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크체크) 문재인과 'X파일'특검의 진실

'당장 검찰수사부터'를 '특검 안돼'로 호도말라

검토 완료

이호석(arisan)등록 2017.01.25 20:16
고발뉴스 이상호 기자의 '문재인이 X파일 특검을 막았다'는 주장은 거짓이다. 이 기자는 거두절미와 침소봉대 기법으로 진실을 가리고 있다.

X파일 수사에 대해 문재인 당시 참여정부 청와대 민정수석은 이렇게 확언했다.

"아무런 제한 없이 (사건의 실체가) 규명돼야 되며 모든 것을 밝혀야 할 것이다."(2005.8.5 머니투데이)

X파일의 진실을 밝히는데 문 전 수석의 입장은 명백했다.

국가기관에 의한 불법도청 문제는 검찰에서 즉각적으로 수사를 시작해야 하고 검사들이 삼성에서 떡값을 받은 문제 등은 당사자인 검찰이 수사를 맡는 건 문제가 있으니 특검이 논의될 수 있다는 것이다.

특검을 반대하는 것이 아니라 즉각적인 검찰수사를 통해 밝힐 수 있는 부분은 빨리 밝히고 미진한 부분은 특검을 하자는 게 문 전 수석이 일관되게 내놓은 입장이었다.

그런데 이 기자는 '당장 검찰수사부터 시작하자'는 것을 '특검하지 말자'라는 것으로 왜곡, 단정하고 있다.

이 기자가 내세우는 근거 중 핵심은 여러 기사에서 인용된 '특검은 빛좋은 개살구'라는 발언이다. 그 말의 앞뒤는 이렇다.

"도청 사실의 수사를 검찰에 맡기지 못할 이유가 없다. 오히려 특검에 맡긴다면 일부 지적되고 있지만 서너달 후에나 활동하게 되는데 그때까지 덮자는 얘기가 되고 도청 실태가 어디까지인지 모르는 상황에서 몇 달의 시한을 못 박게 되면 (수사를) 못한다. 빛 좋은 개살구다. 진실 규명 의지가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효성이 없는 방안이라고 생각한다."(2005.8.5. 문재인 민정수석 기자간담회)

이 말은 '당장 수사'가 '미래의 특검'보다 더 실효성이 있다는 걸 설명하는 얘기다. 파문이 불거진 시점에서 당장 수사착수가 몇 달뒤 특검보다 낫다는 얘기지 '특검하지 말자'가 아닌 것이다.

게다가 같은 기자간담회 자리에서 삼성에서 떡값을 받은 검사들 대상의 특검추진 의지를 문 전 수석은 분명히 밝혔다.

"당시 검사들의 떡값 문제 등은 검찰이 관련돼 검찰 수사에 맡기는 게 적당하지 못하다는 논란이 있을 수 있고 특검이 논의될 수 있다."(2005.8.5. 문재인 민정수석 기자간담회)

특검을 무산시킨 진짜 주범은 당시 한나라당이다.

한나라당은 자신들이 다른 야3당과 논의해 공동으로 특검법안을 발의해 놓고 지속적으로 어깃장을 놨다.

법사위 한나라당 간사였던 장윤석 의원은 한나라당은 불법도청의 내용 공개 조항이 위헌이라고 줄기차게 주장했다. 또 한나라당은 특검법의 수사 범위에서 김영삼 정부를 제외해야 한다고 끝없이 분탕질을 쳤다.

X파일 도청테이프가 생산됐던 시기는 김영삼 정부 때였다. 물고기를 잡으러 가되 그물은 산에다 치자는 이 주장을 도대체 누가 받아들일 수 있나.

여당은 완전한 특검을 위해 싸웠지만 거대 야당이었던 한나라당은 꿈쩍도 하지 않았고 결국 특검은 성사되지 못했다. 이것이 X파일 특검도입 무산의 전말이다.

문 전 수석이 특검을 막으려 했다면 그에 따른 이득이든 평소의 소신이든 분명한 이유가 있어야 할 것이다. 도대체 문재인이 X파일 특검을 막을 이유가 무엇인가? 삼성을 보호하려고?

문 전 수석은 오히려 삼성 떡값 문제를 콕 집어 특검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삼성에서 검사들이 떡값을 받은 문제 등은 검찰이 관련돼 검찰 수사에 맡기는 게 적당하지 못하다는 논란이 있을 수 있고 특검이 논의될 수 있다."

자신의 주장을 관철하려면 이 기자는 좀더 명백하고 진전된 근거를 제시해야 한다. 아니면 빨리 실수를 인정하고 곡해된 채 유통되고 있는 거짓을 바로 잡아야 한다.

왜곡된 진실을 바로 잡을 책임이 이 기자한테 있다. 그 책임을 다한다면 아마 이 기자와 고발뉴스에 대한 신뢰는 더욱 높아질 것이다.

그리고 이 기자는 민주주의를 위해 싸우는 다른 이들에 대한 신뢰가 조금 더 깊었으면 좋겠다. 본인이 민주주의자로서 못할 일이라고 생각한다면 책임있는 대다수 다른 이들도 못할 일이라고 생각한다.

진보 보수를 떠나서 '부족한 근거'를 '불굴의 기자정신'이 상쇄해 주진 않는다. 불굴의 의지는 팩트를 확인하는데 써야지 써놓은 기사를 관철하는데 쓰는 게 아니다.

확인되지 않으면 기사는 쓸수 없다. 보수언론에 줄기차게 주장하던 이 말을 오늘 이 기자에게 반복해야 한다는 것이 정말 유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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