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브에서 '순풍산부인과' 다시 뜨는 이유는..."

[인터뷰] 10년 공백기 끝에 복귀 준비 마친 정진영 작가

등록 2019.06.30 15:42수정 2019.06.30 15: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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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진영 작가는 코미디 작가이자 코미디 장르의 팬이다. 예능 작가로 시작해 남편 김의찬 작가와 함께 시트콤 <남자 셋 여자 셋>, <순풍산부인과>를 썼다. 드라마 <황태자의 첫사랑>, <그저 바라보다가>로도 많은 사랑을 받았다.

그의 작품은 대부분 코미디가 베이스다. 지난 17일 서울 잠실의 한 카페에서 다음 작품을 준비 중인 정 작가를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완성된 코미디는 웃고 나서 마음이 따뜻해지는 것
 

정진영 작가가 카페에서 포즈를 취했다. ⓒ 도수화

 
- 요즘 코미디 장르의 영화와 드라마가 뜨고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나요?
"너무 반갑죠. 어떤 콘텐츠를 보고 웃을 수 있다는 건 너무 좋은 일이잖아요. TV가 자극적인 수사물이나 의학물 등으로 채워지는 것에 대한 피로감을 시청자들도 느끼지 않았을까요. 게다가 현실이 힘들면 더 코미디를 찾게 되죠. IMF 체제 때 <순풍산부인과>를 했듯이, 경기침체와 저성장 시대에 웃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많아진 환경과도 맞닿아 있는 것 같아요. 앞으로 코미디가 더 많아졌으면 좋겠어요. 만들기 어려워도 코미디에 자꾸 도전하는 작가와 감독들이 사라지지 않았으면 합니다."
 
- 유튜브에서 <순풍산부인과>가 다시 뜨고 있습니다. 사람들이 많이 본 에피소드는 조회수가 300만 회를 넘어섰는데요. 이유가 뭘까요?
"<순풍산부인과>의 장점은 짧고 많다는 거예요. 유튜브란 게 짧은 호흡의 내용이 주목받는 환경이잖아요. 그런 게 딱 시트콤인 거죠. 짧으면서 스토리텔링이 있는. 요즘은 워낙 시트콤이나 일상극이 없다 보니 어린 친구들이 이런 장르에 대해 신선하게 느끼는 것 같아요. 일상에서 있을 법한 일들로 코미디를 하니까 재미있고 공감되기도 하고요."
 
-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이 블랙코미디라는데, 코믹극의 사회성에 대해서는 어떻게 보나요?
"완성된 코미디는 어떤 메시지를 주기보다, 충분히 웃겨야 한다고 생각해요. 제가 가장 좋아하는 코미디는 로베르토 베니니의 <인생은 아름다워>예요. 웃으면서 삶의 묘미나 진정한 사랑이 느껴져 기분이 좋아지거든요. 물론 다 웃고 나서 뭔가 남는 게 있어서 좋을 수도 있죠. 실컷 웃었는데 씁쓸하고, 던져진 메시지를 한 번은 곱씹게 되는 것도 좋아요. 하지만 제가 생각하는 웃음의 긍정적인 방향성은 웃고 나서 벅차오르고 따뜻해지는 겁니다.
 
블랙코미디가 화장실 유머보다 훨씬 좋은 코미디라거나, 코미디가 사회적 문제를 많이 던져야 한다고 생각하진 않아요. 분명 블랙코미디라는 장르가 웃음 뒤에 뼈가 있어 사람들에게 한 번 더 생각해볼 기회를 주는 좋은 코미디임에는 틀림이 없죠. 하지만 세계적인 상을 받거나 평단의 인정을 받는 것이 꼭 블랙 코미디여야만 한다거나, 블랙코미디가 더 의식 있고 수준 높은 코미디라고 한다면 거기엔 동조할 수 없습니다."
 
- 코미디의 위상이 달라졌다고 느끼나요?
"과거엔 코미디를 보고 실컷 웃고도 희화화했다거나, 저질이라며 비하했어요. 대중적 사랑을 많이 받기는 했지만, 인정해주지 않았던 거죠. 웃음을 인정해 주는 건 좋은 현상이라고 생각해요. 예능에 뛰어드는 배우들도 많고요. 예능의 위상이 그만큼 올라간 게 아닐까요?"
 
- 코미디에 대한 인식은 어떻게 바뀌었다고 보나요?
"10년 전에는 기자들이나 비평하는 사람들이 코미디에서 오버하는 것에 대해 확대해석하고 늘 지적하곤 했어요. 사회적 메시지를 던져야만 의식이 있는 작가들이 쓴 코미디고, 블랙코미디에만 박수를 치는 모습이 아쉬웠죠. 코미디는 '충분히 웃겼는가? 즐거웠는가?'가 잣대예요. 웃기려고 노력했는데 못 웃겼으면 욕해도 돼요. 기사나 글도 '재미있는 것'에 대해 칭찬하는 호의적인 분위기로 바뀌고 있다고 생각해요."
 
- 코미디도 사회의식을 담을 수 있지 않나요?
"사회적 약자를 소재로 코미디를 하면 사람들이 굉장히 화를 냅니다. 희화화하고 비하했다고 생각하는 것 같아요. 반면 강자나 부자를 비틀거나 변호사, 의사 등을 다루면 화내지 않아요. 사람들이 마음을 열어줬으면 좋겠습니다. 소재 제한이 코미디를 하는 사람으로서는 가장 힘들어요. 늘 강자와 가진 자를 비틀어야 한다면 코미디가 사회적 약자들을 위한 극밖에 안 되는 게 아닐까요?"

- 드라마 작가는 사회적으로 어떤 역할을 해야 할까요?
"TV는 대중이 가장 가깝게 만날 수 있는 매체라 영향력이 어마어마해요. 20년 넘게 이 일을 하면서, 스토리텔링이 킬링타임이나 심심풀이를 넘어설 수 있다는 걸 많이 느꼈어요. 얼마 전 JTBC <슈퍼밴드>에서 윤종신이 '삶은 기본적으로 불행하고, 덜 불행해지기 위해 노력하는 게 인생'이라고 말했는데 저도 그 말에 동의해요.

드라마 작가가 던지는 메시지는 삶에 힘이 돼야 합니다. 저도 이 시대를 사는 사람으로서 드라마가 위로와 긍정적 메시지를 던져야 한다고 생각해요. 극 중의 악당이 나쁜 짓하는 방법을 직접 보여주는 것, 자살하는 장면이 자주 나오는 것, 마약 하는 장면을 스스럼없이 내보내는 일에 대한 경계심을 작가는 가져야 합니다. 어린 친구들이 볼 수 있기 때문이죠. 창작자는 영향력이 있는 만큼 책임감을 느껴야 해요."
 
"쉬는 동안 작품 많이 썼다"
 
- <그저 바라보다가>(2009) 후 10년이 흘렀습니다. 어떻게 지냈나요?
"강의와 육아에 신경을 많이 썼어요. 본의 아니게 오래 쉬게 됐더라고요. 그동안 예능, 드라마, 일일극, 시트콤 등 작품을 많이 썼어요. 순서대로 발표만 하면 되니까 불안하지는 않아요."

- 다음 작품을 소개한다면?
"우선 <미스터 뷰티풀>이라는 게이물이 있어요. <무조건 탁구>라는 예능 드라마도 있고, 테니스물 드라마, 가정 주말극, 코믹 탐정물도 대기 중이죠. 지금 <미스터 뷰티풀> 캐스팅 중인데 내년 봄에 방영할 것 같아요. 복귀작이 게이를 소재로 한 코미디라 조금 걱정스럽기는 해요."
 
- 창작에 대한 영감을 어디서 얻나요?
"BTS에 빠져 있어요. 요즘 저에게 굉장히 창작욕을 주고, 채찍질해주는 아티스트예요. RM의 가사들이 제가 추구하는 것과 맞닿아 있더라고요. 잊고 있던 저의 인생관과 글을 쓰는 철학을 다시 생각하게 해줬어요. 사람이 성장하는 과정에 제가 감동한다는 걸 일깨워주기도 했죠."

정 작가는 BTS처럼 대중에게 좋은 영향을 주고 싶다고 말했다.
 
"창작이 고통스럽기에 하면 할수록 어려워요. 그래도 즐거운 이야기를 생각하고, 아이디어를 내면서 피식 웃을 수 있어 계속 달려갈 힘을 얻게 되죠. 포기하고 싶은 순간, 그 고개를 넘는 힘이 저에겐 웃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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