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유희열의 스케치북을 사랑하는 이유

뮤지션, 음악공연 프로그램을 통해 대중과 교감하다

등록 2010.06.29 16:26수정 2010.06.29 1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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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지날수록 유형의 상품보단 무형의 상품이 환영 받고 있다. 제레미 리프킨이 말마따나 소유의 시대가 종말하고 있다. 음반시장보다 음원시장이 강세를 보이는 것은 시대적 흐름이다. 그리고 이는 전문가든 비전문가든 누구나 알고 있는 사실이다.

하지만 현실에 타협하지 못하고 앨범을 제작하는 고집쟁이 뮤지션들이 아직 적잖이 남아있다. 얼마 전 유희열의 스케치북에 나왔던 이승환의 인터뷰가 기억에 남는다. "최근 가장 외로울 때가 언제인가?"란 질문에 "앨범이 발매되었을 때 슬픔을 느낀다"고 답했다. 한국 대중음악계에서 실력 있는 싱어 송 라이터들의 자리가 조금씩 사라지는 현실에 대해 아쉬움을 표했다.

디지털 싱글이 유행하면서 곡이 대중에게 사랑받는 주기가 짧아지고 있다. 또 이해하기 어렵거나 음미할 필요가 있는 음악은 대중에게 외면 받고 있다. 때문에 장인정신을 가진 뮤지션들은 대중보다는 마니아층에게 국한되고 있다. 이런 상황 속에서 공연 중심의 음악프로그램은 대중과 뮤지션을 연결시켜주는 얼마 남지 않은 통로라 할 수 있다. 매주 시청자들에게 다양한 뮤지션들의 살아있는 공연을 선보이는 프로그램들이 꾸준히 사랑을 받고 있다. 나아가 그 수가 늘어나고 있는 것은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공연프로그램의 대표주자는 KBS에서 방영 중인 <유희열의 스케치북>이다. 공중파 음악 공연프로그램들이 보이는 특징 중 하나가 진행자의 색깔이 프로그램 전반에 배어 있다는 것이다. 이런 면에서 유희열을 진행자로 선택한 것은 탁월했다. 유명 작곡가이자 라디오 DJ이면서 가끔 노래를 즐기는 그이기에 공연과 뮤지션에 대한 상식과 이해도가 높다. 유희열은 단순히 프로그램을 진행하기 보단, 음악에 대한 가이드 역할을 한다. 또 그의 위트에는 여는 예능프로나 토크쇼에서 찾을 수 없는 유쾌함이 있다.

<유희열의 스케치북>에서 진행자만큼 주목해야 할 사람이 있는데, 바로 음악감독 강승원이다. 강승원은 <이문세 쇼>, <이소라의 프로포즈>, <윤도현의 러브레터>의 음악감독을 연임해 왔다. 시간이 지나면서 프로그램명, PD, 진행자가 모두 바뀌었지만, 강승원만큼은 계속 그 자리에 있었던 것이다. KBS의 공연프로그램을 즐겨봤고, 보는 사람이라면 소탈하지만 중후한 그의 스타일에 매료된 것이 분명하다.

평론가에게 가장 사랑받는 음악공연 프로그램은 EBS의 <스페이스 공감>이다. <스페이스 공감>은 인디 펑크밴드에서 재즈가수까지 출연진의 스펙트럼이 무척 넓다. 유행에 끌려 다니며 음악을 듣는 사람에게 <스페이스 공감>은 다소 어렵게 느껴질 것이다. 하지만 음악에 대한 포용력을 조금만 가진다면 진가를 맛 볼 수 있다.

운이 좋다면 해외뮤지션의 무대도 감상할 수 있다. 제이슨 므라즈, 다이안 슈어, 유키구라모토 등이 국내 팬들에게 <스페이스 공감>을 통해 무대를 선사했다. 지난 3월로 600회를 넘겼으면, 연수로는 6년 동안 방영된 장수프로다. 매회 <스페이스 공감>은 각계의 실력파 뮤지션들이 겉치레가 없는 솔직한 공연장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최근 엠넷이 음악공연 프로그램의 새로운 장을 열고 있다. 그동안 엠넷은 음악전문 프로그램이라는 이름에 걸맞지 않게, 시청자의 이목을 끌기 위해 아이돌을 전면에 내세우거나, 가십거리를 만드는 프로그램 제작에 열을 올렸다. 그러나 작년 말 즈음부터 엠넷의 방송편성이 심상치 않다 싶더니, 신선하면서 퀄리티 높은 음악프로그램을 쏟아내고 있다. 사족을 달자면 나는 <디렉터스 컷>이 너무 재미있었고 시즌2를 기다리고 있다.

엠넷의 공연프로그램은 <A-Live>와 <Aura>가 있다. <A-Live>는 다락방에서 펼쳐지는 어쿠스틱 라이브라는 콘셉트를 가지고 있다. 그에 반해 <Aura>는 CGV아트홀에서 스펙터클한 무대를 선보이고 있다. 콘셉트가 다르기 때문에 두 가지 프로그램은 색다른 재미를 선사한다. <A-Live>는 공연장 분위기에서부터 안락함이 느껴진다. 뮤지션도 관객도 릴랙스 해진다. 이는 규모면에서 압도하는 <Aura>와 가장 다른 점이라 할 수 있다.

"명반이 사라졌다"라는 말이 심심찮게 들려온다. 90년대 음반시장에 향수를 느끼는 것은 나 역시 마찬가지다. 하지만 근래에도 명반이라 불릴 만한 앨범이 지속적으로 발매되고 있다. 다만 음원시장의 파도에 휩쓸려 명반·명곡을 음미할 기회를 놓치고 있을 뿐이다. 90년대 느꼈던 음악적 감동을 느끼고 싶다면 TV 앞에 앉아 앞서 소개한 음악공연 프로그램을 보시라. 재핑(Zapping, 급속 채널 이동)만 자제한다면 새로운 세계를 만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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