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호 가득했던 홍콩거리, 방패 두들기며 달려온 진압경찰이 순식간에 장악

"경찰에게 '우리와 함께 싸우자, 행동하자'고 전하려는 겁니다. 지금 저희는 홍콩의 자유를 위해 싸우고 있습니다. 경찰들은 우리와 같은 홍콩 시민입니다. 우리를 막거나, 우리를 폭행해서는 안 됩니다. 그들도 우리와 함께 목소리를 내야 합니다. 그래서 소리치는 겁니다."

17일 오후 7시 30분께, 홍콩의 번화가 조던 역 인근에서 진압봉과 방패를 든 경찰이 등장했다. 무장한 경찰 병력이 도로를 점거하며 시위대를 위협하자 양쪽 인도에서 "행동하라(tried)"는 구호가 터져 나왔다. 시위대의 것이 아니었다. 수백 명의 일반 시민들이 가던 길을 멈추고선 경찰들을 향해 함께 외치기 시작한 것이다.
현장에 있던 시민 Lang(32, 여)씨는 해당 구호에 대해 위와 같이 설명했다. 이어 그는 경찰에 대한 비판도 덧댔다.

"경찰은 시민을 위해 싸워야 하는데, 도리어 우리들보고 '법을 어기고 있다'며 제재만 합니다. 지금도 마찬가집니다. 진짜 법을 어기고 있는 건 누군가요? 시민에게 무차별 폭행을 가했던 경찰은, 법을 지키고 있나요? 우리 홍콩 시민들은 더 이상 참을 수 없습니다."

Lang씨가 언급한 '지금'이란 이날 오후 6시, 검은 옷으로 둘러싼 수백 명의 시위대가 몽콕 경찰서 주변을 둘러싸고 약 2시간 동안 경찰과 대치한 것을 뜻한다. 하지만 경찰서 앞으로 수많은 인파가 집결했던 이 상황은 경찰에 신고 되지 않았던 '무허가 집회'였다. 왜 이 많은 인파는 경찰서 앞에서 집결한 걸까. 이들이 경찰서로 향할 수밖에 없던 이유는 무엇일까?

홍콩 촬영 이희훈, 강연주 기자 / 편집 권우성 기자

ⓒ권우성 | 2019.08.18 1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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