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는 3월 30일부터 선거제 개편안 심의하기 위해 전원위원회를 엽니다. 전원위엔 정개특위가 의결한 3가지 선거제 개편안이 올라갑니다. 이에 대해 하승수 공익법률센터 농본 변호사(세금도둑잡아라 공동대표)의 기사를 두 차례에 걸쳐 싣습니다. [편집자말] |
▲ 악수하는 정개특위 여야 간사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정개특위) 여야 간사인 이양수 국민의힘 의원과 전재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개특위 전체회의에서 국회 의원정수 300명 동결을 전제로 한 국회 전원위원회에 올릴 선거제 개편안을 의결한 뒤 악수하고 있다. 가운데는 남인순 정개특위 위원장.
ⓒ 남소연
22일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정개특위)가 선거제도 개편과 관련해서 3가지 안을 국회 전원위원회로 넘기기로 의결했다.
3가지 안은 ① 도·농복합선거구제 + 권역별·병립형 비례대표제 ② 개방명부식 대선거구제 + 전국·병립형 비례대표제 ③소 선거구제 + 권역별·준연동형 비례대표제다.
총평을 하자면, 3가지 모두 제대로 된 개혁안이 아니다. 따라서 이 3가지 안의 문제점에 대해 제대로 된 평가가 필요한 상황이다.
그중 최악을 꼽으라면, 도·농복합선거구제 + 권역별·병립형 비례대표제이다.
다른 2가지 안은 고쳐서 쓸 수 있는 수준이라면, 도·농복합선거구제는 아예 못 쓸 안이라고 볼 수 있다. 왜 그런지에 대해 살펴보려고 한다.
선거제도 개혁의 3대 원칙
지난 1월 18일 보수-진보 시민사회단체들은 이번 선거제도 개혁의 3가지 원칙을 합의해서 기자회견 형식으로 발표했다.
첫 번째는 '표의 등가성'이 보장돼야 한다는 것이다. 즉 정당득표율대로 의석이 배분돼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사표가 사라진다. 국회 구성이 다당제로 전환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두 번째는 특정정당에 의한 지역일당지배체제를 깨야 한다는 것이었다. 1987년 민주화 이후에도 영·호남의 대부분 지역에서는 특정 정당의 공천만 받으면 사실상 당선이 보장되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세 번째는 정당 공천의 문제점을 개선하고 유권자들의 참여권을 확대하는 선거제도 개혁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 3가지 원칙에 도·농복합선거구제 + 권역별·병립형 비례대표제가 부합하는 것일까?
▲ 범시민단체연합,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주권자전국회의 등 보수-진보 시민사회단체 대표들과 여야 의원들이 지난 1월 18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선거제도 개편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남소연
표의 등가성이 전혀 보장 안 돼
이번에 국회 전원위원회에서 논의한다는 도·농복합선거구제는, 도시지역에서는 1개 선거구에서 3~5인을 선출하는 중·대선거구제를 채택하되, 농촌지역에서는 1인을 선출하는 소선거구제를 유지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비례대표 의석을 조금 늘여서 권역별·병립형 방식으로 배분하겠다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것은 '표의 등가성'이 보장되지 않고, 지역일당지배체제를 깨는 효과도 별로 없다.
우선 선거제도 개혁의 제1원칙인 '표의 등가성'이 보장되지 않는다. 소선거구제인 농촌지역에서는 거대정당이 당연히 지역구 의석을 차지할 가능성이 높다. 도시지역에서 3~5인을 선출한다고 하지만, 결국 3인이나 4인이 중심이 될 가능성이 높다. 그렇게 되면 도시지역에서도 거대양당이 지역구 의석을 나눠먹기 할 가능성이 높다.
선거구가 넓어지는 만큼 선거비용도 많이 들 것이니, 돈이 없는 정당이나 후보는 더 불리하다. 결국 소수정당은 지역구에서 의석을 차지하기 어려울 것이다. '표의 등가성'은 확보되지 않는다.
또한 비례대표 의석을 병립형 방식으로 배분한다. 병립형 방식은 지역구 당선자와 무관하게 비례대표 의석을 배분하는 방식이다. 거대양당 입장에서는 지역구에 더해 비례대표까지 가져갈 수 있는 방식이다.
그것도 권역별로 배분하는 방식이므로 거대양당에게는 더 유리하다. 이렇게 하면 비례대표 의석조차 거대양당이 나눠가질 가능성이 높고, 소수정당에게 배분되는 비례대표 의석은 극소수가 될 것이다.
가령 어느 권역에서 10석의 비례대표를 병립형 방식으로 선출한다면, 10%의 정당득표를 받아야 겨우 1석을 가져갈 수 있다. 만약 5석의 비례대표를 병립형 방식으로 선출한다면, 20%의 정당득표를 받아야 겨우 1석을 차지하게 된다.
지금은 전국단위에서 3%를 얻으면 의석을 배분받지만, 권역별·병립형으로 하면 그 정도로는 아예 1석도 배분받기 어려워지는 것이다.
지역 일당 지배체제 타파도 어려워
게다가 농촌지역에서는 승자독식의 소선거구제를 유지한다는 것이므로, 영·호남의 농촌지역은 지역일당지배체제 상태로 그대로 놔두겠다는 것이다.
비례대표를 권역별로 선출한다고 하지만, 권역이 6개인지 17개인지도 분명치 않다. 후자의 경우라면, 1개 권역에서 선출하는 비례대표 의석수는 몇 석 되지 않는다. 그러면 대구·경북에서는 비례대표조차도 국민의 힘이 대다수를 가져가고, 호남에서는 민주당이 대다수를 차지할 가능성이 높다. 그러니 지역일당지배체제를 깨야 한다는 중요한 목표를 달성하기 어려운 방안이다.
따라서 도·농복합선거구제 + 권역별·병립형 비례대표 배분 방식은 개혁이 아니라 '개악'이다.
차라리 '표의 등가성' 측면에서는 현재의 준연동형 방식이 훨씬 낫다.
그런데도 일부 정치인들이 도·농복합선거구제가 좋은 대안인 것처럼 얘기하는 것은 도저히 납득하기 어려운 일이다.
그리고 이런 안이 3가지 안 중에 하나로 국회 전원위원회에서 논의된다고 하니, 심각한 우려가 드는 상황이다.
농촌차별이기도 하다
▲ 21대 국회의원 배지 공개 총선을 이틀 앞둔 13일 오전 국회 사무처에서 21대 국회의원 배지를 공개했다. ⓒ 국회사진취재단
도·농복합선거구제는 농촌지역의 경우에 중·대선거구제를 도입하면 선거구가 너무 넓어진다는 것을 근거로 들고 있다. 그러나 농촌지역은 소선거구제 하에서도 선거구가 이미 넓다. 3~4개 시·군을 합쳐서 1명의 국회의원을 뽑는 곳들이 많다. 인구가 계속 줄면서, 선거 때마다 지역을 이리 갖다 붙이고 저리 갖다붙이는 형국이다.
그러다 보니 농촌지역에서 소선거구제로 선출되는 국회의원도 그 지역에서 우세한 정당의 공천을 받는 것이 중요할 뿐이다. 공천만 받으면 당선이 보장되는 지역이 많기 때문이다. 따라서 농촌지역에서 당선되는 국회의원들이라고 해도, 이들이 실제로 농민이나 농촌주민들을 제대로 대표하고 있는지도 의문이다.
만약 도시지역에서 대선거구제를 도입한다면, 농촌지역에서도 대선거구제로 선거를 하는 것이 농민대표성, 농촌주민대표성을 확보하기에 더 나을 수 있다. 얼마전에 민주당 경북도당도 그런 의견을 냈었다.
근본적으로 보면 농촌지역에서만 승자독식의 소선거구제를 유지한다는 것은 농촌지역에 대한 또다른 차별이다. 농촌지역 사람들은 그냥 일당지배 체제 아래에서 살라는 얘기이기 때문이다.
이론적으로도 타당성이 전혀 없다. 인위적으로 도시지역에서는 중·대선거구제를 하고 농촌지역은 소선거구제를 한다는 선거제도는 정치선진국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기형적인 제도다.
간혹 비례대표제를 하는 유럽국가(예를 들면 스위스 같은 국가)에서 예외적으로 농촌지역에서 1인을 뽑는 경우가 있지만, 그것은 연방제 국가의 인구규모가 작은 주에서 자연적으로 발생하는 현상일 뿐이다. 그리고 스위스 같은 나라는 기본적으로 권역별 비례대표제를 하는 국가다.
따라서 인위적으로 도시와 농촌의 선거구제를 달리 한다는 것은 농촌에 대한 차별에 다름 아니다. 또한 농촌지역 현역의원들의 기득권을 지키겠다는 의미 외에는 다른 어떤 의미도 없다.
따라서 도·농복합선거구제는 결코 개혁안으로 논의돼선 안 된다.
국회 정개특위에서 의결했다는 나머지 2개안에 대해서는 이후에 이어질 기사에서 살펴보도록 하겠다.