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온 '낙태 선박' 의사 "누구나 임신중지 가능해야"

여성의 '낙태권' 주장하는 네덜란드 의사 레베카 곰퍼츠 방한

등록 2018.07.05 18:08수정 2018.07.05 1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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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 오전 서울 마포구 한국성폭력상담소 이안젤라홀에서 열린 레베카 곰퍼츠의 기자간담회가 열렸다. ⓒ 박정훈


"'임신중지'는 한국에서 합법화되어야 한다. 여성들은 불법적인 행위를 했다는 것을 발각당하는 것에 대한 불안함 없이 안전하고 존엄한 임신중지를 할 수 있는 권리가 있기 때문이다. 임신중지는 모든 여성들에게 접근 가능하고 무료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네덜란드의 산부인과 의사이자 전 세계 여성들의 안전한 임신중지를 위한 단체인 위민 온 웨이브(Women on Waves)/위민 온 웹(Women on Web) 대표로 활동하고 있는 레베카 곰퍼츠(52)가 방한했다.

곰퍼츠는 낙태가 금지된 나라에 배를 타고 찾아가, 여성들을 태우고 공해상에서 약물을 이용한 임신중절 시술을 하는 행동 등으로 주목을 받은 '재생산권 활동가'다. 최근에도 '위민 온 웹'을 통해서 임신중절을 위한 약물(자연유산 유도약)인 미페프리스톤과 미소프리스톨을 전세계 여성들에게 보내주는 데 주력하고 있다.

'모두를 위한 낙태죄 폐지공동행동' 등 시민단체는 7월 첫째 주를 '낙태죄 폐지 집중 행동 주간'으로 정하고 곰퍼츠를 초대했다. 연구공동체 '건강과 대안'의 이상윤 연구위원은 "곰퍼츠의 '직접 행동주의'와 '불법을 두려워하지 않는 태도'는 방법론적인 측면에서 국제 재생산권 운동 내에서도 많은 논란이 있었다"며 "그럼에도 이 자리에 부른 이유는 무엇이 불법이고 무엇이 합법인지, 인권적 측면에서 합법과 불법을 나누는 것은 정당한지 근본적인 문제 제기를 하고 격렬한 토론을 이끌기 위함이다"라고 전했다.

5일 오전 서울 마포구 한국성폭력상담소 이안젤라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곰퍼츠는 모두 발언과 질의응답을 통해 '임신중절의 합법화'를 주장하고, 여성들이 '약물에 의한 안전한 인공유산'을 선택할 수 있어야 한다고 밝혔다.

곰퍼츠는 "전 세계에서 해마다 5600만 명이 임신중지를 하며, 전체 임신의 25%는 임신중지로 끝난다"며 "상당수 국가에서 임신중지는 합법화됐다. 네팔, 포르투갈, 룩셈부르크, 모잠비크, 우루과이도 포함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임신중지가 불법인지 합법인지에 상관없이 임신중지를 행하는 비율은 크게 차이나지 않는다. 오히려 임신중지가 불법인 국가에서 임시중지를 행하는 비율이 높을 수 있는데, 그것은 제대로 된 성교육이 제공되지 않고 피임약의 접근성이 떨어지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곰퍼츠는 한국에서 임신중지가 불법이라는 점을 지적하며 "그것은 한국 여성들에 대한 '부정의'를 만든다. 불법적이고 탈법적인 서비스는 굉장히 비싸다. 재정적인 능력이 있는 여성들만이 합법적인 국가로 여행해서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또한 '낙태죄'가 유엔인권헌장 25조('모든 사람은 먹을거리, 입을 옷, 주택, 의료, 사회서비스 등을 포함해 가족의 건강과 행복에 적합한 생활수준을 누릴 권리가 있다')를 위반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임신중지에 필요한 약물에 접근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위민 온 웹' 활동을 설명한 뒤, "임신중지 약물은 WHO에서 '필수 약물'로 지정되어있다. 수십만 명의 여성들이 임신중지를 위해 활용하고 있고, WHO 연구에 따르면 약물을 통한 임신중지는 집에서 안전하게 할 수 있다. 실제로 위험부담이 임신중절수술에 비해 적다"고 밝혔다.

곰퍼츠는 "한국에서도 약 2500명의 여성이 '위민 온 웹'을 통해 임신중지 약물을 받았다. 하지만 웹사이트에 접속하지 못하는 여성들이 있기 때문에 임신중지는 한국에서 합법화되어야 한다"며 "가난한 여성들, 폭력적인 관계에 있는 여성들, 임신중지를 위해서 다른 국가로 이동할 수 없는 여성들을 포함해 모든 여성이 임신중지가 가능해야 한다"라고 밝혔다.

임신중지 방법으로 보편화된 인공임신중절수술에 대해선 "의사들이 그 방법을 더 선호한다. 더 많은 통제력을 가질 수 있기 때문"이라며 "여성에게는 약물을 사용한 임신중지가 더 낫다. 출혈이 많은 월경을 하는 것과 유사하다. 다만 수술보다 좀 더 오랜 시간이 걸린다"고 강조했다.

이어 "국가에 따라 다르지만 임신 9주~10주까지는 약물을 통한 임신중지 방법이 이용되고, 그 이후부터는 의료적인 감독이 필요하다"며 "의사는 수술과 약물, 두 가지의 임신중지 옵션을 여성에게 제공해야 한다"고 전했다.

곰퍼츠는 이날 오후 국회에서 열리는 '낙태죄에서 재생산건강으로- 현행 낙태죄의 문제점과 해외사례를 통해 본 개선방안' 토론회에서 '재생산건강권으로서의 안전한 임신중지'라는 주제로 발표했다. 6일 오후에는 서울 영등포구 하자센터에서 열리는 토론회에 참가해, 위민온웨이브와 위민온웹 활동에 대해 설명할 예정이다.

7일 오후 5시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열리는 '낙태죄 폐지 촉구' 집회에도 참석한다. 그는 "토요일에 중요한 집회가 있으니 꼭 참석해주시라. 나도 함께 하겠다"고 밝혔다.

#낙태죄 #미프진 #레베카곰퍼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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