국', '친일본'을 선언했다. 자유와 당당함으로 포장한 배제와 대결의 대외정책이다. 윤 정부는 탈중국의 최선봉에 선 것을 당당한 외교로 착각하는 듯했는데, 이는 외교에 대한 무지의 결과이다. 외교는 흑과 백을 선택하는 이분법이 아니다. 흑과 백 사이에서 전략적인 공간을 넓히고, 그 공간에서 국익을 실현하는 유능한 행위가 외교이다. 탈중국 선언은 대한민국의 전략적 공간을 좁혔다. 그 결과는 우리의 경제영토 축소였고, 남북대결을 완충할 세력을 잃는 것이었다.

반면 친일본 선언은 주제넘는 자비였다. 일본은 아베 전 총리시절부터 노골적으로 과거 대동아공영권을 꿈꾸었던 군국주의 세력들의 노선을 추종하는 정책을 펼쳐왔다. 일본은 그것을 전범국가가 아닌 보통국가라는 말로 포장했다. 실상은 과거사를 반성하지 않고 전쟁 가능한 국가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이승만 대통령부터 한국의 역대 정부는 일본 우익세력의 팽창을 막는 안전핀으로서 역할을 했다. 심지어 전두환조차도 국민들에 뜻에 밀려서 일본의 팽창정책을 드러내놓고 지지하기가 힘들었을 정도였다. 

윤 정부는 친일본 정책을 펼치기 위해서 '김대중 오부치 선언'조차도 왜곡했다. 김대중 오부치 선언의 핵심은 일본의 과거사 반성 위해서 한일 양국이 미래지향적으로 나간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국민들은 일본과 교류협력을 활발하게 하면서도 과거사에 대한 사과를 요구하는 목소리를 숨기지 않는다.

하지만 현 정부는 일본의 식민지 강점에 따른 한일 과거사를 걸림돌로 여기고 있다. 이는 우리 영토에 대한 침략 야욕을 버리지 않고 있는 일본에게 날개를 달아준 격이다. 그렇다고 한국을 대하는 일본의 태도가 달라진 것도 아니다. 일본은 왜곡 교과서 발표나 야스쿠니 참배, 독도 망언을 거리낌 없이 강행했다. 이번에 발생한 라인사태 역사 마찬가지이다. 

영국의 외교관인 파머스턴은 "국제정치에는 영원한 우방도 없고, 영원한 적도 없다. 오로지 우리의 이익만이 있을 뿐이다"라고 말했다. 여기서 중요한 건 우방과 적이 언제든지 바뀔 수 있다는 것이 아니라 국익이 중요하다는 점이다. '영원한 우방도, 영원한 적도 없다'는 말을 실감할 수 있는 사례는 흔하다. 그래서 국제 정치는 냉혹하다.

꽉 막힌 남북 사이의 대화

남북관계는 어떨까. 윤 정부는 '자유·평화·번영에 기여하는 글로벌 중추국가'란 목표 실현을 위해 '남북관계를 정상화하고, 평화의 한반도를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애초부터 '남북관계의 정상화'라는 목표 설정 자체가 잘못된 것이었다. 국내 정파적 대결구도에 남북관계를 종속시키겠다는 의미기 때문이다. '평화의 한반도'를 만들 능력도 없었다. 2년 지난 결과는 살얼음판이다. 한걸음 한걸음 내디딜 때마다 군사충돌이 일어날까 걱정이니, 가자전쟁이나 우크라이나 전쟁이 남의 일같지가 않다. 

지금 남북 사이의 대화는 꽉 막혀 있다. 북한은 핵과 미사일을 비롯하여 군사능력을 나날이 강화해가고 있다. 북한의 무모한 군사력 강화에 대해 윤석열 정부의 대응은 무기력 그 자체이다.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남북관계를 낙관할 수 없는 상황이었던 것은 분명하다. 아무리 상황이 그렇더라도 정부의 역할은 유능한 외교를 바탕으로 국제정세가 한반도 상황을 격화시키지 않게 만드는 것이다. 이를 바탕으로 남북 사이의 교류협력을 추진할 수는 없다고 하더라도 긴장완화와 신뢰구축에 대한 노력을 통해서 국민의 불안감을 해소해야 한다.

윤석열 정부가 배재와 대결의 외교를 펼치는 틈을 이용해서 북한 김정은 위원장은 남북관계를 '교전 중인 두개의 적대국가'로 선포했다. 김정은은 윤석열 정부의 배재와 대결의 정책을 군사력 강화의 내외적 명분으로 활용했다. 대외적으로는 중국, 러시아와 협력을 이끌어내고, 대내적으로는 체제안정을 위한 내부 단속을 강화하였다.

김정은이 남북관계를 '교전 중인 두개의 적대국가'로 선포한 것은 대한민국 헌법이 밝히고 있는 '평화적 통일 추구'와 정면으로 충돌하는 것이다. 대한민국 헌법정신을 존중하는 국민들은 김정은의 무모한 정책전환을 비판하지만, 남북관계를 살음판으로 만드는 윤석열 정부도 비판하지 않을 수 없는 이유이다.

더구나 윤석열 정부가 한반도의 안전장치인 9.19 남북군사합의를 먼저 무력화시킨 것은 역대정부가 추진해온 기조에서 벗어난 돌출행위였다. 설사 보수정부라고 하더라도 역대정부는 우리가 먼저 대화를 거부하거나 합의를 깨지 않는다는, 헌법정신에 충실한 기조를 유지하려고 노력해왔다. 9.19 군사합의 파기는 한반도를 살얼음판으로 만들었고, 김정은은 이 틈을 활용하고 있는 것이다.

한반도 평화 위한 역대정부의 노력 계승해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3월 7일 인민군 대연합부대들의 포사격 훈련을 지도했다고 조선중앙TV가 8일 보도했다. ⓒ 연합뉴스=조선중앙TV

  
한반도 평화 유지를 위한 역대정부의 노력은 오늘날 대한민국의 국가브랜드를 만드는 결정적인 역할을 해왔다. 또 한반도에서 평화를 유지할 수 있었던 것은 남북의 대화와 협력이 바탕에 있었기 때문이다. 

1998년 김대중 대통령이 북한의 김정일 위원장과 6.15 남북공동선언을 하였고, 노무현 대통령은 2007년 10.4 남북공동선언을 하였다. 두 대통령이 이렇게 한반도 평화의 설계도를 그릴 수 있었던 것은 역대정권이 추구해온 평화와 협력의 대북정책을 계승했기 때문이다. 박정희 대통령은 7.4 남북공동성명을 통해서 자주 평화 민족대단결의 3원칙을 정립하였다. 노태우 대통령은 북한과 대화를 통해서 남북기본합의서를 채택했다. 김영삼 대통령은 지금까지 우리의 통일방안으로 유지해온 민족공동체통일방안을 마련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4.27 판문점 선언과 9.19 남북군사합의를 체결했다. 

김대중 대통령은 평화와 교류협력을 위해서는 튼튼한 국방이 바탕이 되어야 한다고 했다. 노무현 대통령은 2007년 10.4 남북공동선언 1주년 특별연설에서 "우선 스스로를 지킬 힘을 갖추고,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하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노무현 정부 때는 국방비가 연평균 8.4% 증가했다. 이후 이명박 정부 때는 국방 예산 증가율이 6%대로 떨어지고, 박근혜 정부에서는 4%대로 떨어졌다. 문재인정부 때 7.5%로 회복하였다.

우리를 지킬 힘을 갖추기 위한 노력이 평화지키기(Peace Keeping)이다. 대화와 협력은 평화만들기(Peace Making)이다. 평화만들기를 외면하고 '힘만 쓰는 평화'를 강조할 경우에는 도리어 안보가 불안해지고 평화가 위협받는 역설적인 상황이 만들어진다. 평화지키기와 평화만들기를 동시에 구사해야 안보가 튼튼해진다. 평화만들기를 외면했을 때는 군사적 긴장이 고조되어 안보가 불안해진다. 안보가 불안해지면 전세계인들은 코리아 리스크를 실감하게 되어 결과적으로 대한민국에 대한 국가 브랜드 가치가 떨어진다.

군사적 긴장완화와 신뢰구축 노력이 먼저다

애석하게도 윤석열 정부의 대북정책은 이같은 역대정부의 노력에서 벗어나고 있다. 현 정부는 위기 관리 역량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고, 위기를 고조시키는 김정은의 정책에 대해 우려하는 국민을 안심시키지 못하고 있다. 또 남북 충돌을 방지하기 위한 노력도 보이지 않는다. 

국민은 4.10 총선에서 윤 정부의 무능한 위기관리에 대해 심판했다. 지금 한반도 정세를 살펴볼 때 남북 사이에 당장에 대화와 협력이 이뤄질 가능성은 크지 않다. 오히려 자칫 충돌이 일어날 수도 있는 상황만 유지되고 있다.

지금 대한민국에 당면한 과제는 군사적 긴장완화, 남북충돌 방지이다. 윤석열 정부는 결자해지 차원에서 9.19 군사합의의 효력을 정상화하기 위한 노력부터 해야한다. 9.19 군사합의를 지키자는 것을 먼저 제안하지 못하겠다면, 긴장완화를 위한 조치라도 선포해야한다. 자연스럽게 9.19군사합의를 지키는 상황을 만들어내는 지혜를 보여야 한다.

또한 정세와 무관하게 한반도에서 항구적인 평화체제를 구축하기 위한 노력을 계속해야 한다. 궁극적으로 비핵화와 평화협정이 필요하지만, 지금 당장에는 군사적인 긴장완화와 신뢰구축을 위한 노력부터해야 한다. 한반도 평화를 위한 기초인 튼튼한 국방은 대화와 협력을 병행할 때 우리의 안보를 더욱 강하게 만들어준다. 기대난망이지만, 그래도 한반도 평화라는 대의를 위해서 윤석열 정부에게 이같은 융복합적인 안보전략 구사를 촉구한다.
덧붙이는 글 글쓴이는 전 통일정책비서관, 사의재 통일팀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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