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론] 재생에너지에 대한 무조건적인 맹신을 바로잡습니다

양이원영 시민기자의 주장에 심각한 오류가 있습니다

등록 2019.01.24 11:08수정 2019.01.24 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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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철 부산대학교 기계공학부(원자력시스템전공, 전 한국원자력연구원 책임연구원) 교수가 1월 18일 <오마이뉴스>에 실린 양이원영 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의 기사 '송영길 의원님 주장에 심각한 오류가 있습니다'(http://omn.kr/1guza)에 대한 반박글을 보내왔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이에 대한 다양한 의견을 기다립니다. [편집자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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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영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등 11일 오전 서울 서초구 팔래스호텔 그랜드볼룸에서 열린 '2019 원자력계 신년인사회' 참석자들이 떡을 자르고 있다. 오른쪽 두번째부터 송영길 국회의원, 정재훈 한국수력원자력 사장, 유영민 장관, 김춘호 한국뉴욕주립대학교 총장. ⓒ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제공

 
지난 11일 '2019 원자력계 신년인사회'에서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의원(인천 계양을)이 신한울 원전 3·4호기 건설 재개 검토를 주장했습니다. 오래된 화력발전소를 중단하는 대신 신한울 원전 3·4호기 건설을 재개하자는 것입니다. 이에 대해 양이원영 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아래 양이원영 시민기자)은 재생에너지에 대한 전반적인 불신을 바로잡겠다면서 다음과 같은 요지로 송영길 의원 주장을 반박하는 기사를 게재했습니다. 

① 태양광으로 우리나라 전력 100%를 공급하기 위해서는 전국토면적의 4.2%면 된다.
② 전기가 많이 필요한 낮에는 태양광으로 발전하고 풍력발전은 기저전력을 담당하면 된다.
③ 재생에너지를 통해 독일과 덴마크는 전기 수출국이 되었다.
④ 재생에너지가 더 많은 일자리를 창출한다.

- 관련 기사 : 송영길 의원님 주장에 심각한 오류가 있습니다'(2019.01.18.)

하지만 양이원영 시민기자의 주장에는 '심각한 오류'가 있습니다. 저는 이러한 오류가 전력 생산과 전력망 운영 등에 대한 전문적인 지식이 부족한 국민들에게 재생에너지에 대한 환상을 심어주고 국가 에너지 문제에 대한 균형 잡히지 못한 시각을 갖게 하는 일종의 함정이라고 생각합니다.

재생 에너지의 가치는 충분히 인정돼야 합니다. 하지만 그에 못지 않게 현실적 한계에 대해서도 정확하게 인식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 글에서는 위 네 가지 주장 속에 숨겨져 있는 오류를 지적하고자 합니다.

[검증대상①] 태양광으로 한국 전력 100% 공급, 전국토면적의 4.2%면 된다?

양이원영 시민기자는 자신의 기사에서 2017년 우리나라 전체 발전량을 담당하기 위해 필요한 태양광 발전소 면적이 전국토면적의 4.2%, 보수적으로 계산해도 8.5%이니 우리나라의 태양광 자원이 충분하다고 주장했습니다. 또한 우리나라 도시면적이 전국토의 17.7%(국토부 자료: 2017년 16.6%)이고 그중에 주거지역·상업지역 및 공업지역의 면적만으로도 4.2%(국토부 자료: 2017년 3.9%)나 되니 도심 건물들만 잘 활용해도 도심 전기 상당부분을 해결할 수 있다고 언급했습니다.

그러나 국토의 70%가 산지인 우리나라 실정을 고려하면 4.2%는 우리나라 평지 면적의 1/7에 해당하는 것으로 결코 작은 면적이 아닙니다. 더구나 정부에서 발표한 새만금 재생에너지 발전단지 자료(1GW 당 12.9평방km)를 기초로 계산하면 2017년 우리나라 전체 발전량을 담당하기 위해 필요한 태양광 발전소 면적은 5720평방km로 전 국토면적(10만6000평방km)의 4.2%가 아니고 5.4%입니다.


이 면적은 우리나라 평지 면적의 거의 1/5에 해당하는 것으로 우리나라 모든 특별시와 광역시의 면적을 모두 합친 것(5810평방km)과 비슷합니다. 계산을 위한 기본 가정에도 근본적인 모순이 있습니다.

우리나라 전력 소비의 13.5% 정도를 차지하는 주택용 전력을 태양광 발전으로 공급할 수 있는지 계산해 봅시다. 우리나라 전 가구의 60.1%가 아파트에 살고 있습니다. 아파트의 경우 베란다 태양광 모듈 하나로 한 달에 26kWh(0.25kW x 3.5시간/일 * 30일)를 생산할 수 있습니다.

베란다와 옥상 등에 가구당 평균 4개의 모듈을 설치할 수 있다고 가정해도 한 달에 105kWh로, 가정에서 사용하는 전력(300kWh 이상)의 1/3 남짓을 감당합니다. 단독주택에서는 전기를 자급한다고 하더라도 우리나라 가정용 총 전력의 40%가량(아파트 60% * 2/3)은 외부에서 공급받아야 합니다.

전체 전력의 13.5%에 불과한 주거용 전력을 자급하는 것도 사정이 이러한데 토지 면적이 주거용의 1/8밖에 안되지만(아래 표 참조) 사용량은 주거용의 1.6배에 이르는 상업용 전력이나, 토지 면적이 주거용의 절반에도 못 미치지만 사용량은 주거용의 4배 이상인 공업용 전력을 건물에 태양광 패널을 설치해 공급한다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따라서 전체 전력을 태양광 발전으로 공급하려면 농지 일부를 이용하거나 산지를 깎아 부지를 공급하지 않으면 불가능합니다. 이에 따라 우리나라 강산이 훼손될 수 밖에 없습니다. 현재 대부분의 태양광 발전소들이 경제성, 도시 미관, 안전 등의 이유로 도심 건물이 아닌 산지나 저수지 등에 설치되고 있습니다. 이런 점만 봐도 양이원영 시민기자의 주장이 실현되기 어렵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 용도별 용지 비율과 전력 사용 비율 상업 지역 면적은 주거용의 1/8 밖에 안되지만 전력 사용량은 주거용의 1.6배이고 공업 지역 면적은 주거용의 절반에도 못 미치지만 전력 사용량은 주거용의 4배 이상이다. (출처:2017 국토교통부, 한국전력) ⓒ 이현철


에너지전환의 대표적인 모델 국가로 삼는 독일과 비교해 봅시다. 독일은 총 국토면적이 37만7000평방km, 평지 면적이 23만8000평방km인 반면 우리나라는 총 국토면적이 10만6000평방km이고 평지를 30%로 가정하면 평지 면적이 3만2000평방km입니다.

결국 평지 기준으로 독일이 우리나라보다 7.4배나 넓습니다. 현재 독일의 태양광 발전 설비는 약 40GW 규모로 이미 포화돼 증가세가 매우 둔화되고 있습니다. 우리가 제8차 전력 수급 기본 계획에 따라 2030년까지 설치하기로 한 33.5GW의 태양광 발전 설비를 모두 평지에 설치한다고 가정하면, 우리나라의 평지 기준 태양광 패널 밀도는 독일의 6.6배나 됩니다. 독일도 보조금 재원, 환경 등 여러 가지 문제로 태양광 발전에 대한 지원을 줄여가고 있습니다. 산지가 70%인 우리나라에서 과연 이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까요?

좀 더 낙관적으로 생각해서 어떻게든 용지를 확보한다고 가정해봅시다. 그렇더라도 국토 4.2% 면적의 태양광으로 전체 전력을 공급할 수 있다는 주장에는 더 심각한 오류가 있습니다.

시간 개념이 빠져있어서 그렇습니다. 전기는 항상 전력 수요에 맞춰 실시간으로 생산해 공급해야 합니다. 실제로 전국토의 4.2%에 해당하는 면적에 태양광 발전소를 건설했다고 가정해 봅시다. 양이원영 시민기자의 계산에 사용된 수치를 인용하면 날씨가 좋은 날 한낮에는 약 400GW의 전력이 생산됩니다. 2018년 연중 최대 전력수요(92GW)의 4배가 넘는 양이 생산되는 것입니다.

그러나 이 전력은 저장을 하지 않는 한 수요를 초과하는 양은 모두 버려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전력망 자체가 무너져 버리기 때문입니다. 반면, 밤이나 구름이 낀 날에는 태양광 전력이 전혀 생산되지 않습니다.

아래 그림 중 첫 번째 것은 2015년 우리나라 실제 전력수요(굵은 실선)와 재생에너지 100%로 발전 설비를 구성했을 때의 날짜 별 발전량 예측 결과(얇은 점선)를 보여줍니다.

재생에너지 발전량은 우리나라 1년 전력 사용량을 태양광 50%, 풍력 50%로 모두 공급한다고 가정하고 2015년 날씨 데이터를 이용하여 시뮬레이션한 결과입니다. 발전량과 전력수요 사이에 엄청난 불일치가 존재하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두 번째 그림은 날짜 별 잉여전력을 표시한 것입니다. 이 잉여전력을 모두 저장하지 않으면 발전량이 적을 때 사용할 전력이 부족하게 되는 것입니다.
    

우리나라 전력 수요를 100% 재생에너지로 공급할 때 전력 수요와 재생에너지 발전량 비교 첫번째 그림은 2015년 우리나라 실제 전력수요와 태양광 50%+풍력 50%로 구성된 재생에너지 발전 시설의 발전량 시뮬레이션 결과이고 두번째 그림은 이때 저장해야할 잉여전력이다. (출처 : Clean Air Task Force, Cambridge, MA, January 2019) ⓒ Armond Cohen

 
전국토의 4.2%에 태양광 발전소를 설치했다고 하더라도 1년 내내 전력을 안정적으로 공급하기 위해서는 잉여 전력을 저장하는 에너지 저장장치(ESS; Energy Storage System)가 필수적입니다.

요즘 자주 언급되고 있는 배터리 ESS의 가격은 MWh당 최소 5억 원이 넘습니다. 2017년 우리나라 1년 전력 사용량이 55만GWh 정도이므로, 하루 평균 1500GWh의 전력을 사용하는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 하루 사용할 전력을 저장하기 위해 필요한 배터리 ESS의 가격은 750조 원이라는 계산이 나옵니다.

- 2017년 우리나라 전체 전력 사용량 대략 55만GWh/년(1GWh = 1000MWh )
- 2017년 하루 평균 전력 사용량 대략 1500GWh/일
- 하루 사용 전력을 저장하기 위한 배터리 ESS 가격 = 1500*1000*5억 원 = 750조 원


배터리 ESS의 수명을 15년 정도로 본다면 15년에 750조 원 즉, 매년 50조 원을 투자해야 합니다. 단 하루의 전력 사용량을 저장할 때 이렇고 이틀 동안 해가 나지 않아도 버틸 수 있게 하려면 매년 100조 원의 돈을 배터리 ESS 설치에 쏟아부어야 합니다.

천문학적인 비용도 문제지만 하루의 전력사용량을 저장하기 위한 배터리 ESS에 필요한 리튬의 양이 11만3000톤입니다. 2017년도 전세계 리튬생산량(4만3000톤)의 2.5배입니다. 배터리 기술에 혁명적인 변화가 오지 않는 한, 비용뿐만 아니라 자원 고갈 측면에서도 재생에너지 100% 발전 시스템의 간헐성을 배터리 ESS로 극복한다는 것은 불가능해 보입니다.

장마철, 태풍이 올 때처럼 며칠씩 해가 나지 않는 기간은 어떻게 할까요? 답이 안 나옵니다. 이와 관련해 독일 클라우스탈(Clausthal) 대학의 배터리 전문가인 프랭크 엔드레스(Frank Endres) 교수는 'ESS 없는 에너지 전환은 기술적으로 불가하며 ESS를 사용하는 에너지전환은 경제적으로 불가하다'고 말했습니다. 독일에 귀 기울이려면 이런 전문가의 과학적 견해에도 귀를 기울여야 마땅합니다.

양이원영 시민기자가 에너지국장으로 활동했던 환경운동연합에서는 2017년 4월 '100퍼센트 재생에너지 전환 에너지 시나리오'라는 보고서를 통해 2050년경까지 100% 재생에너지 체계로 전환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나 위에서 살펴본 가장 기초적인 문제점에 대한 고민도 없이 재생에너지만으로 우리나라 전력의 100%를 감당할 수 있다고 하는 건 명백한 오류입니다. 국민들의 합리적인 판단을 못 하게 하는 함정입니다. 

[검증대상②] 낮에는 태양광 발전... 풍력발전은 기저전력 담당하면 된다?

전력수요는 하루에도 시간에 따라 변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수요의 변동에 따라 전력을 많이 또는 적게 생산해야 합니다. 이때 최소 전력수요를 기저전력이라 하며, 우리나라 기저전력은 대략 50GW입니다.

이만큼의 전력은 수요 변동에 상관없이 생산해야 하기 때문에 항상 일정한 전력을 생산할 수 있는 발전원이 기저전력 생산을 담당합니다. 그런데 양이원영 시민기자는 2018년 4월 30일 독일 발전원 별 전력 생산량 그래프를 제시하며 풍력발전이 기저전력원으로 충분히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래프가 제시된 특정일만 놓고 보면 풍력이 기저전력원으로 역할을 하고, 태양광이 전력 수요를 따라가면서 조화롭게 전력을 생산하는 것처럼 보입니다.

그러나 독일의 재생에너지 발전량을 살펴보면, 이와 반대되는 사례가 훨씬 많습니다. 아래 그래프는 독일의 2018년 1월과 7월 시간대 별 풍력 및 태양광 발전량을 보여줍니다.

청록 계열은 풍력발전을, 주황 계열은 태양광 발전을 나타냅니다. 바람이 많이 부는 겨울 어느 날에는 40GW 이상의 전력을 풍력으로 생산하지만, 붉은색 동그라미로 표시된 곳처럼 1GW 수준밖에 생산하지 못하는 날도 많습니다.

바람이 적은 7월에는 더 심각합니다. 거의 태양광 발전에만 의존하고 밤에는 대책이 없습니다. 심지어 양이원영 시민기자가 예로든 4월 30일의 하루 전인 4월 29일에도 풍력발전량은 미미했습니다. 실제로 독일은 2017년 1월 24일 바람이 불지 않고 구름이 많은 날씨 때문에 블랙아웃 직전까지 갔으며 이러한 풍력발전의 간헐성을 극복하기 위해 새로 짓는 풍력발전소의 총용량을 제한하고 있습니다.
 

독일의 겨울과 여름 풍력 및 태양광 발전량 청록 계열은 풍력을, 주황 계열은 태양광을 나타낸다. 바람이 많이 부는 겨울에는 풍력으로 40 GW 이상의 전력을 생산하기도 하지만 1 GW 이하를 생산하는 날도 많다. 바람이 적은 7월에는 거의 태양광 발전에만 의존하고 밤에는 발전량이 미미하다. (출처: https://www.energy-charts.de/power.htm ) ⓒ www.energy-charts.de


이와 같은 변동성을 모두 갈탄 발전으로 백업한다는 사실을 양이원영 시민기자는 전혀 언급하지 않았습니다. 발전량으로 보면 갈탄 발전이 주 발전원이고 태양광과 풍력은 간헐적인 보조 발전원인 셈입니다.

태양광과 풍력 발전량이 들쭉날쭉하면서 이를 보완하기 위해 화력 발전량을 시시각각 조정해야 하고, 이는 고스란히 전력망 안정비용으로 반영됩니다. 전기가 많이 필요한 낮에는 태양광으로 발전하고, 풍력발전은 기저전력을 담당하면 된다는 양이원영 시민기자의 주장은 '전력공급은 1년 중 어느 특정한 하루만이 아니라 1년 365일 어느 하루도 빠지지 않고 안정적으로 이뤄져야 한다'는 핵심적인 개념을 무시한 채 일부를 갖고 전체인 것처럼 호도하는 것입니다.

태양광·풍력 등 독일의 재생에너지 발전 설비는 2005년 20.3GW에서 2016년 90.3GW로 대폭 증가했습니다. 같은 기간 원전은 20.4GW에서 10.8GW로 축소된 반면, 화석연료 발전 설비는 76.4GW에서 95.7GW로 확대됐습니다. 2005년 대비 전력 소비량이 4% 미만으로 증가했음에도 불구하고 재생에너지 발전 용량이 70GW 증가하는 동안 기존 발전원 용량은 줄기는 커녕 25%(19.3GW)나 증가했습니다.

재생에너지의 간헐성에 대처하기 위해 기존 발전 설비도 함께 증가시켜야 했기 때문입니다. 이로 인해 발전 설비 예비율이 매우 높게 유지되고 있습니다. 아래 표는 유럽 주요국과 우리나라의 설비 예비율을 보여줍니다. 독일, 스페인, 이탈리아와 같이 재생에너지 발전 설비 비율이 높은 나라는 전력 설비 예비율이 모두 100%가 넘습니다. 실제 전력 수요보다 2배가 넘는 용량의 발전 시설을 운영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유럽 주요국과 우리나라의 신재생 발전 설비 비중 및 전력 설비 예비율 재생에너지 발전 설비 비율이 높은 나라는 전력 설비 예비율이 모두 100%가 넘는다. 한국, 독일 2015년말 기준, 다른 나라 2013년 기준. (출처: IEA Electricity Information) ⓒ 이현철

 
결국 이런 발전 비중 구성은 재생에너지 보조금·세금 등의 급격한 증가로 이어져 다음 표와 같이 최근 12년 동안 독일의 가정용 전력요금이 1.5배(2000년 이후 3배)나 급등하는 결과를 낳았습니다. 전력요금 중 세금 등 부과금이 원가의 4배 이상이고 그중 재생에너지 보조금이 원가의 1.2배를 넘는다는 것을 간과해서는 안 됩니다.
  

독일의 주거용 전기요금 구성 요소 독일의 전력요금은 최근 12년 동안 1.5배(2000년 이후 3배)나 급등했다. 전력요금 중 세금 등 부과금이 원가의 4배 이상이고 그 중 재생에너지 보조금이 원가의 1.2배를 넘는다. (출처: BDEW 2017) ⓒ 이현철

 
[검증결과③] 재생에너지를 통해 독일·덴마크가 전기 수출국이 됐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독일은 재생에너지 발전 설비 비중이 높기 때문에 재생에너지 발전량이 급증해 전기가 과잉 생산되면 전력망이 연결된 이웃나라에 수출하고, 과소 생산되면 거꾸로 이웃나라에서 전기를 수입해 부족분을 메웁니다.

2017년 기준으로 독일은 약 28TWh의 전기를 수입했고 약 88TWh의 전기를 수출해, 수입보다 수출이 많은 전기 순수출국입니다. 그렇지만 그 속을 들여다 보면 속 빈 강정과 같습니다.

독일의 전기 수출 평균 단가는 3.4cent/kWh로 독일 국내 판매단가(29.16cent/kWh)는 물론 생산 원가(5.63cent/kWh)보다 훨씬 낮습니다. 수출이라기 보다는 자국의 전력 계통 안정성 유지를 위해 재생에너지의 간헐성으로 인한 잉여 전기를 다른 나라에 '덤핑 처리'한 것이라고 보는 것이 합당합니다. 독일은 전력 계통이 유럽 인접 국가와 연결돼 있어 그나마 수출입이 가능하지만, 우리나라는 인접국과 연결된 전력망이 없어 전력 수출입이 불가능합니다. 그러므로 전력망 안정성 유지를 위한 수단으로는 천문학적인 돈이 들어가는 배터리 ESS밖에 없습니다.

덴마크도 2017년 전체 전기 소비량 가운데 43.4%를 풍력 발전으로 충당할 만큼 풍력발전 강국이 됐습니다. 독일과 덴마크가 풍력발전량을 급격히 증가시킬 수 있었던 것은 기술 개발 투자나 정부의 제도적 뒷받침도 있지만, 무엇보다도 북해에서 불어오는 바람 덕분입니다.

세계 풍력 자원 지도(https://globalwindatlas.info)를 확인해 보면 독일이나 덴마크가 우리나라보다 풍력 자원이 훨씬 풍부한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중동의 산유국(産油國)에 빗대어 산풍국(産風國)이라 부를 수 있을 정도입니다. 이러한 풍부한 풍력 자원에도 불구하고 독일과 덴마크에서는 재생에너지에 투자를 시작한 이후 급격한 전기요금 인상이 있었습니다.

현재 이들 나라의 전기요금은 한국의 3배 이상이며, 유럽에서 전기요금이 가장 비싼 나라 1, 2위를  다투고 있습니다. 우리도 풍력 발전 기술을 개발하고 풍력 발전에 투자하는 것은 필요합니다. 하지만, 사시사철 안정된 바람은 만들 수 없는 게 우리 실정입니다. 비록 원가에도 못 미치는 싼값에 처분하는 것이지만, 재생에너지를 통해 독일과 덴마크가 전기 수출국이 됐다는 것은 사실입니다. 그러나 그마저도 풍력 자원의 차이 때문에 우리에게 그대로 적용될 수는 없는 것이 현실입니다.
 

세계 풍력 자원 지도 독일이나 덴마크는 북해에서 불어오는 바람 덕분에 우리나라보다 풍력 자원이 훨씬 풍부하다. (출처: https://globalwindatlas.info) ⓒ globalwindatlas.info

 
이런 식의 오류는 곳곳에서 나타납니다. 양이원영 시민기자는 지난해 12월 마이클 슈나이더 방한 때 미국 투자은행 라자드의 보고서를 인용하며 태양광 등 재생에너지 발전단가가 원자력의 발전단가보다 싸졌으니 우리나라도 재생에너지로 전환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런데 라자드 보고서에는 태양광 발전단가가 미국 남서부 사막에 태양광 발전소를 건설할 때의 경우이고, 송전망 등의 비용은 고려하지 않았음을 밝히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에 어떤 발전소를 지을지를 결정하는 데 미국 사막 지역의 태양광 발전소 발전단가를 기준으로 고려한다는 것은 어처구니 없는 일입니다.

세계 태양광 자원 지도(https://globalsolaratlas.info)를 확인해 보면 미국 사막지역의 태양광 자원과 우리나라의 태양광 자원이 얼마나 크게 차이 나는 지 알 수 있습니다. 미국의 경우 산양국(産陽國)이라 부를 수 있을 정도입니다.

이런 주장은 사우디아라비아에서 디젤 발전이 가장 싸니까 우리도 디젤 발전소를 지어야 한다는 주장과 다를 바 없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실현 불가능한 것을 마치 시설 투자나 정부의 협조 만으로 달성 가능하다는 주장은 명백한 오류입니다. 
 

세계 태양광 자원 지도 미국 남서부 사막 지역은 우리나라보다 태양광 자원이 훨씬 풍부하다. (출처: https://globalsolaratlas.info) ⓒ globalsolaratlas.info


[검증대상④] 재생에너지가 더 많은 일자리를 창출한다?

양이원영 시민기자는 3GW(실제는 2.8GW) 용량의 신한울 원전 3·4호기에 투자할 10조 원을 태양광에 투자하면 7~10GW의 발전설비를 설치할 수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런데 정부 발표에 의하면 새만금에 태양광 3GW, 풍력 1GW를 건설하는 데 10조 원이 든다고 합니다. 양이원영 기자는 10조 원으로 건설할 수 있는 태양광 발전 설비 용량을 2배가량 부풀렸습니다.

정부 발표를 기준으로 새만금 재생에너지 발전단지와 신한울 원전 3·4호기를 비교해 봅시다. 원전은 이용률이 85%이고 수명이 60년인 것으로 가정했습니다. 태양광발전소는 이용률 15%에 수명은 길게 잡아 30년, 풍력은 이용률 25%에 수명 30년으로 가정했습니다. 같은 10조 원의 돈을 투자할 때 생산할 수 있는 전력량은 원자력이 142GWy인 반면 새만금 재생에너지 발전단지는 21GWy에 불과합니다.

- 신한울 3·4호기 10조원 : 1.4GW x 2기, 이용률 85%, 수명 60년 가정 : 1.4GW x 2기 x 0.85 x 60y = 142GWy
- 새만금 발전 단지 10조원 : 태양광/풍력 3GW/1GW, 이용률 15%/25%, 수명 30년 가정 : 3GW x 0.15 x 30y + 1GW x 0.25 x 30y = 21 GW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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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상태양광 시설 둘러보는 문재인 대통령 문재인 대통령이 2018년 10월 30일 전북 군산시 유수지 수상태양광부지에서 열린 '새만금 재생에너지 비전 선포식' 행사를 마치고 수상태양광 시설을 둘러보고 있는 모습. ⓒ 청와대

 
같은 돈을 투자해도 태양광 발전의 누적 전력 생산량은 원전의 1/7 수준입니다. 여기에 ESS 설비 건설을 위한 엄청난 추가 비용은 고려하지 않았습니다.

양이원영 시민기자는 우리나라 전력의 30%를 담당하는 원전 관련 일자리가 3만8000명이고, 3% 정도밖에 되지 않는 재생에너지 관련 일자리가 1만4000여 명이므로 재생에너지 분야가 더 많은 일자리를 창출한다고 짚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견해는 일자리당 보수를 고려하지 않은 문제를 안고 있지만, 더 큰 문제는 재생에너지가 자체적으로 경제성을 확보하지 못한 상태에서 일자리 수만 단순 비교한다는 데 있습니다.

현재 재생에너지는 막대한 보조금에 의존하고 있습니다. 결국 이 많은 일자리는 정부의 보조금에 의해 유지되는 공공근로 같은 성격의 일자리로 볼 수밖에 없습니다. 이 사실은 최근 10여 년간 독일이 태양광 보조금을 줄이면서 태양광 투자가 줄어들고 태양광 관련 일자리가 급격히 줄어든 것을 보면 확인할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보다 가정용 전기요금이 3배 이상 비싼 독일에서조차 태양광 발전은 경제성이 없기 때문에 보조금이 줄어들자 투자가 줄고 일자리가 사라졌습니다.
 

독일의 최근 10여년 태양광 발전 보조금과 태양광 발전 투자 및 관련 일자리 추이 최근 10여 년 간 독일이 태양광 보조금을 줄이면서 태양광 투자와 태양광 관련 일자리가 급격히 줄어들고 있다. (출처: https://1-stromvergleich.com/solar-power-germany) ⓒ 이현철


그 밖의 자잘한 오류들

이 외에 양이원영 시민기자의 기사에는 독자들을 오도할 수 있는 다수의 자잘한 오류들이 눈에 띕니다. 대표적인 것이, OECD 국가의 2017년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이 24%인데 우리나라는 2030년 20% 달성을 목표로 하고 있어 세계적 흐름에 뒤져있다는 것입니다.

여기에 인용된 수치 자체는 맞습니다. 그러나 이 주장에도 논리적 오류가 숨겨져 있습니다. OECD 국가의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의 절반이 수력입니다. 즉, 우리나라가 2030년까지 집중적으로 투자하고자 하는 태양광과 풍력만 놓고 보면 OECD 국가의 발전 비중은 12%에 미치지 못합니다. 우리나라의 자연 여건상 실현이 불가능한 수력 발전까지 포함한 수치를 제시하며 태양광과 풍력으로 이를 따라가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명백한 논리 오류입니다.

또한 양이원영 시민기자는 최근 15년 동안 독일에서 재생에너지 전기 비중이 6%에서 40%로 늘었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나 2017년 독일의 전체 전기 생산량인 654TWh 중 재생에너지에 의한 전기 생산은 216GWh로 전체 전기 생산량의 33.1%이고 이중 수력, 바이오매스, 폐기물 등을 제외한 태양광과 풍력에 의한 전기 생산량은 22.2%로 40%에 훨씬 못 미칩니다.

한국 특성에 맞는 합리적인 에너지 정책의 추진이 절실하다

재생에너지로 전체 전력을 공급하겠다는 이상은 초고비용과 전력망 안정성 교란이라는 현실과 크게 배치됩니다. 에너지 정책을 세우는 데 기반이 되는 경제학과 공학은 정성적인 판단이 아니라 정량적이고 합리적인 산정을 기초로 한다는 점을 유념해야 합니다.

재생에너지를 합당한 수준까지 확대하는 것은 바람직합니다. 그러나 온실가스 배출이나 미세먼지 배출 등 대기환경 유익성에 있어서 재생에너지와 같은 가치를 가지는 원자력 역시 재생에너지의 고비용을 보상해주는 경제적인 기저전력원으로서 역할을 지속적으로 수행할 필요가 있습니다.

에너지 정책은 그 나라의 특성을 반영해야 합니다. 북해에서 불어오는 바람이 많은 독일, 덴마크, 영국 등은 풍력을 많이 활용하고 스위스, 오스트리아, 이탈리아 등은 풍부한 수력을 활용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재생에너지는 무엇이 풍부한지, 재생에너지 확대를 어떤 과정을 통해 달성해야 하는지 면밀히 따지고 고민해야 합니다. 재생에너지 확대를 빌미로 원자력을 퇴출시키고 온실가스와 미세먼지 배출이 많은 화석연료 발전을 늘리는 우를 범하지 말아야 합니다. 이것은 진정한 에너지 전환이 아닙니다.

우리에게는 수십 년간 노력해 이룩한 세계 최고 경쟁력의 원전 기술이 있습니다. 이 기술로 지난 40년간 아무런 사고 없이 우리나라 원전을 안전하게 운영해 왔고, UAE에 수출까지 해 수십조 원의 외화를 벌어들였습니다. 정부는 에너지 전환이 60년 걸리는 점진적인 정책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진행 중이던 원전 건설 사업을 일방적으로 중지시키며 성급하게 추진되는 탈원전 정책 때문에 원전 건설에 관련된 수많은 기업들은 일감이 없어 급속히 몰락하고 있습니다. 곧 대량 해고와 도산이 이어질 것으로 보입니다. 원전의 해외수출에 대해서도 논리가 설 수 없습니다. 국내 탈원전과 해외 수출은 양립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더 늦지 않게 지금이라도 우리나라의 장점을 살린 친환경 에너지 정책을 수립하고  추진하는 것이 절실합니다. 그 첫걸음은 바로 온실가스와 미세먼지를 대량으로 배출하는 노후 석탄 화력 발전소를 조속히 폐쇄하고, 대신 현재 투자가 많이 진행된 신한울 3·4호기 건설을 재개하는 것입니다.

다음은, 왜 원전이 미세먼지와 기후변화의 대안이 될 수밖에 없는지를 주제로 글을 올리겠습니다.
덧붙이는 글 글쓴이 이현철씨는 부산대학교 기계공학부(원자력시스템전공) 교수입니다.
#송영길 #양이원영 #신한울 3,4 #탈원전 #재생에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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